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논설위원
[한경 사설 깊이 읽기] 신입생 정원 못 채우는 부실 대학은 정리할 수밖에 없죠
[사설] 급증하는 부실 대학, 퇴로 열어주는 구조조정 시급하다

교육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부실 대학 구조조정이 현안으로 부각됐다. 이번 진단에서 ‘부실’ 평가를 받은 대학이 86곳에 달한다. 이들 대학은 부실 정도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차별적 제재를 받게 되지만, 한결같이 정원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교육부 진단에 아예 응하지 않은 30곳까지 합치면 전국 323개 대학 중 116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공인(公認)된 셈이다.

심화되는 저출산,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은 새삼스러운 숙제도 아니다. 그동안 온갖 이유로 교육계도 정부도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결과가 ‘대학 36%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딱한 현실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향후 3년간 정원 감축을 권고하고, 재정 지원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16개 대학을 통틀어 감축 규모는 1만 명에 그친다. 3년 전 같은 진단에서 2만4000명을 줄이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후퇴한 느낌이다. 2016년 61만 명이던 고교 졸업생이 2026년에는 45만 명 선으로 줄어들 정도로 학생은 급감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에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때다. 그간의 교육부 행태를 보면 ‘정원 1만 명 감축’이라는 대책도 막상 실행단계에서는 ‘대학별로 고루 쪼개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원 감축 목표치부터 더 늘리고, 부실 대학에는 어떤 명분의 재정 지원도 끊어 학생들이 진학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 및 해당 지역 국회의원 등이 나서 부실 대학 퇴출을 막는 행위도 지양돼야 한다.

구조조정 대학의 퇴로를 적극 열어주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구실을 못해 퇴출 대상이 되는 대학 캠퍼스는 평생교육기관, 사회복지시설, 의료·요양과 연계한 고령자센터 등으로 다양하게 재활용하는 방안을 지자체 중심으로 논의해볼 수 있다. 지역 특성을 살려 연구시설이나 ‘테크노파크’로 부지 용도를 바꾼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촉진하는 차원이라면 재단이나 설립자 후손들에게 일정 수준의 경제적 보상을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폐교 재산 처리에 대한 사립학교법의 엄격한 규정이 대학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국회도 전향적으로 살펴보기 바란다.<한국경제신문 8월25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급격한 저출산 영향으로
고교 졸업생 매년 감소 추세
대학교육 질적인 변화 필요


[한경 사설 깊이 읽기] 신입생 정원 못 채우는 부실 대학은 정리할 수밖에 없죠
한국의 대학들은 더 이상 법에 명시된 대로 ‘고등교육기관’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대학의 연구 수준도 문제지만, 교육의 질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양적으로는 과도하게 팽창했지만, 이에 부응할 만큼 질적인 발전이 되지 않은 결과다.

역량 평가나 질적인 경쟁 없이 대학의 숫자가 너무 많아졌다. ‘반값등록금’이라는 다분히 선동적인 정치구호가 크게 나온 뒤 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된 것도 대학의 수준을 떨어뜨렸다.

급격한 저출산으로 학생들의 숫자는 매년 표시나게 줄어들고 있으나 대학의 숫자나 정원은 변함이 없다. 부실한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모집 자체가 힘들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한때 유행처럼 중국 등지에서 ‘무늬만 유학생’이 들어오면서 최소한의 정원을 채우는 기형적인 ‘좀비 대학’도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대로 부실한 대학들을 방치하면 고교졸업생보다 대학 신입생 정원이 더 많아지게 된다. 2016년 61만 명이던 고등학교 졸업생이 2026년에는 45만 명 선으로 줄어들게 되는 인구표를 보면 대학도, 교육부도, 지역 사회도 위기의식을 느껴야만 한다. 당장 지금 고교 1년생이 진학할 때인 2021학년도에는 대학정원이 졸업생보다 5만 명 이상 많은 불균형이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불과 2년 뒤의 걱정거리다.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미리 막을 수도 있는 학생들의 피해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보면 예고된 문제점이고, 손쉬운 진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교육부도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의식해 대학의 구조조정이니 구조개편이니 하는 말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미진하다.

부실대학들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응하지 않은 채 퇴출을 거부하는 것이다. 부실한 곳은 퇴출되고 새로운 곳이 끊임없이 부상하는 기업 쪽의 치열한 구조조정과 매우 대조적이다. 오히려 부실한 대학일수록 교육부의 전진 고위급 공무원을 영입하는 식으로 퇴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건학의 취지와 이념을 생각하면 퇴출 및 폐교가 결코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과도한 버티기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 운영을 접고 시설과 관련 재산을 효율적으로 달리 운영하려 해도 퇴로가 없다는 점이 중요한 현실적 이유다. 부실대학, 학생들이 기피할 정도의 대학이라면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퇴출 대학의 용도 변경 및 재활용, 재단이나 설립자 쪽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그런 방향에서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향적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을 사설은 지적하고 있다.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