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와일디치가 어릴 적 쓰다만 글을 완성한다는 이야기
불성실하라는 반어적 메시지 속 철학적 고뇌를 읽자
불성실하라는 반어적 메시지 속 철학적 고뇌를 읽자
시작과 끝을 대강 구상하면 놀라운 스토리가 끊임없이 날아드는 장편에 매력을 느낀 그린. 자신의 본류를 장편소설로 여기면서 열린 결말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단편소설 집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세계 문학계로부터 장편뿐만 아니라 단편에서도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 수준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레이엄 그린은 49편의 단편을 4권의 단편집에 나누어 발표했다. 기존 단편집에 들어가지 않은 4편을 추가해 53편이 실린 그린의 단편집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961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꺼운 책에 다채로운 작품을 담았다.
삶이 불안정했던 그린의 작품에는 불안함과 공포라는 창을 통과하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이 담겨 있다. 그린은 “자신의 단편소설 가운데 어떤 요소가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가독성’을 가장 먼저 꼽았다. 상징이나 모호성, 지루한 묘사를 걷어내고 분명한 상황과 스토리를 통해 세계관을 전한 덕분에 재미있고 잘 읽힌다. 이야기를 하나하나 열 때마다 독특한 매력에 빨려들게 될 것이다.
불안과 꿈을 소설로 바꾸다
<파괴자들>은 10대들이 조직한 ‘윔즐리코먼 갱단’이 토머스 씨의 200년 된 집을 파괴하는 이야기다. 투덜이 영감이 집을 비운 사이 내부에 있는 모든 걸 뜯어내 폭삭 무너지게 하려는 아이들, 집이 무너지자 웃음을 참지 못하는 트럭 운전사, 대체 무얼 의미하는지 생각하며 읽어보라.
노벨문학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올랐지만 끝내 수상하지 못한 그린은 “자네는 언제 그 상을 받으려나?”라는 친구의 질문에 “나는 그보다 더 큰 상, 죽음을 기다린다”고 답했다. 재미있고 의미 있으면서 아득함까지 선물하는 53편의 단편으로 일상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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