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절반 넘어선 수도권, 경쟁상대는 도쿄·상하이다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가 올해부터 비(非)수도권보다 많아졌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한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2596만 명이 국토의 11.8%에 불과한 ‘메갈로폴리스’에 몰려 있는 것이다. 주택과 교통, 위생 등 숱한 현대 도시의 문제를 안은 채 갈수록 비대해지는 수도권 과밀화가 이젠 두려울 지경이다.
수도권 거대화는 비수도권 모든 지역에도 ‘불편한 현실’로 다가선다. 온갖 정책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역 균형발전론은 사실상 답보상태인 데다 군(郡) 단위로 가면 ‘지방소멸론’까지 나오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 등으로 혁신도시·기업도시를 세웠고, 위헌 논란 속에 세종시라는 준(準)행정수도까지 건설했으나 수도권 집중은 되레 더 심해지고 있다. 한경이 ‘수도권 규제완화와 재정의 지방지원 확대 병행’을 제안했던 것도 하나의 대안 모색이었다. 광역시·도, 시·군·구의 행정체계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거듭된 노력에도 수도권 거대화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지역은 지역대로 뒤처진다면 기본인식과 접근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이전 같은 일방적·인위적 나눠주기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화’로 상징되는 산업화·전문화·분업화·집적화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적 메가트렌드를 막을 수도 없다. 도시화에 대한 강압적 제지는 국가 간 무한경쟁에서 퇴보를 의미할 뿐이다. 지방소멸론이 일본에서 먼저 제기됐고, 미국에서는 파산 도시가 나온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차제에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대립·대결구도를 허무는 데 정부와 정치권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전국은 이미 하루 또는 반나절 생활권이다. 한국 전체를 ‘하나의 수도권’으로 못 키울 이유가 없다. 이런 개혁에 국회가 앞서야 한다. 지자체와 지방의회도 ‘여의도 정치의 하청업자’에서 벗어나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방규제를 없애고 찾아가는 서비스 행정으로 투자를 유치해 성과를 내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수도권의 발전방향이 중요하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국내 골목대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도시 경쟁을 선도해야 한다. 광역 도쿄, 상하이 경제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홍콩을 이탈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로는 오지 않겠다는 현실을 위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수도권이 우물 안 개구리 행정에서 벗어나 글로벌 중심지로 우뚝 선다면 수도권·비수도권의 소모적인 ‘불균형 논쟁’도 수그러들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6월 30일자》사설 읽기 포인트
국가간 무한 경쟁에 도시화 막기는 어려워
수도권을 경제·산업·문화 거점 도시로 키워
그 성과로 지방 지원 늘려야 지역불균형 해소 인구에 대한 체계적 학문인 인구학(demography)이 서구에서는 19세기 중엽부터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늘날 무수한 사회 문제와 정치·경제·산업·문화의 여러 아젠다도 궁극적으로 인구 문제와 연결된다. 국가의 흥망성쇠, 특정 지역의 경제적 부침도 인구 문제와 떼어놓고 보기는 어렵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심대한 문제인 ‘저출산 고령화’ 현상도 인구 문제다. 새로운 사회 성원인 출산아는 해마다 줄어드는 데 반해 경제적 활동 인구에서 빠지는 고령자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인구구성 급변에 대한 위기감이다. 성별 구조도 때로는 문제가 되지만, 단기간에 진행되는 연령별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큰 문제가 된다. 특히 고령화와 함께 나타나는 인구 감소는 가뜩이나 취약해진 경제를 저생산·장기침체에 빠지게 하면서 국가사회 전반의 활력을 앗아간다.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인 ‘지역불균형’ ‘지방소외론’도 겉으로는 경제·산업적 격차로 나타나지만 본질은 인구 문제다. 쉽게 말해 전국의 각 지역에서 서울로의 인구이동이다. 서울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수도권의 비대화로 나타나고 있다. 몰려드는 인구로 인해 서울에서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에 따른 비용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도 심각하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비대화에 따른 도시 문제보다는 ‘비수도권 지역 다 죽게 생겼다’는 불균형과 격차 문제가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이 또한 본질을 못 보는 외눈박이 절규지만,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지역 푸대접론이 증폭되고, 정부 주도의 인위적 균형에 대한 요구만 늘어나고 있다. 정치 이슈화되면 본질은 간 곳 없고 지엽말단 집착, 집단으로 떼쓰기, 포퓰리즘 해법이나 모색하는 게 한국적 신(新)전통이라면 전통이다.
수도권이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저출산 문제는 그대로인 채 서울에 인구가 몰린다. 그렇다고 국가 간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시를 억누르고 도시화 자체를 막으면 성장이 어렵고 경제는 더 위축될 것이니 그럴 수도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보는 시각과 해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달리 해보자는 게 사설의 요지다. 교통·통신의 환경 변화에 맞춰 전국의 단일 생활권역화도 그런 대안이다. 지역 스스로 기업 유치 등으로 투자 유인과 일자리를 창출해 인구 유출을 막으라는 주문도 종종 나왔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중앙 정부의 지방 지원 확대’를 함께 추진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제안도 일리 있다.
