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유력 후보자에 지지가 몰리는 것도 '밴드왜건 효과'라고 부릅니다
'밴드왜건'은 퍼레이드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마차나 차량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재커리 테일러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유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는 정치권의 테두리 밖에 있던 사람으로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최초의 인물이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직업군인이던 그는 휘그당(공화당 전신)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전까지 연방의원이나 주지사에 뽑힌 적이 없는 철저한 정치계의 아웃사이더였다. 그렇다면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테일러가 미국의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전쟁영웅’이라는 칭호가 테일러를 대통령으로 만든 한 요인이다.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을 정복하는 데 앞장서고, 멕시코와의 전쟁에도 참전해 미국 영토를 확장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노예제도에 대한 찬반으로 민주당이 두 개의 당으로 쪼개진 점도 테일러의 당선에 발판이 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로 밴드왜건(bandwagon) 덕분이다.
퍼레이드 앞에서 행렬을 이끄는 마차가 ‘밴드왜건’
악단을 태우고 퍼레이드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마차나 차량을 가리키는 밴드왜건은 1848년 대통령 선거 당시 테일러의 선거 유세에 활용됐다. 사람들은 밴드왜건에서 울리는 요란한 음악소리에 이끌려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이렇게 모인 군중은 또 다른 사람을 불러 모으는 효과를 발휘했다. 결국 선거가 테일러의 승리로 끝나자 이후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유세 때 밴드왜건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이어졌다.
오늘날에도 밴드왜건의 효력은 정치계에 여전히 존재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유세 차량은 현대판 밴드왜건과 다름없다. 또한 선거판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유력 후보에게 유권자의 지지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부른다. 흔히 얘기하는 대세론으로, 자신이 던진 소중한 한 표가 사표(死票)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유권자가 시류에 편승할 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다.
허니버터칩·꼬꼬면 열풍도 ‘밴드왜건 효과’
밴드왜건 효과가 정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학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은 재화의 가치나 효용은 그 재화를 사용하는 소비자 수가 증가할수록 커진다는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을 주창하였는데, 밴드왜건 효과가 그 대표적인 예다. 유권자가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던지듯 소비자들 역시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받아 상품을 구매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일었던 허니버터칩과 꼬꼬면 열풍이 밴드왜건 효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두 상품은 엄청난 입소문을 타면서 구매 열풍이 불었고, 온라인에서는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이 밖에도 겨울이면 품귀현상을 보이는 패딩 열풍, 묻지마식 청약 광풍, 맛집에 길에 늘어선 대기 줄 등이 다른 사람의 소비에 자극받아 나타나는 밴드왜건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는 정치권의 테두리 밖에 있던 사람으로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최초의 인물이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직업군인이던 그는 휘그당(공화당 전신)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전까지 연방의원이나 주지사에 뽑힌 적이 없는 철저한 정치계의 아웃사이더였다. 그렇다면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테일러가 미국의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전쟁영웅’이라는 칭호가 테일러를 대통령으로 만든 한 요인이다.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을 정복하는 데 앞장서고, 멕시코와의 전쟁에도 참전해 미국 영토를 확장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노예제도에 대한 찬반으로 민주당이 두 개의 당으로 쪼개진 점도 테일러의 당선에 발판이 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로 밴드왜건(bandwagon) 덕분이다.
퍼레이드 앞에서 행렬을 이끄는 마차가 ‘밴드왜건’
악단을 태우고 퍼레이드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마차나 차량을 가리키는 밴드왜건은 1848년 대통령 선거 당시 테일러의 선거 유세에 활용됐다. 사람들은 밴드왜건에서 울리는 요란한 음악소리에 이끌려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이렇게 모인 군중은 또 다른 사람을 불러 모으는 효과를 발휘했다. 결국 선거가 테일러의 승리로 끝나자 이후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유세 때 밴드왜건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이어졌다.
오늘날에도 밴드왜건의 효력은 정치계에 여전히 존재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유세 차량은 현대판 밴드왜건과 다름없다. 또한 선거판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유력 후보에게 유권자의 지지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부른다. 흔히 얘기하는 대세론으로, 자신이 던진 소중한 한 표가 사표(死票)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유권자가 시류에 편승할 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다.
허니버터칩·꼬꼬면 열풍도 ‘밴드왜건 효과’
밴드왜건 효과가 정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학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은 재화의 가치나 효용은 그 재화를 사용하는 소비자 수가 증가할수록 커진다는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을 주창하였는데, 밴드왜건 효과가 그 대표적인 예다. 유권자가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던지듯 소비자들 역시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받아 상품을 구매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일었던 허니버터칩과 꼬꼬면 열풍이 밴드왜건 효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두 상품은 엄청난 입소문을 타면서 구매 열풍이 불었고, 온라인에서는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이 밖에도 겨울이면 품귀현상을 보이는 패딩 열풍, 묻지마식 청약 광풍, 맛집에 길에 늘어선 대기 줄 등이 다른 사람의 소비에 자극받아 나타나는 밴드왜건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