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시사용어

반도체 슈퍼사이클

“D램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며 반도체업계가 슈퍼호황(super cycle)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25조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1월6일자 A1면
슈퍼 사이클은 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를 뜻해요.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은 PC,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D램 가격이 크게 오르는 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죠.
슈퍼 사이클은 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를 뜻해요.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은 PC,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D램 가격이 크게 오르는 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죠.
한국 경제를 먹여살리는 주력 수출품목 중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다. 여러 전자기기에 꼭 들어가기 때문에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데, 이 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 국내 업체들이 대호황을 맞았다는 반가운 기사다.

슈퍼 사이클이란 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를 뜻한다.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은 PC,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D램 가격이 크게 오르는 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다. D램 값은 지난해 4분기 30% 뛴 데 이어 올 1분기 30% 더 오를 전망이다. D램 수요가 늘고 있지만 생산 업체는 세계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세 곳에 불과하다.(90% 이상 과점) 워낙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여서 후발 주자가 쉽게 진입할 수도 없다. 가격 상승의 수혜를 당분간 이들 업체가 고스란히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원래 슈퍼 사이클은 원자재 시장에서 유래한 말이다. 원자재란 원유, 가스, 금, 구리, 알루미늄 등부터 밀, 옥수수, 커피 등에 이르기까지 공업 생산의 원료가 되는 다양한 자재를 아우른다. 원자재 가격은 1998년부터 급격히 올라 10년 넘게 고공 행진을 했다. 특히 석유와 금은 이 기간 일곱 배나 비싸졌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제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황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원자재 시장은 대체로 20년을 주기로 등락을 반복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근래의 원자재 호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꺾였다. 이보다 앞서 미국 경제가 고속 성장한 1900년대 초반과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 석유가격이 치솟은 1970년대 ‘오일 쇼크’ 시대에 원자재는 슈퍼 사이클을 누렸다. 그러다가 거품이 꺼지며 극심한 조정기가 나타났다.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기쁜 소식이긴 해도 마냥 안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슈퍼 사이클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라는 용어도 있다. 배구 선수의 강스파이크처럼 가격이 단기간에 폭등하는 국면을 가리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