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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주요 내용과 문제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과 고교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과 고교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지난 17일 공개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 대입전형 비율 등 대학 입학시험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번 대입개편안은 ‘공론화’라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담아낸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민감한 결정을 두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공론화에 부쳤던 대입개편안

개편의 발단은 교육과정 개정이었다. ‘교육계의 헌법’으로 불리는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의 목표와 내용, 평가기준 등을 정리한 국가교육의 기본 틀이다.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대학 입시제도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목표는 2021학년도 대입제도였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주요 내용으로 한 2021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들고 나왔다가 ‘동점자 처리 등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이 없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개편을 1년 미뤘다. 이에 교육부는 ‘첨예한 교육정책에 대해 시민 의견을 반영하자’며 공론화를 통해 새 대입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넘긴 뒤 공론화 절차를 개시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공청회,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등을 거쳐 지난 7일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교육부로 돌려보냈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는 17일 새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20% 수준인 정시 비중을 30%대로 높여… 무리한 공론화 방식 도입엔 "책임 회피" 지적도
골자는 ‘수능위주전형 확대’

2022학년도 새 대입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수능위주 전형을 확대하도록 각 대학에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수능위주 전형은 수능 점수를 중심으로 평가해 대학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2019학년도 기준 수능위주 전형은 20.7%였다. 교육부는 수능위주 전형 선발인원이 전체의 30% 이상이 되는 대학에만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주기로 했다. 전문대, 원격대, 산업대, 그리고 학생부교과 전형 비중이 30% 이상인 대학은 제외했다. 교육부는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결과를 더해보면 응답자의 68.5%가 수능위주 전형이 30% 이상이어야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최종안 발표 이후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먼저 ‘수능위주 전형을 늘리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 교육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수능위주 전형을 확대하면 수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줄어든다. 일부 교육단체와 교육감들은 “1년에 한 번뿐인 수능 성적으로 줄세우기식 입시가 치러지면 학교에서 어떻게 다양한 참여형 수업,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한다. 왜 ‘30%’라는 숫자가 나왔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당초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특별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 1번은 ‘수능위주 전형 45% 이상 확대’였다.

“민주적 의사결정” vs “책임 미루는 꼼수”

공론화 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공론화 결과가 사실상 ‘결론 없음’이어서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는 “지지도 1위 안과 2위 안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최종 결론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해석하고 판단해 결론을 정할 거면서 공론화에 시간과 예산을 쏟아부었다는 지적이다. 한 전직 대학 총장은 “교육은 흔히 ‘51 대 49’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첨예한 분야”라며 “답 없는 문제를 두고 공론화로 답을 찾겠다고 한 건 교육부의 책임 회피”라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6개 교육시민단체들은 “공론화위가 공론화를 진행하고 결과를 해석하면서 불공정하게 사무를 처리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일부에서 공론화가 마치 무익한 낭비였던 것처럼 비판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입제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학교와 교육전문가 등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현실을 재확인하면서 대입제도 개편의 일정한 방향을 제시한 것 또한 의미 있는 소득”이라고 말했다.

● NIE 포인트

의사결정에 있어 하향식(top-down) 방식과 상향식(bottom-up) 방식이 무엇인지,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정부가 대입제도 외에 공론화를 통해 정책결정을 한 다른 사례들을 알아보고, 공론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토론해보자.

구은서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