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은행이 점포(지점)를 정리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은행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입법활동의 하나로 ‘은행법개정 정책 토론회’까지 열렸다. 발단은 한국씨티은행이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126개 점포가운데 많은 부분을 없애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상급의 금융노조가 나서면서 정치권과 노동계가 공조를 취하는 상황이 됐다. 이게 새로운 형태의 관치(官治)금융으로 시대변화에 어긋나는 역주행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은행의 점포 정리까지 정부 승인을 받게 하자는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찬성
“은행 공공성 무시돼선 안돼…지방의 저소득·고령층 불편 커”
은행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공공성’이 강하다. 한국씨티은행의 점포감축은 이용자의 권익을 크게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씨티은행의 점포 대량 폐쇄는 결국 다른 은행으로도 확대될 것이 훤히 보인다. 그렇게 되면 고객, 즉 금융 이용자들이 은행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은행이 고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돼 은행의 공익성이 사라진다.
씨티은행의 계획대로 점포가 통폐합 되면 충남 충북 경남 울산 제주 등 5개 시·도에는 점포가 한 곳도 없게 된다. 이 지역의 이용자들은 은행 지점을 찾아 시·도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 된다.
금융의 자율성이 강한 미국 같은 곳에서도 금융감독 당국이 나서 인종 등을 잣대로 대출 차별을 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기도 한다. 씨티은행의 폐쇄대상 지점중 80%가 지방에 있다. 저소득및 고령층에 대한 의도적인 차별이라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맞다. 은행업은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잊은 처사다. 금융감독 당국이 전국의 금융 수요자를 충족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만 해도 일방적인 지점폐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점포가 통폐합되면서 안게될 씨티은행 종사자들의 현실적인 애로도 감안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은행원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은 인위적인 인력감축이 없다는 회사측 입장발표는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인력구조조정이 빚어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은행원들의 해직 공포도 도외시할 현안은 아니다.
◆반대
“창구통한 거래는 5%에 불과…고비용 점포 정리는 불가피”
한국씨티은행의 점포감축안은 1년 이상 준비된 은행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은행 거래중 95%가 인터넷,모바일 등 비(非)대면 거래고 불과 5%만이 지점망에서 직원들을 통한 대면 거래다. 그런데도 전국의 지점망에는 직원의 40%가 배치돼 있다. 은행은 이런 인력배치와 인건비 부담을 견딜 수가 없다. 이 체제를 유지하자면 결국 직원인건비를 은행이용객에 전가시킬수 밖에 없다.
핀테크(금융기술)는 날로 발달하고 ,인터넷전문 후발 은행들까지 사활을 걸고 추격하는게 은행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에서 빚어지는 고육지책이 점포망 정리다. 일종의 은행업계 구조조정이다. 이 정도의 경쟁이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공기업 등 공공부문이라면 모를까 이런 경쟁이 업계의 일상사다.
은행 점포의 신설과 이전,폐쇄는 전형적인 구시대 관치의 유산이다. 한국에서도 관치금융을 털어내고 은행업의 자율 발전을 위해 1998년 금융당국의 허가 규정이 철폐됐다. 그런데 20년전의 관치로 복귀하자는 것은 현행법상 법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정부 허가를 법에 명문화하자는 것은 완전히 시대를 거꾸로가는 역주행이다.
소비자 불편을 내세우지만 은행 점포는 씨티만 운영하는 게 아니다. 다른 ‘4대 시중은행’의 점포는 수십배나 더 많고,지역은행도 있다.
은행바꾸기는 장보기 만큼이나 손쉬운 일이어서 금융소비자의 권리는 허구의 주장이다. 결국 불편과 일자리 감축을 우려하는 은행노조원들이 정치권과 결탁한 기득권 수호가 아닌가 하는 의혹만 커진다.
