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박사의 '그것이 알고 싶지?'
우주선·비행기·컴퓨터·면도기·전화기·택배…
실현불가능한 헛소리라고 했던 게 현실화됐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자주 빗나간다. 기존의 지식과 고정관념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하지도 마라’는 문장 속에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깃들 틈이 없다.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가인 앨버트 잭이 쓰고 김아람이 옮긴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라는 책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실들이 가득하다.
“우주여행이란 완전한 헛소리다.” 영국 정부의 우주고문 리처드 울리 박사가 1956년에 한 말이다. 불과 1년 후인 1957년 10월4일, 소련은 ‘동반자’라는 뜻의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다. 1960년 8월에는 개 2마리와 쥐 40마리를 태운 스푸트니크 5호를 발사했다. 동물들은 우주여행을 마치고 다음날 지구로 귀환했다. 최초의 유인 우주선은 1961년 4월12일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우고 비행한 보스토크 1호다. 이후 미국과 소련 사이에 본격적인 우주비행 경쟁이 벌어지고, 미국이 아폴로 계획을 통해 우주인을 달에 보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우주선·비행기·컴퓨터·면도기·전화기·택배…
실현불가능한 헛소리라고 했던 게 현실화됐다
우주비행이 문제가 아니다. 1902년 캐나다 출신인 천문학자 사이먼 뉴컴은 “공기보다 무거운 기계로 비행한다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물론 애초부터 불가능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프랑스 육군 5성 장군이었던 페르디낭 포슈는 1904년 “비행기는 흥미로운 장난감일 뿐 군사적인 가치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나는 기계’의 특허를 획득한 때는 1906년 5월이다. 이후 비행기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터다.
IBM회장 “컴퓨터 수요는 5대가 전부”
“세계 컴퓨터의 수요는 기껏해야 5대가 전부일 것”이라는 발언을 한 사람은 놀랍게도 토머스 왓슨 IBM 회장이다. 1940년대 중반의 발언이다. “컴퓨터는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무게가 1.5t은 될 것이다.” 1949년에 나온 미래 예측이다.
‘이 물건은 남자의 상징이다. 집안 남자들이 대대로 물려받아 사용한다. 쓰고 버리고 새 것으로 바꾼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당신은 정신 나간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 물건’은 면도기. 미친 사람 소리를 들은 사람은 킹 질레트다. 질레트 이전에는 칼날이 긴 구식 면도기를 가죽끈에 갈아서 사용하곤 했다. 안전날이 장착된 오늘날의 남성용 면도기가 바로 질레트의 발명품이다.
전화기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그러나 의미없는 장난감’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전화기를 발명해줘서 고맙기는 합니다만, 이 물건은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겁니다. 완벽하게 소식을 전달하는 심부름꾼 소년들을 전화기가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한 사람도 있다. 영국 체신성의 수석엔지니어 윌리엄 프리스 경이다. 그는 전화기를 개인적인 용도의 통신수단이라고 생각했으며, 상업적 통신은 이미 무선전신을 통해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과 같은 보도는 어떤가. “뉴욕의 한 남성이 허무맹랑한 주장을 통해 투자금을 갈취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자신이 금속 전선을 통해 멀리 떨어진 거리의 반대편까지 인간의 목소리를 들리도록 할 수 있다며 지식이 부족하거나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유혹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기계를 ‘전화기’라고 불렀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목소리가 전선을 타고 전달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1868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다. 뉴욕타임스의 오보는 이것만이 아니다. 1936년 ‘로켓은 결코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택배서비스’ 리포트는 C학점이었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서술해야 한다. 이 리포트의 학점은 C다.’ 예일대 경제학부 모 교수가 한 학생의 아이디어를 채점하고 남긴 코멘트다. 이 학생의 이름은 프레데릭 스미스. 리포트에 담아 제출한 아이디어는 컴퓨터 정보망을 이용해 24시간 내에 물건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스미스는 나중에 세계 최대 택배회사 페덱스를 창립한다. 당시에는 상식에 속한 당연한 발언들이 훗날 ‘엄청난 오판’으로 밝혀진 예는 이 밖에도 허다하게 많다. 논어에 학즉불고(學則不固)라는 말이 나온다. ‘배움이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란 뜻이다. 유연하게 사고하라. 고정관념을 깨야 미래로 가는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