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선강퉁' 5일부터 허용…자본시장 개방 차원
◆선강퉁과 후강퉁중국 선전증시와 외국인 투자가 자유로운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이 5일부터 시행된다. 중국과 홍콩의 증권거래당국은 25일 네트워크 점검 시험을 거친 뒤 12월5일 선강퉁을 개통한다고 밝혔다. 선강퉁이 시행되면 한국 개인 투자자도 홍콩증권거래소를 통해 선전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11월 26일 한국경제신문
☞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직후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우리처럼 자본시장이 자유화돼 있지 않다. 중국 정부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외국 투자자에 한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중국 증시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이게 적격 외국기관투자가(QFII) 제도다. 외국인이라면 QFII를 따야만 중국 자본시장에 투자할 권한이 생긴다. 중국 정부가 QFII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급격한 외국 자본 유출입을 관리해 나라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자는 뜻이다.
따라서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는 제한돼 있다. 중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QFII의 중국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후강퉁을 이용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후강퉁은 해외 투자자들이 홍콩 증권거래소를 통해 상하이증시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상하이를 뜻하는 ‘후’와 홍콩을 의미하는 ‘강’을 조합해 만들어진 용어다.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 간 교차매매를 허용한 것으로, 해외 개인 투자자들도 홍콩증시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후강퉁은 2014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후강퉁에 이어 5일부터 선강퉁(深港通)도 시행한다. 선강퉁은 상하이증시와 더불어 중국 양대 증시인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홍콩증시를 통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선강퉁이 실시되면 해외의 개인이나 QFII를 획득하지 못한 기관 투자가들이 홍콩거래소를 통해 선전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사고팔 수 있으며, 중국의 개인과 기관 투자가들도 선전거래소를 통해 홍콩증시에 상장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도 펀드 등 간접 투자가 아니라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후강퉁이나 선강퉁은 중국 주식을 사려는 수요 기반을 넓혀 중국 증시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선강퉁 대상 종목은 전체 상장종목의 절반 수준인 약 880개로 예고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선전증시 시가총액의 71%인 881개 종목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1990년 12월 설립된 선전거래소에는 대기업과 국영 기업 중심인 상하이증시와 달리 ‘신경제’ 주식으로 불리는 정보기술(IT), 바이오, 의료기기 및 서비스업종 등의 주식이 많다. 그래서 ‘중국의 코스닥’으로 불린다. 선전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시가총액(주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해 구함)은 22조3000억위안(약 3800조원) 규모로 상하이 거래소 31조위안(약 5270조원)보다 적지만 상장기업 수는 1800개로 상하이거래소(1121개)를 크게 웃돈다. 거래 대금도 상하이거래소보다 많다. 선전거래소는 거래대금 기준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며, 시가총액 기준으론 세계 7위다.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의 세 배 규모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투자설명회를 열거나 추천 종목 안내서를 발간하는 등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과거 대한민국이 그랬던 것처럼 자본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경제와 자본시장 체질이 좀 더 강화되면 우리처럼 완전 개방하는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