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공략하기 ⑫ - 청녹두와 청록색

[영·수야! 놀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한자로 ‘冷’은 ‘찰 랭’ 자다. 이 말이 우리말 안에서 무수한 단어를 생성해냈다. ‘냉동, 냉방, 냉수, 냉혹하다’를 비롯해 ‘고랭지, 공랭식, 한랭전선, 보랭 효과’ 등 셀 수 없이 많다. 두 부류는 표기에서 ‘랭’과 ‘냉’으로 갈린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른 차이다. 두음법칙, 즉 단어 첫머리에서 ‘ㄹ’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둘째 음절에서부터는 본음대로 적으면 된다.

대부분의 모국어 화자는 따로 두음법칙을 배우지 않아도 단어 첫머리에 오는 말을 틀리지 않게 적을 수 있다. 그러나 고랭지 등 첫머리가 아닌 경우는 헷갈려할 때가 많다. ‘고랭지 재배’와 ‘고냉지 재배(×)’, ‘공랭식’과 ‘공냉식(×)’, ‘한랭전선’과 ‘한냉전선(×)’, ‘보랭 효과’와 ‘보냉 효과(×)’. 이런 말들이 뒤의 것이 틀렸음을 분별할 수 있고 왜 잘못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면 두음법칙의 절반은 이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말들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대부분 ‘글자의 결합을 어떻게 가르느냐’에 따라 해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청녹두(靑綠豆)’와 ‘청록색(靑綠色)’에 쓰인 ‘녹’과 ‘록’은 모두 한자 ‘綠’을 표기한 것이다. 대개는 ‘청녹두’를 ‘청록두’로 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청록색’은 ‘청녹색’으로 적는 이가 의외로 많다. 같은 위치, 같은 한자인데 어떤 경우는 ‘녹’이고 다른 경우는 ‘록’으로 적는다. 왜 그럴까. 비밀의 열쇠는 ‘단어의 결합관계’에 있다. ‘청녹두’와 ‘청록색’은 단어 간 구성이 다르다는 뜻이다.

우선 ‘녹두(綠豆)’는 빈대떡의 재료가 되는 식물 이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여기에 ‘청’이 붙었으니 이 말의 구성은 ‘청+녹두’다. 단어끼리 결합한 말은 독립된 단어마다 두음법칙을 적용한다는 원리에 따라 표기는 ‘청녹두’다. 이에 비해 ‘청록색’은 ‘청록+색’의 결합으로 풀이된다. ‘녹색’을 연상하는 사람들은 ‘청+녹색’의 구조로 볼 수도 있겠으나 ‘청록’이 한 단어다. 여기에 ‘-색’이 붙은 구조다. 주황색, 연두색 등 ‘~색’으로 연결되는 모든 단어는 ‘OO+색’의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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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녹두’와 ‘청록색’을 구별한다면 우리말 두음법칙을 거지반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 예외를 알아두면 더 좋다. 예외란 통상 ‘관용적으로 굳은 표기’라고 알아두면 된다. ‘미립자’와 ‘소립자’를 보자. 두 말에는 우리가 아는 ‘입자’란 단어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익힌 대로 ‘미+입자’ ‘소+입자’의 구성일 테고 표기도 당연히 ‘미입자’ ‘소입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닐까? 원칙은 그리 적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음 습관이 이미 ‘미립자’ ‘소립자’로 굳어져 있어 굳은 대로 표기를 인정했다. ‘파렴치’도 ‘몰염치(沒廉恥)’처럼 ‘파염치’로 적어야 할 말이지만 이 역시 발음이 굳어 예외로 처리했다.

The Way Up To Heaven
하늘과 땅이 전하는 영어 표현들


배시원 선생님은 호주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
배시원 선생님은 호주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
All her life, Mrs Foster had had an almost pathological fear of missing a train, a plane, a boat, or even a theatre curtain.
포스터 부인은 평생 기차, 비행기, 배 시간을 놓치는 것, 심지어 극장의 막이 올라가는 시간을 놓치는 것도 거의 병적으로 두려워했다.

In other respects, she was not a particularly nervous woman, but the mere thought of being late on occasions like these would throw her into such a state of nerves that she would begin to twitch.
다른 점에서 보자면 그녀는 별로 신경이 예민한 여자가 아니었지만, 이런 일에 늦는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신경이 예민해져서 경련을 일으킬 정도였다.

윗글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로 유명한 ‘로알드 달(Roald Dahl)’의 단편 소설, [The Way Up To Heaven]의 첫 부분입니다.

섬뜩한 반전이 돋보이는 이 소설의 제목에 왜 굳이 heaven(천국)이란 단어가 들어갔을까를 고민해 보며, 오늘은 하늘과 땅에 관련된 영어 표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seventh heaven과 cloud nine이란 표현 기억하시나요? 예전 칼럼에서 다뤘던 표현들인데, ‘7번째 천국’과 ‘9번째 구름’ 둘 다 ‘최고의 행복’을 뜻하는 표현이랍니다. 아무래도 하늘 위에, 구름 위에 떠 있으면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겠지요. (그 유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예전 칼럼을 참조해주세요)

[영·수야! 놀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Heaven의 형용사인 heavenly에는 ‘하늘의, 천국의’란 뜻 외에 ‘아름다운, 훌륭한’이란 뜻도 있답니다. 아무래도 ‘하늘과 천국’에 있는 것이라면 뭔가 세상의 것들과 다를 거라는 믿음 때문에 생긴 표현이겠지요. 그래서 ‘아름다운 정원’을 a heavenly garden이라고 쓸 수 있답니다.

Sky 역시 heaven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곳’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래서 pie in the sky가 ‘그림의 떡’이고, the sky is the limit이라고 하면 ‘무제한이다’라는 표현이 된답니다.

반대로 ‘세속의, 현실적인’이란 뜻을 가진 mundane에는 ‘평범한, 재미없는’이란 뜻도 있답니다. 그래서 mundane explanation 표현이 ‘평범한(혹은 진부한) 설명’이란 뜻이 되는 것이지요.

끝으로 move heaven and earth to라고 하면 ‘전력을 다하다, 온 힘을 쏟다’라는 뜻이 됩니다. ‘하늘’도 ‘땅’도 옮길 의지가 있다면 아마도 못할 일은 없을 거라 믿으며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모든 학생들 홧팅 또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