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드레 지드…'좁은 문'](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AA.15167045.1.jpg)

지드는 11세 때 아버지가 사망한 후부터 청교도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세 때부터 문학에 빠지면서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아 하이네를 탐독했고 그리스 신화와 성서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사촌 누나 마들렌은 그에게 예술혼을 유발시키는 평생의 동반자였다. 25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지드는 첫사랑인 마들렌과 결혼했다. 지드를 연상케 하는 『좁은 문』의 주인공 제롬이 외사촌 누나 알리사와 이뤄지지 않는 것과 반대다.
 앙드레 지드…'좁은 문'](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1.15179045.1.jpg)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나 평가는 상반됐다. ‘내적인 삶에 대한 프랑스어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소설 중 하나’ ‘새로운 전율과 마법이 가득한 책으로, 문체와 기법이 걸작의 숭고한 단순성에 도달한 지드의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병적이고 건강하지 못하다’ ‘지드는 악마 같은 사람’ ‘금서 목록에 넣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나왔다.
 앙드레 지드…'좁은 문'](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1.15179043.1.jpg)
가벼운 세태에서 만나는 깊은 사랑
사랑이 너무 가벼워진 세태에서 『좁은 문』은 사랑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너무 사랑이 쉽다면, 너무 사랑이 어렵다면, 『좁은 문』으로 들어가 제롬과 알리사를 만나보기 바란다. 열두 살이 채 안 된 나이에 아버지와 이별한 제롬은 외삼촌댁에서 자기보다 두 살 많은 알리사를 만났을 때 자신이 이제 아이가 아님을 느낀다. 한결같이 사랑하는 제롬과 달리 알리사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동생이 제롬을 좋아하자 사랑을 양보하려 하는가 하면, 동생이 결혼한 뒤에는 혼자 된 아버지를 모시며 제롬과 조금씩 거리를 둔다. 한동안 만나지 않고 편지만 주고받자고 한다든지, 만났을 때 지극한 사랑을 표현하면서도 이별을 연상케 하는 말을 한다든지, 알리사는 계속적으로 제롬의 가슴을 무너지게 한다. 주로 편지로만 대화를 나누다가 만나면 둘은 어색함에 안절부절못한다. 그럼에도 제롬은 알리사를 향해 계속 사랑을 표현하지만 알리사는 끝내 이별을 고한다.

초스피드 사회에서 마주하는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은 갑갑할 수밖에 없지만 『좁은 문』은 사랑과 만남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여러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숙성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계속 등장하는 성경말씀의 원래 의미를 되새겨보며 알리사의 생각을 더듬어보는 것도 이 작품이 남기는 숙제다.
이근미 <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