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김태원《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
드라마 ‘주몽’
드라마 ‘주몽’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요즘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다. 반장 선거에 나가도 남들과 차별된 스토리로 어필하고, 자기소개서도 지나온 날을 잘 구성해야 눈에 띌 수 있다. 심지어 데이트를 할 때도 그날의 의상과 대화, 먹는 음식까지 연결하고 기획해야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 어려운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친다는 스토리텔링 수학지도사 자격증도 있고, 대학마다 스토리텔링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100편의 작품을 분석한 스토리텔링 교과서
스토리텔링을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국내 작가가 쓴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을 소개한다. 스토리텔링 서적은 번역본이 대부분이어서 책 속에 거론된 영화나 드라마도 외국 작품 일색이었다.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은 우리나라 유명 영화와 드라마를 분석했기 때문에 친숙하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강점이 있다.

이 책을 쓴 김태원 푸른여름스토리연구소 대표는 초록뱀미디어와 올리브나인을 설립해 ‘올인’ ‘불새’ ‘주몽’ ‘선덕여왕’ ‘드림하이’ 등 공전의 히트를 친 여러 드라마를 제작한 인물이다.

충분한 현장 경험을 갖춘 데다 해외 스토리텔링 사례를 두루 섭렵한 작가는 국내외에서 성공한 영화와 드라마, 소설 100여 편을 분석해 책에 담았다. 로버트 매키의 ‘6단계 플롯구조’를 비롯한 해외 유명 작가 8명의 스토리 이론을 소개하는 등 한마디로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2014년에 초고를 쓴 다음 100번 이상 고치느라 2019년에야 출간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마땅한 교재가 없어 직접 집필을 결심한 만큼 이론서에 가깝지만 딱딱하지 않다. 도표를 만들어 친절하게 설명하는 스토리 이론은 ‘4막 24블록 플롯 구조’로 되어 있다. 기승전결이라는 기본 구조를 24개 블록으로 세분화해 도입 이벤트, 시작점, 전환점, 피크점, 클라이맥스라는 다섯 번의 플롯 포인트를 배치했다. 머릿속의 이야기를 도표에 대입하면서 읽으면 드라마 한 편이 나올 수도 있다. 스토리에 강한 대한민국세계 사람들은 미국 드라마 다음으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 전 경제 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콘텐츠 부문만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드라마와 K팝을 포함한 한류 콘텐츠 수출이 매년 5% 이상 증가하는 중이다. 코로나 이전에 ‘1인당 연간 영화관람 건수 4편’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이었다. 김태원 작가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스토리의 우수성을 따진다면 미국 드라마-한국 영화-한국 드라마-미국 영화 순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스토리에 강한 것은 그만큼 많이 만들고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들 인적 자원이 풍부해 세계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상대할 나라가 없다는 게 작가의 견해다.

좋은 작품을 쓰려면 습작을 많이 해야 하는데 감각적으로 익숙해질 때까지 여러 편의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또 정리해봐야 한다. 하나의 플롯만 잘 익히고 활용하면 새롭고 멋진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작가는 ①벤치마킹할 작품을 분석하고 ②벤치마킹할 작품의 스토리 라인을 무조건 따라해 보고 ③벤치마킹할 작품에서 멀어지며 창조적으로 변주하는 순서를 밟아나가라고 권했다. 천만 영화 18편의 주인공들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은 어떤 특성을 가졌을까.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18편을 본 김태원 작가는 ‘①순수성과 도덕성의 소유자이다 ②정신적·사회적 장애로 인한 고립 또는 낙오·권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처지에 있다 ③생사를 달리할 만큼 극단적인 딜레마의 상황에 휘말린다 ④가족 또는 동료, 백성과 나라를 위해 스스로 고난의 십자가를 진다’고 분석했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극단적이라고 할 만큼 극적 상황을 좋아하면서도 배울 점과 감동, 재미를 동시에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스토리의 주인공 중에는 ‘뛰어난 천재’가 많다. 우리나라 드라마 가운데 이른바 미국 스타일로 승부해 큰 성과를 거둔 작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소설, 웹소설, 드라마, 만화, 동화, 시나리오까지 여러 장르를 통해 많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머릿속을 떠도는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모른다면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을 보며 열심히 연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