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KDI 연구원 kimmj@kdi.re.kr
요즘에는 귀여운 동물들이 참 인기가 많다.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심심풀이로 게시물을 훑어보다가 앙증맞은 모습을 한 고양이나, 사람의 말귀를 알아들으며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 영상을 보고 ‘좋아요’를 한 두 번씩 눌러보았을 것이다. 굳이 SNS를 하지 않더라도, 지하철 광고 영상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매체에서는 귀엽고 영특한 동물들의 모습을 담아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살기 빡빡한, 삭막한 현시대라고 하지만 이와는 모순되게 혹은 삭막한 사회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커져가고 있다. 특히나 최근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참으로 크다.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라고 지칭했던 것을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는 상황만 보아도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즐거움을 주는 애완동물을 단순히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자로서 대우하고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반려동물로 지칭하도록 제안되고 있다.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1983년에 동물학자인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가 처음으로 제안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의 통용화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과 함께 생활해오면서 감정적,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을 의지해 왔다.수렵사회에서는 사냥에 도움을 얻고자 개를 길들여 키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농경사회에 이르러서는 재배하는 곡식을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동물을 키우거나, 식용으로 이용되는 동물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들과 생활을 함께 했다. 즉 과거에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던 동물들은 주로 식량 혹은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경우에는 고양이의 인기가 매우 컸는데 고양이를 신성하게 여겨 종교적인 이유로 귀하게 다뤘던 이유도 있지만, 고양이를 키움으로써 식량 창고에 모여드는 쥐나 여러 해충들을 방지할 수 있었다. 신성하게 여겼던 고양이도 나름의 경제적인 일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시대의 반려동물처럼, 경제적 목적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감정적 교감을 목적으로 동물을 키웠던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이집트 무덤을 보면 파라오가 고양이 등의 동물을 애완용으로 돌보았음을 유추할 수 있는 기록이 있고, 중국의 왕족들은 애완견을 많이 길러왔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귀족들 역시 애완동물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다고 한다.
다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것은 통치계급이나 귀족들에 국한되어 있었다. 먹고사는 것이 급선무인 일반 서민들에게는 일하지 않는 동물을 키울만한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오직 부유한 통치계급이나 귀족의 경우에만 애완용 동물을 키울만한 재력과 여유가 있었고, 그들은 부와 신분 정도가 높을수록 애완동물에 대한 소유가 더욱 활발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점차 보편화되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반려동물의 종류 또한 다양해 졌다. 일반적인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족제비, 쥐, 거미, 뱀, 이구아나에 이르기까지 함께 생활하는 동물로서는 상상해보지 못했던 종류의 반려동물도 참 많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가치가 많이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전에는 반려동물을 통해 단순히 정서적 교감을 원했더라면, 지금은 자신을 표현하는 일부분으로서 개성 표출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급격한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등 외로운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의 ‘2015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는 2000년 15.5%에서 2010년 23.9%로 늘어났다. 심지어 자녀를 낳아 양육하는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며 행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도 있으며, 현시대의 외로운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돌봄으로써 심리적 육체적 건강과 위안을 얻고자 한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5년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사육비중이 2010년 17.4%, 2012년 17.9%, 2015년 21.8%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그만큼 반려동물의 수요가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많아짐으로써 생겨난 또 다른 사회적 변화 중 하나는, 반려동물시장의 급격한 성장이다. 현시대에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반려동물을 통해 얻는 효용은 이미 경제적 금전적 가치의 차원이 아니다. 그들은 경제적 부담이 생겨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반려동물을 돌보고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기에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장이 매우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미용실과 병원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이 시간을 보내며 놀 수 있는 유치원과 학교도 있으며, 최신식 시설을 갖춘 반려동물 스파나 호텔 등도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반려동물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용품 및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뿐만 아니라 관련 직종들 또한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관리사 및 행동교정사부터 반려동물교감사, 반려동물매개심리상담사, 펫케어상담사,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직종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반려동물이 인간과 생활을 공유하고 감정적 즐거움 나누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듯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선호는 모두 다르겠지만 이들이 새로운 생활 소비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반려동물들과 현명하게 공존할 수는 자세 또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김민정 KDI 연구원 kimmj@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