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대학교
서울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대학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서울대가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지는 입시계의 관심사다. 서울대는 지난 몇 년간 입학사정관이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확대해왔다. 최근 일본 오사카대에 서울대 학종을 수출하기까지 한 ‘학종의 본산’이다.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에게서 학종을 비롯한 서울대 입시제도와 서울대의 교육방향에 대해 묻고 들었다.▶서울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이나 비전은 무엇입니까.
서울대의 비전은 ‘세계사적 소명을 실천하는 창의적 지식공동체’입니다. 여기에 맞는 인재를 고른다는 게 서울대의 기본 방침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 선한 인재’와 ‘학문적 역량을 갖춘 진취적 인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선한 인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냉철한 지성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시 되돌릴 줄 아는 인재를 뜻합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께선 올해 입학식 축사에서 “서울대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라” “서울대라는 이름에 도취하면 오만과 특권의식이 생기기 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할 줄 아는 겸손한 인재, 자신이 쌓은 지식을 사회를 위해 환원할 줄 아는 인재가 선한 인재입니다.
▶어떤 사람이 서울대에 들어가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대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 정시는 수능 위주로 선발합니다. 학생부는 고등학교에서 학업 능력, 학업 태도, 학업 소양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자료입니다. 단순히 똑똑한 인재뿐 아니라 성실함과 도덕성 등 다양한 소양을 두루 갖춘 인재를 선발합니다. 정시는 수능 성적이 당락을 좌우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내신 성적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내신 성적은 학교생활 성실도와 학업능력을 보여주는 기본적인 척도입니다. 화려한 비교과 활동이 있더라도 내신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비교과가 학교 바깥의 경시대회 같은 학외활동이 아니란 것도 유념하셔야 합니다. 비교과는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학과 수업 이외 모든 활동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재를 정확히 골라낼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서울대엔 경륜 있는 26명의 입학사정관이 있습니다. 정량평가가 아니라 정성평가인 학종 특성상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학생을 여러 입학사정관이 따로따로 평가합니다. 놀랍게도 입학사정관의 평가는 대부분 일치합니다.
▶합격생의 학교 비율은 어떻습니까.
올해 기준 일반고가 48.9%, 자립형사립고가 17.7%, 영재·과학고가 11.5%, 외국어고가 9.2%를 차지했습니다.
▶합격생 중 N수생의 비율은 어떻습니까
최근 몇 년간 입시 결과를 토대로 보면 입학 인원의 77~80%가량이 재학생, 17~18%가량이 재수생 등 N수생, 조기졸업자가 3~5%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합격생의 출신 지역별 분포는 어떻습니까.
전국 인구 및 학교 분포와 대략적으로 비율이 비슷합니다. 서울시에서 37.2%, 광역시에서 20.7%, 그 외 시 단위에서 36.7%, 군 단위에서 5.4%의 합격생을 배출했습니다. 매년 800여개의 학교에서 합격생이 나옵니다. 올해는 858곳의 학교에서 신입생이 들어왔습니다.
▶올해 입시에 변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입학 정책의 안정성을 위해 기본적으론 전년도 입시와 동일하게 시행하는 게 서울대 방침입니다. 다만 지역균형전형 선발인원을 소폭 확대했습니다. 올해 합격생 중 23.8%인 757명이 지역균형전형으로 선발됐습니다.
▶글로벌인재육성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습니까.
학생들이 계절학기를 세계 주요 도시 대학에서 보내는 ‘SNU아웃바운드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한 달가량 외국에 머물며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글로벌 정치·산업 현장을 둘러보는 것입니다. 몇 년 전까지도 대상지가 뉴욕·워싱턴·베이징·도쿄 등 4곳에 불과했지만 최근 10곳으로 대상지를 늘렸습니다. 올해부턴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는 프로그램이 마련됩니다.
▶서울대생의 진로는 어떻습니까.
워낙 다양한 진로가 있어 딱 정해서 얘기하긴 힘듭니다. 작년 4월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대생들의 진로 1순위는 취업(26.1%), 다음으로 국내 대학원 진학(25.8%), 유학(13.7%), 공무원 시험(9.7%), 사법시험·법학전문대학원(6.8%)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로 진출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