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이슈] 구글·애플·아마존·알리바바·페북까지…글로벌 IT기업들 'AI 반도체' 개발경쟁 뜨거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기술 주도권 다툼이 반도체 칩 자체 개발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이 AI 칩 자체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AI 반도체 개발에 새로 뛰어들었다. IT 공룡들이 AI 칩 개발에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는 반도체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을 줄여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등이 독과점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달리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선점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AI 칩 개발에 뛰어드는 테크기업들

CNBC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 C-스카이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하고 AI 반도체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산하 연구소인 달마원에서 신경망 반도체 칩인 알리-NPU를 연구해왔다.

알리바바는 알리-NPU의 가격 대비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월등히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용화 시점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오양 달마원 연구원은 “AI 분야에 축적한 앞선 컴퓨팅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달마원은 향후 3년간 150억달러(약 16조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도 지난달 18일 ‘반도체 개발 조직을 신설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구인광고를 올리며 AI 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채용 부문은 시스템온칩(SoC)과 주문형반도체(ASIC), 펌웨어 등이다.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반도체를 생산하지는 않더라도 칩셋 설계엔 관심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페이스북이 스마트 스피커나 차세대 가상현실(VR) 헤드셋 등에 자체 개발한 칩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은 진작부터 검색엔진 등 기술 향상을 위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왔다. 2016년부턴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검색과 이메일 등의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애플은 2020년 PC 제품인 맥(Mac)에 자사 반도체 칩을 사용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AI 음성비서인 알렉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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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업체 의존도 낮춰 비용 절감 포석도

거대 IT 기업들이 반도체 칩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인텔이나 퀄컴, 엔비디아 등 기존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특히 세계 AI 칩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크다. 비용 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설계 칩을 보유하면 반도체 기업의 프로세서 칩 개발 주기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수 있다. 제품 개발과 관련한 보안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자사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기술 생태계를 조성할 수도 있다. 알리바바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AI 서비스에 필수적인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 반도체 업체들보다 개발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중 통상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독자적인 반도체 칩 개발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관측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통신기기업체인 ZTE가 미 정부의 제재를 받자 중국이 자국산 반도체 생산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IT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반도체 칩을 생산할지는 불투명하다. 기존 반도체 기업과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CNBC는 “알리바바가 기존 제품보다 40배나 뛰어난 알리-NPU를 개발하겠다고 하면서도 칩 개발 이후에도 엔비디아와의 관계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IT 기업들의 반도체 칩 개발 경쟁으로 대만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기보다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 업체에 넘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AI 칩은 생산 난도가 높은 만큼 최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한 삼성전자 등에 주문이 몰릴 수 있다. 반면 퀄컴과 ARM, 인텔 등 반도체 개발 분야의 기존 강자들은 막강한 자금 동원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테크 기업들의 등장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설지연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