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경제 덕분…세계 불평등은 줄고 있어
그래프(한국경제신문 비타민 6월30일자 2면)는 스위스 크레디스위스은행이 발표한 ‘세계 부(富) 보고서 2015’에 나온 중산층 숫자입니다. 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중산층은 자산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5만~50만달러를 가지고 있는 성인 인구를 가리킵니다. 2015년 세계 중산층 인구는 얼마나 될까요? 6억6500만명쯤 된다고 합니다. 세계 인구의 14%입니다.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의 5억2400만명에 비하면 무려 1억4000만명이나 증가했습니다.그래프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놀라운 나라는 바로 중국입니다. 중산층 인구가 1억876만명이라는군요. 9185만명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습니다. 순위를 조금 더 볼까요. 일본이 6205만명, 이탈리아가 2940만명, 독일이 2846만명, 영국이 2794만명, 프랑스가 2384만명, 인도가 2367만명이군요. 한국은 1736만명으로 2094만명인 스페인에 이어 10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10위라는 것은 사실 대단합니다.
중국이 오늘의 초점이므로 좀 더 들여다볼까요. 중국이 1위지만 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조금 무리입니다. 중국 인구 자체가 많으니까요. 중국 인구는 미국에 비해 4배가량 많습니다. 한 번 늘면 확 늘어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국은 2000년 이후 중산층이 4340만명이나 늘었습니다. 2200만명에 그친 미국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입니다.
이 그래프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런 단순한 수치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세계화가 세계 불평등을 더 심화시켰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중국만 보아도 이것은 명확하게 입증됩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개방경제를 도입하면서 세계화 물결에 올라탔습니다. 중국의 중산층 성장은 개방경제, 즉 세계화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은 사회주의 중앙통제 경제로 인해 2000만~3000만명을 굶겨 죽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정치는 여전히 일당독재국가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결과, 요즘은 세계 1위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나라가 됐습니다. 세계화가 중국의 중산층을 키웠다는 뜻은 세계의 부(富)가 더욱 평평해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인도를 볼까요. 중국과 비슷합니다. 인도는 중국처럼 오랫동안 세계화 물결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개방개혁을 막는 신분제도와 자급자족식 부패는 인도 경제를 몰락의 길로 밀어넣었습니다. 인도의 계층은 부자 아니면 가난뱅이로 나눠질 정도로 부의 불평등이 심했습니다. 인도 인구가 10억명이 넘지만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3%를 넘지 않았습니다. 최근 인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경제를 개방하고 세계 무역에 적극 가담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에 7%를 넘었습니다. 중산층 인구도 2367만명에 달합니다. 세계가 시장을 개방하고 경쟁하고 교역하면 중산층이 늘어난다는 것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중산층이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역이 늘고 제조업이 늘고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임금소득이 높아지는 등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매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일찍이 말했듯이 무역은 비교우위의 게임이므로 무역 당사자들은 서로 이익을 얻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불평등지수인 지니계수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중간층이 넓어진 덕이죠. 일전 토마 피케티라는 프랑스 교수가 세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케티 교수는 통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소득 불평등을 계산했다는 것이 들통났습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