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도시 경제권은 어디일까요?
이 그래프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이 발행하는 ‘비타민’ 8월11일자에 실렸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세계 7대 도시의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분석했다. 세계 최대 도시 경제권은 일본 도쿄였다. GDP가 무려 1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도쿄만의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도쿄(1400만명)와 인접한 지바현과 가나가와현이 포함됐다. 모두 3700만명이 이런 규모의 경제권을 유지하고 있다.도쿄 경제권은 사실 웬만한 국가의 GDP보다 크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위권이다. 물론 한국, 브라질, 캐나다의 전체 GDP보다도 크다. 두 번째로 큰 도시경제권은 미국 뉴욕이다. 1조4000억달러 규모의 GDP를 기록했다. 뉴저지, 코네티컷주를 포함한 뉴욕 경제권에는 2000만명이 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 서울+인천, 영국 런던이 8600억달러, 8460억달러, 836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자체 인구만 보면 380만명뿐이지만 넓은 범위의 로스앤젤레스 경제권에는 1800만명이 거주한다. 한국의 경제 중심지인 서울+인천에는 1300만명이 있다. 서울+인천이 세계 4위다. 서울+인천이 이렇게 큰 규모의 경제권이라는 사실을 아는 한국 사람은 드물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른다는 말을 외국 경제인으로부터 자주 듣는다. 경제와 관련한 수치를 들려주면 학생들은 대부분 ‘진짜 그렇냐’고 반문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말만 들어서 그런지 모른다. 한국은 세계에서 정말 잘 사는 나라다. 못 사는 나라의 학생들에게 욕을 들어먹을지도 모를 정도로 한국 학생들은 어느새 자학적인 세계관을 가지게 됐다. 학교 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우리가 영국 런던 경제권보다 크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런던 경제권은 수도 런던(City of London)과 32개 런던 특별구(borough)로 구성된 국제금융의 중심지다. 인구는 860만명, 면적은 서울의 2.6배다. 쾌적한 크기다. 프랑스 파리 경제권은 6위다. 7150억달러다. 인구는 파리 224만명과 근교 지역을 합해서 1000만명쯤 된다. 런던과 함께 유럽 경제권의 2대 도시라고 하지만 절대 액수로는 서울+인천보다 작다. 물론 서울+인천의 인구가 월등하게 많은 이유도 있지만. 일본의 오사카와 고베 경제권도 크다. 6720억달러다. 이 밖에 중국 상하이, 홍콩-주강 삼각주 등 중국의 도시 경제권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류의 문명은 도시에서 시작됐다. 도시는 모든 정보와 일자리를 공급한다.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도시 규모가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로 커지는 이유는 바로 도시가 주는 혜택 때문이다. 사람들이 농촌이 더 좋은데도 도시로 오는 것이 아니다. 농촌에는 없는 정보와 일자리, 문화, 산업, 소득을 도시가 공급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다. 도시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한다. 개개인이 농촌에서 나무 베어서 땔감으로 쓰는 것보다 가스를 집단적으로 공급받아 가장 효율성 있게 관리 운영된다. 또 주변 숲도 살린다.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 살기 때문에 주변 삼림이 보호된다. 서울에 사는 모든 이가 주변 산과 들로 뿔뿔이 단독주택식으로 흩어져 산다고 상상해보자. 주변 산은 남아돌지 않을 것이다. 도시는 빌딩과 아파트가 위로 솟기 때문에 환경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도시가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다. 도시는 또 모르는 사람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회사를 만들게 한다. 주식회사는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출자해 만든 기업이다. 도시에 정보가 있고 자본이 흐르기 때문이다. 도시는 분업이 보다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든다. 가까운 곳에 연계 산업과 정보가 있다. 도시는 더 나은 문명을 만든다.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