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행태 세밀히 관찰 고객가치 중심으로 디자인하라
문화인류학자가 원주민 살펴보듯 편견 선입관 벗어난 열린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30)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디자인 싱킹은 한마디로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현업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하면 고객의 가치를 높여줄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 브라운은 디자인을 제품 위주의 전문분야 활동으로 국한하지 말고 고객, 나아가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확장해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디자인 싱킹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철저히 고객 중심, 나아가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디자인은 고객 혹은 사용자가 있기 마련이다. 겉으로 아무리 멋있게 디자인됐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불편을 느낀다면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기능적으로는 훌륭하지만 무려 30여가지의 버튼으로 이뤄져 사용자가 혼란스러워하는 리모컨의 사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고객이 아니라 제품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디자인 싱킹은 도대체 왜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자각에 입각한 사고방식이다.

둘째, 디자인 싱킹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유연한 계획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처음부터 오차 없는 계획을 수립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향해야 하는 큰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이 있긴 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한다는 유연성이 핵심이다. 성공적인 디자인 프로젝트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예외 없이 사용자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고 느끼는가를 탐색해가면서 여러 차례 디자인을 수정하고 보완해나간다.

셋째, 디자인 싱킹은 혁신과 창의를 유발하는 사고방식이다. 많은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는 성공적인 디자인의 탄생 과정을 보면 기존의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난 사고가 기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마치 문화인류학자가 전혀 새로운 마을에 들어가서 현지인의 행태를 관찰하듯이 면밀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금기시되는 것이 편견과 선입관이다. 디자이너의 주관적 시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면 자칫 어긋날 위험이 있고, 철저히 실증적인 관찰과 사용자 경험에 의해 디자인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넷째, 디자인 싱킹은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이다. 디자인의 초기 단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생각이 적극적으로 개진되는 개방성이 핵심이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참여, 공유, 개방은 생존에 필수적인 키워드다. 디자인 싱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방적인 사고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동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동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끝으로, 디자인 싱킹은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디자인 싱킹의 특성이 분석과 직관, 논리와 감성 등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고 양자를 양립적으로 생각하는 소위 ‘통합적 사고’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이라는 일견 상충되거나 모순적으로 보이는 대안들을 단선적으로 줄을 그어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단편적 생각으로는 훌륭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없다. 양자를 대립적인 시각에서 보지 말고 폭넓은 맥락에서 고객 가치라는 본질적인 내용에 뿌리를 두고 양자의 적절한 균형점을 추구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단 하나의 길만이 존재한다는 아집으로는 날로 복잡해지는 세상사를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방법의 장단점을 균형감 있게 고려해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부각하는 것이 디자인 싱킹이다.

오랫동안 전문적인 분야로 발전해온 디자인 분야에서 체계화된 일련의 사고방식의 외연을 넓혀서 제시된 디자인 싱킹은 극심한 불확실성 하에 어떻게 전략을 세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고객가치의 기본을 확실히 하고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난 열린 마음으로 혁신을 추구하면서, 복잡한 변수로 얽혀 있는 사업 환경을 큰 맥락에서 균형감 있게 이해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전략적 사고의 진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재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