■ 생각하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국제 통상분쟁 빌미될 수 있어"
중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요국중 은행 점포 정리가 정부 손에 달린 곳은 없다. 일부 국가에서 은행업계 자율로 조정하기도 하지만 정부 허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인터넷 뱅킹,모바일 금융이 심화되면서 점포 유지로 손실이 날 경우 외국계 은행에 정부가 지원이라도 해줄수 있을까. 은행의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오히려 재래식 점포의 감축을 유도해야 할 판이다. 잘못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논리거리로 비화돼 미국과 통상분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노조와 정치가 공조하는 ‘노정(勞政) 정치’라는 비판도 받을만한 사안이다. 핵심은 진정한 금융소비자의 편리와 은행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찬성
“은행 공공성 무시돼선 안돼…지방의 저소득·고령층 불편 커”
은행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공공성’이 강하다. 한국씨티은행의 점포감축은 이용자의 권익을 크게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씨티은행의 점포 대량 폐쇄는 결국 다른 은행으로도 확대될 것이 훤히 보인다. 그렇게 되면 고객, 즉 금융 이용자들이 은행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은행이 고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돼 은행의 공익성이 사라진다.
씨티은행의 계획대로 점포가 통폐합 되면 충남 충북 경남 울산 제주 등 5개 시·도에는 점포가 한 곳도 없게 된다. 이 지역의 이용자들은 은행 지점을 찾아 시·도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 된다.
금융의 자율성이 강한 미국 같은 곳에서도 금융감독 당국이 나서 인종 등을 잣대로 대출 차별을 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기도 한다. 씨티은행의 폐쇄대상 지점중 80%가 지방에 있다. 저소득및 고령층에 대한 의도적인 차별이라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맞다. 은행업은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잊은 처사다. 금융감독 당국이 전국의 금융 수요자를 충족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만 해도 일방적인 지점폐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점포가 통폐합되면서 안게될 씨티은행 종사자들의 현실적인 애로도 감안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은행원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은 인위적인 인력감축이 없다는 회사측 입장발표는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인력구조조정이 빚어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은행원들의 해직 공포도 도외시할 현안은 아니다.
◆반대
“창구통한 거래는 5%에 불과…고비용 점포 정리는 불가피”
한국씨티은행의 점포감축안은 1년 이상 준비된 은행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은행 거래중 95%가 인터넷,모바일 등 비(非)대면 거래고 불과 5%만이 지점망에서 직원들을 통한 대면 거래다. 그런데도 전국의 지점망에는 직원의 40%가 배치돼 있다. 은행은 이런 인력배치와 인건비 부담을 견딜 수가 없다. 이 체제를 유지하자면 결국 직원인건비를 은행이용객에 전가시킬수 밖에 없다.
핀테크(금융기술)는 날로 발달하고 ,인터넷전문 후발 은행들까지 사활을 걸고 추격하는게 은행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에서 빚어지는 고육지책이 점포망 정리다. 일종의 은행업계 구조조정이다. 이 정도의 경쟁이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공기업 등 공공부문이라면 모를까 이런 경쟁이 업계의 일상사다.
은행 점포의 신설과 이전,폐쇄는 전형적인 구시대 관치의 유산이다. 한국에서도 관치금융을 털어내고 은행업의 자율 발전을 위해 1998년 금융당국의 허가 규정이 철폐됐다. 그런데 20년전의 관치로 복귀하자는 것은 현행법상 법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정부 허가를 법에 명문화하자는 것은 완전히 시대를 거꾸로가는 역주행이다.
소비자 불편을 내세우지만 은행 점포는 씨티만 운영하는 게 아니다. 다른 ‘4대 시중은행’의 점포는 수십배나 더 많고,지역은행도 있다.
은행바꾸기는 장보기 만큼이나 손쉬운 일이어서 금융소비자의 권리는 허구의 주장이다. 결국 불편과 일자리 감축을 우려하는 은행노조원들이 정치권과 결탁한 기득권 수호가 아닌가 하는 의혹만 커진다.
■ 생각하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국제 통상분쟁 빌미될 수 있어"
중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요국중 은행 점포 정리가 정부 손에 달린 곳은 없다. 일부 국가에서 은행업계 자율로 조정하기도 하지만 정부 허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인터넷 뱅킹,모바일 금융이 심화되면서 점포 유지로 손실이 날 경우 외국계 은행에 정부가 지원이라도 해줄수 있을까. 은행의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오히려 재래식 점포의 감축을 유도해야 할 판이다. 잘못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논리거리로 비화돼 미국과 통상분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노조와 정치가 공조하는 ‘노정(勞政) 정치’라는 비판도 받을만한 사안이다. 핵심은 진정한 금융소비자의 편리와 은행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