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국가가 선진국…잘 살아야 치안투자도 많아요
이 그래픽(한국경제신문 비타민 5월26일자)은 ‘여행자들이 매긴 각국의 치안수준’을 보여준다. 치안수준은 범죄지수와 안전지수를 집계한다. 이 자료는 세계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사이트인 넘비오(NUMBEO·www.numbeo.com)에 실렸다.
넘비오는 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대상 국가는 117개였다. 문항별로 마이너스 2점에서 플러스 2점까지 매기는 방법을 사용했다. 안전지수는 100에서 범죄지수를 뺀 것이다. 그랬더니 국가별로 평점이 표와 같이 나왔다.안전지수 80점 이상은 치안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를 말한다. 60~80점은 높음, 40~60점은 보통, 20~40점은 불안, 20점 미만은 매우 불안으로 구분한다. 단계별로 보자. 치안수준이 최상위인 나라는 한국이다. 싱가포르와 일본이 뒤를 이었다. 세계 1위인 한국은 85점을 웃돌았다. 기분 좋은 1등이다. 여성이 밤길을 혼자 다녀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 올랐다. 가끔 사고가 나지만 그것은 주로 뒷골목 얘기다. 대도시 주요 도로 등에선 난데없이 강도가 나타나 부상을 입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싱가포르와 일본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치안을 자랑한다. 아시아 경제를 대표하는 한국, 싱가포르, 일본이 1~3위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북한 같은 나라들은 왜 최상위권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인종이나 문화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판단 기준으로 삼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한 가지 객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있다. 치안에 투자를 많이 하느냐 안 하느냐다. 한 국가가 치안에 투자를 많이 하려면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치안과 같은 복지투자 여력이 생긴다. 또 잘살게 되면 안전투자 요구가 높아진다. 환경에 대한 투자는 잘사는 나라일수록 많다는 점과 같다. 잘 살더라도 안전투자가 적으면 안전한 국가가 못 된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나라도 안전투자를 줄이는 역효과를 낳는다. 안전투자를 늘리면 그에 상응해 그 안전투자를 늘린 서비스의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유도한다. 세월호 사건 때도 이 점은 지적됐다. 세월호 탑승가격이 낮은 가격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던 탓에 세월호 운영자들은 사람과 화물을 더 싣고, 안전투자를 게을리 하는 방법으로 배를 운영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 싱가포르, 일본은 이런 투자 외에도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문화, 질서를 지키게 하는 교육, 유교적 질서 의식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치안수준 ‘높음’에 해당하는 홍콩, 대만, 덴마크,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 등도 모두 선진국에 해당한다. 홍콩은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조직폭력단이 길거리에서 총을 막 쏘는 나라가 아니다. 대만도 비교적 안전하다. 미국은 어디 있나? ‘보통’ 국가군에 있다. 76위다. 총기 휴대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서부개척시대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총기 휴대였다. 이것이 헌법상 권리로 굳어졌다. 미국에서 자고 일어나면 총기사고와 길거리 폭력사고가 자주 목격된다. 학교에서도 무차별 총격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경제적 상황이 최악의 국면에 들어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가장 최근에 독립한 남수단, 인종 갈등이 심한 남아프리가 공화국, 부패가 심한 나이지리아, 케냐, 짐바브웨 같은 나라들은 여행자들이 매우 불안을 느끼는 나라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