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박사의 '그것이 알고 싶지?'
(58.끝)단어의 숨은 뜻

'history'가 '뒷북치지마'라는 뜻으로도 쓰여
‘관견(管見)’이라는 말이 있다. ‘가느다란 관을 통해 무엇인가를 본다’는 뜻이다. 글자 그대로, ‘시야가 좁고 견문이 넓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기의 의견을 겸손하게 드러내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개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 기억해 주세요^^

간단한 단어 바로 옆에도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가느다란 관’을 버리고 주변을 둘러봐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시야에 들어오는 법이다.


’관견‘은 시야가 좁다는 뜻
[세계문화사 '콕 찌르기']  단어는 쓰임새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 갖는다
전후좌우를 살펴봐야 진정한 길이 보이는 것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 공통이다. 사물이나 사람, 사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간단하고 쉬운 단어 하나에도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history’는 ‘역사’다. 누구나 아는 단어다. 그런데 어느 맥락에 놓이는가에 따라 이 단어의 쓰임새가 판이하게 변한다. ‘Thank you for your history lesson’은 ‘역사 강의 고마워’라는 뜻이 아니다. 살짝 비꼬는 말이다. ‘뒷북 치지 말라’는 의미다. ‘The rest of it would be history’는 ‘나머지 뒷부분은 뻔한 이야기겠네’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쓸 수 있는 표현이다. ‘흑역사’는 ‘ugly history’다. ‘That’s my ugly history.’

‘He will be a history’는 또 다른 의미다. 격투기 경기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인터뷰를 했다면 ‘오늘 내가 반드시 이겨 상대 선수를 역사 속의 인물로 만들어 주겠다, 즉 은퇴 시키겠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 것이다. ‘One more mistake means you’re history’는 ‘한 번 더 실수하면 넌 끝장이야’도 있다. 위에 나온 단어 lesson을 활용해서 비슷한 표현을 만들 수 있다. ‘He needs a lesson’이다. ‘그 친구, 손 좀 봐줘야지, 혼 좀 내줄까’라는 뜻이다. ‘He gave me a lesson’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쓰인다. ‘가르침을 주셨어요’라는 의미도 있지만, ‘잔소리하고 지적질을 했다’라는 용례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lesson보다 lecture를 쓰면 뜻이 더 분명해 진다. ‘그 어르신, 너무 완고해’도 우리가 잘 아는 단어 boss를 활용하면 쉽다. ‘He is too bossy’다. ‘Please stop being a bossy’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 주세요’다. ‘They are so bossy’는 ‘그들은 너무 으스댄다’이고 ‘You are very bossy’는 ‘그만 좀 해, 일 좀 그만 시켜, 더 이상 잔소리 하지 마’라는 말이다.

name은 ‘이름’이다. 역시 쉬운 단어다. ‘You name it’은 마법의 문장이다. ‘이름만 대봐, 다 해줄게, 다 있어요’ 라는 뜻이 있다. ‘선물 뭐 사줄 거야? 여기 뭐가 제일 맛있어요? 저한테 어울리는 옷이 뭐가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You name it’이라는 답이 들려오면 정말 행복할 터이다. ‘That’s the name of the game’은 ‘그것이 이 게임의 이름이야’가 아니라 ‘그것이 포인트다, 핵심이다’라는 뜻이다. ‘naming’은 ‘작명’ 혹은 ‘브랜드 만들기’의 뜻이고 nameless는 ‘이름이 없는, 무명의, 입에 담을 수 없는’이라는 뜻이다.

내 말에 토를 달지마라?

유일성, 일체감을 영어로 뭐라고 할까? 어렵고 막연하다. 추상적이다. 하지만 발상을 바꾸면 간단하다. one의 명사형을 만들면 된다. ‘Oneness’다. I feel oneness of mind는 ‘나는 마음이 하나가 됨을 느꼈다’이고, oneness of mankind는 ‘인류의 일체감’이다. Oneness of God은 ‘신(神)의 유일성’이다. three-in-oneness는 기독교의 ‘삼위일체(三位一體)’, oneness of body and mind는 불교의 심신합일(心身合一)이다. Enjoy the oneness of our store는 ‘우리 매장의 일체감을 즐기세요’다. 즉 뭐든지 다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뜻이니 매장 직원이 이 말을 했다면 You name it과 비슷한 말이겠다. She calls me names는 ‘그녀가 나한테 욕(험담)을 했어요’다. ‘이름을 부르다’가 아니다. 누가 내 욕을 하고 다닌다면 Don’t call me names anymore 라고 분명하게 말하자. 이것으로 충분하다. If not, you’ll be a history까지는 나아가지 말자.

‘if, but, and, however’도 누구나 다 아는 단어다. 간단하지만 긍정문이냐 부정문이냐 처럼 문장의 성격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한 데 모으면 완전히 다른 의미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 Don’t say if, but, and, however다. ‘내 말에 토 달지 마, 변명 하지 마’라는 뜻이다.

관견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것’만 알기 때문이다. 시야가 넓어지면 생각에도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간단한 단어 바로 옆에도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가느다란 관’을 버리고 주변을 둘러봐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시야에 들어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