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지하철 안전 강화 위해 통합해 인력 늘려야”
○ 반대 “지금은 경쟁체제로 가야할 때 덩치 커져도 안전 보장 못해”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의 최대 교통 방편인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통합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두 지하철공사의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기구인 노사정협의회도 가동에 들어갔다. 이전에 서울메트로 노조가 통합에 반대했으나 반년여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고속철도가 코레일의 기존 KTX외에 서울 수서발의 별도 고속철 회사인 SR이 영업에 들어가면서 2사 경쟁체제로 들어가는 것과는 반대의 길이다. SR이 12월에 정식 개통키로 하면서 고속철도가 요금인하, 마일리지 제공, 서비스 강화 경쟁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울의 양대 지하철은 안전 강화를 이유로 통합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 지하철의 통합은 실효성도 담보하지 않은채 덜커덕 거대한 공룡 공기업만 만들어낸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 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찬성○ 반대 “지금은 경쟁체제로 가야할 때 덩치 커져도 안전 보장 못해”
양대 서울지하철 통합 논의의 표면적인 명분은 ‘안전성 강화’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과거에도 크고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역구내 전동차 안전문) 보수 공사를 하던 10대 기능공이 안타깝게 숨진 사건이었다. 그 당시 ‘지하철 노조가 조합원을 산하 협력사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면서 비롯된 비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방공기업의 주인격인 서울시는 종합안전대책 수립에 나섰고, 시민대책위원회라는 한시적인 기구를 가동했다. 그 결과 지난 8월 나온 대안이 양대 지하철공사를 통합해 중복 인원을 안전과 관련된 현업 부서에 투입하고,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통한 경영합리화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경영합리화 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반영된 결론이었다.
지하철공사의 이사회에 노조 등의 대표를 보내는 ‘근로자 이사제’ 같은 제도도 함께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슈가 됐던 스크린도어 관리분야도 외부 발주 방식에서 지하철공사 직영체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안전인력은 늘어나게 됐다. 직원들의 연봉을 300~400만원 가량 올리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안전인력은 늘어나지만 효율적인 인력관리와 함께 경영합리화 추진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통합논의에 가속도를 붙였다. 통합은 주도권을 쥔 서울시가 적극적이며, 양대 지하철의 노조가 이에 동의하면서 ‘노사정협의회’가 구성됐다. 이후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안전에 관한한 서울시는 지하철공사에만 맡겨두지 않고 직접 챙기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 반대
고속철도가 코레일의 KTX와 SR의 SRT로 본격 경쟁체제에 돌입하는 와중에 서울지하철의 통합은 거꾸로 가는 것이다. 안전을 내세웠지만 단순히 덩치만 키운다고 지하철의 안전이 강화된다는 보장도 없다.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보수공사때의 참극도 전문성이 없는 서울메트로의 퇴직자들까지 시공업체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면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대 지하철이 통합되면 직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초대형 공룡 공기업이 생기는 것이 된다. 5년전, 인천의 지하철인 인천메트로와 인천교통공사가 합쳐진 인천교통공사 1800명보다 무려 8배이상 크다. 전국의 지방공기업중 최대 규모다. 지금은 서울시장과 노조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최근의 파업도 끝나기는 했다. 물론 당시 파업종료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미봉책이었을 뿐이다. 나중에 서울시장이 바뀐뒤 단일화된 지하철공사가 작정하고 파업에 돌입하는 경우도 미리 상정해야 한다. 단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대체 기관사 확보도 어려워져 시민의 발이 완전히 묶히게 된다. 한마디로 통제불능의 상황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통합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지하철 5-8호선은 자동운행장치(ATO)로 운행하고, 1-4호선은 수동운행방식(ATS, ATC)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양쪽의 기관사 교환근무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결국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론이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누적되는 적자도 늘어나는 무임승차(65세 이상 등)와 부실한 경영으로 인한 것이어서 통합만으로 적자구조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 생각하기
'통합 서두르기보다 근본적인 경영합리화 고민해야'
기업의 통합은 통합대로, 분사와 매각은 그것대로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 고도의 경영 판단에 따르거나 시장의 논리에 의한 것도 있고, 이번 서울시의 의도처럼 정치적·행정적 목표에 의한 통합과 분리도 있다. 그런 목표나 접근법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수 밖에 없다. 행여라도 서울시장이 강력한 노조와 결탁하겠다는 식의 정치적 계산이라도 깔리게 되면 거대 공기업의 탄생에 따른 파장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커질수 있다. 이미 노조의 힘이 커진 상황에서 서울 지하철의 단일노조는 서울시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날수도 있다.
수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서울지하철이 통합으로 경영합리화를 꾀할수 있느냐 하는 점이 좀더 근본적인 문제다. 이미 서울메트로 3조568억원, 서울도시철도공사 1조2540억원의 부채에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이 구조를 깰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어야 한다. 단지 통합으로 안전이 담보된다는 보장도 없다. 서두르는 통합은 더욱 불안하다. 다양한 의견과 깊은 분석을 바탕으로 경영합리화와 안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서울지하철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해나가야 할 상황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