(11) 야마구치 슈《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요즘 글로벌 기업 간부들은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철학 공부를 한다.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은 들어가기도 힘들다. 이미 사회에서 자리 잡은 전문가들이 왜 철학을 공부하려는 걸까.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50개의 철학 개념이 지적 전투력을 키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795901.1.jpg)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끈 이 책은 재미있는 데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뭔가 배운다는 느낌을 확 안겨준다. 그간 여기저기서 들었던 개념들이 총망라돼 있으면서 그 개념들로 인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강점이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손잡이를 누르면 반드시 먹이가 나오는 것(고정비율 스케줄)과 손잡이를 누르면 불확실하게 먹이가 나오는 것(변동비율 스케줄) 중에 어떤 것이 더 동기부여가 클까. 답은 변동비율 스케줄이다. 도박에 빠져드는 심리, 예측이 불가능한 SNS에 빠져드는 심리는 불확실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과 닿아 있다는 게 스키너의 철학 ‘대가’ 개념이다.
기장이 조종할 때와 부기장이 조종할 때, 추락사고가 언제 더 많이 날까. 유능한 기장이 사고를 덜 낼 것 같지만 그 반대다. 부기장은 기장의 행동이나 판단에 반대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부기장이 조종타를 잡으면 상사인 기장이 자연스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호프스테더의 ‘권력 거리’ 개념이다.
철학자들의 개념을 이해하면 단순하게 대했던 세상을 주관을 갖고 정확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판단에 신중하게 된다. 요즘 가스라이팅 관련 피해자와 세뇌당해서 이상한 집단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다각도로 생각하게 된다면 사악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택에 앞서 다양한 철학 개념을 대입하면 현명한 판단과 가까워지지 않을까. 나의 철학을 확고히 세우자저자는 철학의 힘을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얻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철학적 사고법의 네 가지 핵심 요소로 △예리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통찰력 △변화를 위한 비판적 사고 △정확한 아젠다 설정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교훈으로 꼽았다. 철학적 사고법을 익힌다면 실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50개의 철학 개념을 접하면 지적 전투력이 극대화될 거라고 강조한다. 소외, 자연도태, 증여, 격차, 공정, 우상, 몰입 같은 개념의 정확한 뜻을 접하면 사고의 폭이 넓어질 게 분명하다. ‘한 권에 50명의 철학자라니 수박 겉핥기 아냐’라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에 닿는 개념을 따로 공부하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