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 도입… "금융완화 위한 새로운 프레임 워크"
◆ 일본은행의 QQE 정책

일본은행이 장기 금리를 직접 조정하는 새로운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단기 금리 조정(일드커브 컨트롤)’을 추가한 양적·질적 금융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완화를 더욱 강력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 워크”라며 “정책 지속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22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일본중앙은행 "물가 2%로 올릴 때까지 돈 풀겠다"
☞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Bank Of Japan)이 경기 부양을 위해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적·질적 금융완화’(QQE: Quantitative and Qualitative Monetary Easing)’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양적·질적 금융완화란 무엇이고, 일본은행은 생소한 이 정책을 통해 무엇을 노리는 걸까?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 수단에는 크게 △재정 정책 △금융통화 정책이 있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지출이나 세금을 조정하는 것으로, 경기부양을 위해선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줘야 한다. 금융통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해 경기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경기를 살리려면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면 금리(이자율)와 통화가치가 떨어져 소비와 투자, 수출 등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일본은행도 그동안 크게 두 개의 카드를 써왔다. 하나는 양적완화(QE)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돈을 무제한적으로 푸는 정책이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부터 양적완화를 시행,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돈을 풀어오다 2014년 10월에는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양적완화는 일본은행이 시중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면 시중에 현금이 나가고 일본은행 안으로 국채가 들어와 시중 통화량은 증가하게 된다.

또 하나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다. 제로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지난 2월 마이너스 금리(-0.1%)로 더 낮췄다.

양적·질적 금융완화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21일 또 다른 카드를 추가했다.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이 그것이다. 양적·질적 금융완화의 핵심은 장기 금리를 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7월27일 사상 최저인 -0.295%까지 하락했었다.

기존 양적완화 정책의 틀안에서 국채 매입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장기금리, 즉 10년물 국채 금리를 0%대로 유지한다는 게 일본은행의 생각이다. 그래서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은 ‘장기금리 타기팅(목표) 정책’이라고도 한다. 양적·질적 금융완화란 용어는 양적완화 정책의 질적(Qualitative) 측면을 보강한 것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중앙은행들이 시중 금리를 조절하는 데 기준으로 사용하는 기준금리는 단기금리가 대상이다. 단기금리를 조절하면 시중의 단기금리는 물론 장기금리도 따라온다. 일본은행의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은 단기금리(정책금리)뿐만 아니라 장기금리마저도 중앙은행이 조절해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이와 함께 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연 2%에 도달하기 전까지 양적 및 질적 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한편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장기금리 조작목표 인하 등의 추가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양적·질적 금융완화 도입 이유와 전망

일본은행이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한 이유는 뭘까?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금융회사의 수익기반 확대다. 지난 2월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이후 미쓰비시UFG 등 일본 메가뱅크들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5대 시중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예대 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차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 상태인 10년 만기 장기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높여 단기금리와 차이를 벌리면 예대 마진이 확대되고, 수익성이 좋아지면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확대할 유인을 갖게 된다.

둘째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여보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들이 예상하고 있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이다. 경제 주체들이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해야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결과로 더 이상 살 만한 국채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배경이다. 일본은행의 국채보유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86조엔으로 2013년 3월 말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뜻대로 경기가 살아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난 2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2%에 그쳤다. 일본경제(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양적완화에서 금리 정책으로 전환했지만 물가상승률 2% 달성의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단기 결전을 노렸던 구로다가 지구전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