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구당 40만~100만원씩이던 지난해보다 올해는 더 주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내부적으로 논의가 많이 진행돼왔다. 아울러 이번에는 가구별 배분이 아니라 개인별로 뿌리자는 방안까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 가구가 늘어난 사회 현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 국민 코로나 지원금’으로 약 14조3000억원이 쓰였다. 2020년도 재정적자가 119조원에 달했던 사실을 돌아보면, 추가경정예산까지 짜면서 지출한 이 예산은 빚을 내 조달한 것이었다. 획일적이고 무차별적 지원에 대한 반대와 우려 등 문제 제기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지난해는 미증유의 코로나 쇼크에 따른 소비 위축을 타개하면서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자극제로 삼아보자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내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 위기에 대한 적응이나 내성도 많이 생겼다. 이제는 어려움을 더 겪는 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게 옳다는 여론이 강하다. “지원하지 말자”가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집중 지원하자”는 게 선별 지원론이다. 그만큼 올해는 일괄 지원의 명분이 별로 없다. 전 국민 대상의 일괄 지원, 올해도 계속 해야 하나.
[찬성] 경제 어려울 때 정부 역할을 해야…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기 곤란코로나로 인한 충격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지도 못하고, 충분한 물량 확보도 못한 한국 처지에서는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작은 희망과 위로를 줄 필요가 있다. 나랏빚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추석이라든가 좋은 계절에 ‘성의’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마침 올해는 세금도 잘 걷히고 있다. 올 1분기 세수(稅收)는 8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원가량 늘어났다. 물론 세수 증가분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많이 걷힌 것이어서 세금의 질(내용) 측면에서 아주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증가한 세수라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일시나마 재정에 여유가 생겼을 때 증가한 세금으로 국민에게 코로나 위로금을 주자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은 아직도 곳곳에 많다. 자영사업자를 비롯해 중소사업자나 중소기업계 쪽 어려움을 보라. 그렇다고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수도 없고, 코로나 충격에 따른 피해 정도를 각각 측정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아예 획일적으로 똑같이 주는 게 서로 간에 불만을 없애는 방법이다.
4인 가구 기준으로 50만원씩 지급하면 7조원 정도면 된다. 이 정도는 나라 살림을 짜고 집행하는 정부에서도 적극 협조할 만한 수준이다. 물론 더 주면 좋다. 전 국민 지원금을 받아본 입장에서 지원의 체감을 느끼려면 지난해보다 더 주는 게 좋다. 내년 상반기에 두 차례 선거가 있다고 선거용이라고 폄하하고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 위기 극복 차원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 차원에서 여당 지도부도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반대] 획일 배분은 '국책' KDI도 비판…"여당의 돈풀기, 금권선거"나랏빚을 내면서까지 획일적으로 배분하는 지원 방식이나 대책 없이 재정적자를 키우는 데 대한 반대와 우려가 그간 얼마나 많았나. 소비 진작효과가 제대로 있었고, 경기 회복에 의미 있는 도움이 됐다면 또 모를 일이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피해 업종 지원 효과가 미미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을 정도다. KDI의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엇나간 정책이라는 비판이었다. 당시 정부는 ‘지원금 사용 업종’까지 지정했으나 매출 증대 효과는 업종별로 26~36%에 불과했다. 지원금의 70%가량은 채무상환이나 저축 등으로 이어졌다는 게 KDI의 추적 결과였다. 일괄 지원이라는 게 이렇듯 효과가 없다. 2001년 미국, 2009년 대만에서도 일괄 지원의 결과가 비슷했다는 분석이 있다. 무차별 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은 한국만의 유별난 현상도 아니다.
정부가 국가채무를 확대해 가면서까지 지급하는 지원금이라면 코로나 충격이 큰 업종과 사업자, 실업자와 취업희망자에게 집중해야만 한다. 그런 한계산업과 취약계층에 집중해도 예산은 모자란다. 일괄 현금 지원을 수시로 하면 재정 낭비 요인과 함께 국민의 막연한 정부 의존증만 키울 뿐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1분기 ‘반짝 세수(稅收) 증대’ 때문에 그 돈을 나눠 주자는 식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무엇보다 급등한 집값이나 반도체 등의 호조가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세수에 일시 여유가 생겼다면 일부라도 나랏빚을 갚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 위기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다, 새로운 위기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데 그럴 상황이면 결국은 재정이 역할을 해야만 한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어렵다고 돈을 풀고, 올해는 조금 나아졌다고 또 풀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여당의 노림수는 뻔하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의식했을 것이다. 이러니 ‘돈 살포 선언인가’ ‘여당의 금권선거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나. √ 생각하기 - 2차 획일 지원 vs 그 돈으로 백신 구입…국민투표 어떨까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정부는 늘 어려울 때를 대비하고, 더 어려운 상황에도 준비해야 한다. 건전 재정이 강조되는 이유다. 보릿고개 때 굶어도 씨 곡식은 손대지 않았던 옛 얘기나,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는 지적도 그런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다. 몇 달간 ‘반짝 세수’를 의식한 것이라면 곤란하다. 나라살림을 그렇게 단기 관점으로 경영할 수는 없다. 현금 조금 생겼다고 바로 지출해 버리는 것은 개인 가계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 지금 지출할 곳은 많고,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는 게 재정 운용의 딜레마이기는 하다. 하지만 재정이 악화되면 국내 문제로 끝나지 않고, 해외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신용평가의 주요 기준이 된다는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 정부가 수족처럼 기대온 최대 국책연구기관(KDI)이 일괄 살포 방식의 지원금에 대한 문제점 분석을 한 것부터 여당은 깊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 거덜난 재정을 건전하게 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매우 힘이 든다. 또 추경예산을 편성해 2차 전 국민 지원금을 지급할지, 그 돈으로 백신부터 사올지 한번 국민투표에 부치면 어떤 응답이 많을까.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