그럼에도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면 ‘서울 메갈로폴리스’는 국내에서 도토리 키재기 경쟁이나 할 게 아니라 국제적 경제·산업·문화 거점 도시로 커나가는 게 맞다. 그렇게 해서 이룬 경제적 성과를 지방교부세 확대 등으로 지역에 분산해 지역을 응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구 3000만 명의 광역 도쿄나 오사카 일대의 간사이 권역, 거대한 상하이·베이징 경제권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느냐다. 유럽 및 북미의 큰 도시나 홍콩·싱가포르 같은 국제 거점 도시는 차치하더라도, 타이베이 호찌민 방콕 자카르타 같은 곳과의 경쟁에서도 서울이 앞서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서울 등 수도권의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인 시대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수도권 거대화는 비수도권 모든 지역에도 ‘불편한 현실’로 다가선다. 온갖 정책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역 균형발전론은 사실상 답보상태인 데다 군(郡) 단위로 가면 ‘지방소멸론’까지 나오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 등으로 혁신도시·기업도시를 세웠고, 위헌 논란 속에 세종시라는 준(準)행정수도까지 건설했으나 수도권 집중은 되레 더 심해지고 있다. 한경이 ‘수도권 규제완화와 재정의 지방지원 확대 병행’을 제안했던 것도 하나의 대안 모색이었다. 광역시·도, 시·군·구의 행정체계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거듭된 노력에도 수도권 거대화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지역은 지역대로 뒤처진다면 기본인식과 접근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이전 같은 일방적·인위적 나눠주기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화’로 상징되는 산업화·전문화·분업화·집적화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적 메가트렌드를 막을 수도 없다. 도시화에 대한 강압적 제지는 국가 간 무한경쟁에서 퇴보를 의미할 뿐이다. 지방소멸론이 일본에서 먼저 제기됐고, 미국에서는 파산 도시가 나온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차제에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대립·대결구도를 허무는 데 정부와 정치권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전국은 이미 하루 또는 반나절 생활권이다. 한국 전체를 ‘하나의 수도권’으로 못 키울 이유가 없다. 이런 개혁에 국회가 앞서야 한다. 지자체와 지방의회도 ‘여의도 정치의 하청업자’에서 벗어나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방규제를 없애고 찾아가는 서비스 행정으로 투자를 유치해 성과를 내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수도권의 발전방향이 중요하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국내 골목대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도시 경쟁을 선도해야 한다. 광역 도쿄, 상하이 경제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홍콩을 이탈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로는 오지 않겠다는 현실을 위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수도권이 우물 안 개구리 행정에서 벗어나 글로벌 중심지로 우뚝 선다면 수도권·비수도권의 소모적인 ‘불균형 논쟁’도 수그러들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6월 30일자》사설 읽기 포인트
국가간 무한 경쟁에 도시화 막기는 어려워
수도권을 경제·산업·문화 거점 도시로 키워
그 성과로 지방 지원 늘려야 지역불균형 해소 인구에 대한 체계적 학문인 인구학(demography)이 서구에서는 19세기 중엽부터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늘날 무수한 사회 문제와 정치·경제·산업·문화의 여러 아젠다도 궁극적으로 인구 문제와 연결된다. 국가의 흥망성쇠, 특정 지역의 경제적 부침도 인구 문제와 떼어놓고 보기는 어렵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심대한 문제인 ‘저출산 고령화’ 현상도 인구 문제다. 새로운 사회 성원인 출산아는 해마다 줄어드는 데 반해 경제적 활동 인구에서 빠지는 고령자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인구구성 급변에 대한 위기감이다. 성별 구조도 때로는 문제가 되지만, 단기간에 진행되는 연령별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큰 문제가 된다. 특히 고령화와 함께 나타나는 인구 감소는 가뜩이나 취약해진 경제를 저생산·장기침체에 빠지게 하면서 국가사회 전반의 활력을 앗아간다.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인 ‘지역불균형’ ‘지방소외론’도 겉으로는 경제·산업적 격차로 나타나지만 본질은 인구 문제다. 쉽게 말해 전국의 각 지역에서 서울로의 인구이동이다. 서울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수도권의 비대화로 나타나고 있다. 몰려드는 인구로 인해 서울에서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에 따른 비용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도 심각하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비대화에 따른 도시 문제보다는 ‘비수도권 지역 다 죽게 생겼다’는 불균형과 격차 문제가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이 또한 본질을 못 보는 외눈박이 절규지만,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지역 푸대접론이 증폭되고, 정부 주도의 인위적 균형에 대한 요구만 늘어나고 있다. 정치 이슈화되면 본질은 간 곳 없고 지엽말단 집착, 집단으로 떼쓰기, 포퓰리즘 해법이나 모색하는 게 한국적 신(新)전통이라면 전통이다.
수도권이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저출산 문제는 그대로인 채 서울에 인구가 몰린다. 그렇다고 국가 간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시를 억누르고 도시화 자체를 막으면 성장이 어렵고 경제는 더 위축될 것이니 그럴 수도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보는 시각과 해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달리 해보자는 게 사설의 요지다. 교통·통신의 환경 변화에 맞춰 전국의 단일 생활권역화도 그런 대안이다. 지역 스스로 기업 유치 등으로 투자 유인과 일자리를 창출해 인구 유출을 막으라는 주문도 종종 나왔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중앙 정부의 지방 지원 확대’를 함께 추진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제안도 일리 있다.
그럼에도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면 ‘서울 메갈로폴리스’는 국내에서 도토리 키재기 경쟁이나 할 게 아니라 국제적 경제·산업·문화 거점 도시로 커나가는 게 맞다. 그렇게 해서 이룬 경제적 성과를 지방교부세 확대 등으로 지역에 분산해 지역을 응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구 3000만 명의 광역 도쿄나 오사카 일대의 간사이 권역, 거대한 상하이·베이징 경제권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느냐다. 유럽 및 북미의 큰 도시나 홍콩·싱가포르 같은 국제 거점 도시는 차치하더라도, 타이베이 호찌민 방콕 자카르타 같은 곳과의 경쟁에서도 서울이 앞서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서울 등 수도권의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인 시대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