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봉의 내 인생을 바꾼 한마디] 청산은 말없이 솟아있고 물은 마음 없이 흘러간다. - 다산집 -](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1.15177778.1.jpg)
나라가 망하고 집이 망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건만,
청산은 말없이 솟아있고 물은 마음 없이 흘러간다.
노을이 수동(水洞)에 남아 있는데 목동의 노래 소리는 들려온다.
달은 황대에 잠겨 있는데 들풀은 자랐구나.
하늘 끝 석양에 외로운 새는 사라지고,
절가에 가을 풀 헤치고 한 중이 찾아온다.
처량한 고려의 오백년의 일을 한참동안 길손과 더불어 괴롭게 이야기한다.
처음 본 길손과 함께 고려의 오백년사(史)를 이야기한다. 임금이야기, 신하 이야기, 백성 이야기. 하지만 정작 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긴 숨을 한 번 내쉰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멀리 청산은 말없이 우뚝 서있고, 강물은 무심하게 잘도 흘러간다.
만약 자연이 유정(有情)하다면 어땠을까. 정들었던 그 많은 사람과 헤어지는 슬픔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일까, 자연과 절대적인 것들은 대부분 무정하다.
▶ 한마디 속 한자-心(심) 마음, 심장, 가슴
▷ 점심(點心): 하루 중에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정오부터 반나절쯤까지의 동안 끼니로 먹는 음식.
▷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