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시사용어

스몸비

스마트폰 중독자를 뜻하는 신조어로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친 말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폰만 보며 걷는 모습이 좀비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휴대폰만 보며 걷다간 부딪치고 넘어져요…스마트폰 이용자의 18%가 '중독'이래요
서울 시내에 몇 달 전부터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라는 표지판이 세워지고 있다. 스마트폰만 보며 걷다가 차에 치이는 보행자가 급증해서다. 국내 스마트폰 관련 차량 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2015년 1360건으로 2.2배 뛰었다(국민안전처). 스웨덴 스톡홀름과 홍콩에도 ‘휴대폰을 보며 걷지 말라’는 경고문과 표지판이 등장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충칭은 아예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 도로를 설치해 일반 보행자와 분리했다.

‘스몸비(smombie)’로 인한 안전사고로 세계 주요 도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몸비는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린 채 걷느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보행자 사고의 약 10%가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 일어난 것이란 분석도 있다(월스트리트저널). 스몸비가 ‘민폐’를 넘어 ‘거리 위의 흉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시 거리 감각은 평소보다 40~50% 떨어지고, 시야 폭은 56% 좁아진다. 평소 보행자가 소리를 듣고 인지하는 거리가 14.4m인 데 비해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을 때는 7.2m, 음악을 들을 때는 5.5m로 줄어든다. 또 스마트폰을 쓰며 걸으면 화면과 전방을 번갈아 보기 때문에 접근하는 차량을 알아채지 못해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스몸비 퇴치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럿거스대는 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교차로를 지날 때 스마트폰을 잠그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통신업체인 미국 AT&T와 일본 NTT도코모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쓰면 경고 화면을 표시하는 앱(응용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5%로 세계 최고 수준. 세계 평균(51%)은 물론 선진국 평균(69%)도 크게 앞선다(지난해 말 기준). 그만큼 스마트폰 중독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2만4386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7.8%가 중독(과의존 위험군)이었다. 세대별로 보면 청소년의 중독 비율이 30.6%에 달해 유아동(17.9%)과 성인(16.1%)을 크게 앞섰다. 청소년 열 명 중 세 명이 잠재적 스몸비인 셈이다. 노라 볼코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장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동안 마약을 복용한 것과 비슷한 흥분상태가 된다”며 “감각 추구, 의존성 등의 측면에서 마약과 비슷한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했지만 정작 집에서는 자녀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했다고 한다. 인간은 기술을 ‘활용’하는 존재이지 ‘종속’되는 존재여선 안 된다는 사실을 가르친 것 아니었을까.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