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역사란 과거를 산 인간들이 행한 일들의 기록이자 인류의 발자취다. 따라서 역사 속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인간의 본질이 담겨 있다. 역사를 면밀히 관찰하고 바르게 이해한다면 삶의 지표가 되는 지혜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시대를 앞서 산 사람들이 겪은 일과 거기에 담긴 의미를 통해 우리는 오늘의 발전을 도모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사성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이나 과거의 일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고사성어에는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교훈이나 경구가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한시대 사마천이 펴낸 ‘사기(史記)’에는 전국시대 유세객으로 유명했던 진진(陳軫)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진이 진나라에 머물며 혜왕을 돕고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는 한나라와 위나라가 1년 넘게 전쟁을 하고 있던 때로, 혜왕은 자신이 두 나라를 화해시켜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왕이 진진에게 어찌해야 할지를 묻자, 진진은 답 대신 변장자(卞莊子)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주었다.힘이 세고 용감하기로 유명한 노나라 사람 변장자가 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해 어느 마을의 여관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침내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변장자는 당장에라도 호랑이를 때려잡을 기세로 뛰쳐나갔다. 이때 여관 심부름꾼이 말리며 이르기를,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소를 잡아먹으려고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싸움에서 한 놈은 죽을 것이고, 살아남은 놈도 필시 큰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그때 어른께서 나서 상처 입은 놈을 잡는다면 쉽게 두 마리 모두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진진의 말은 들은 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나라와 위나라를 화해시키는 대신 두 나라 간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전쟁이 끝났을 때 승리는 한나라의 몫이었지만, 한나라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이때 혜왕이 군사를 일으켜 한나라를 공격하니 힘들이지 않고 위나라와 한나라 모두를 함락할 수 있었다. 진진의 뛰어난 계략 덕분에 진나라가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실리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거양득은 ‘하나의 일로 두 가지의 이득을 얻는다’는 뜻을 지닌 고사성어다. 즉, 일거양득의 꾀를 부리면 기대한 것 이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학에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는 현상이 있다. ‘긍정적 외부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긍정적 외부효과란 한 경제주체의 행위가 의도치 않게 제3자에게 혜택을 주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제3자가 지불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 가면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관객이 있건 없건 또는 그들이 비용을 지불하든 말든 준비해온 공연을 거리에서 펼쳐 보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마치 조각상인 냥 꼼짝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예술가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누군가가 동전 한 닢이라도 던져야만 비로소 공연을 시작한다. 공연의 길이와 내용 또한 철저히 지불한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푼돈이면 잠시 움직이다 마는 정도에 그치지만, 지폐라도 나올 때면 공연은 길어지고 기념촬영에도 흔쾌히 응해준다. 정해진 가격도 없고 정식 무대가 갖춰진 것은 아니지만, 티켓을 구입해 극장에서 관람하는 공연과 똑같은 방식의 거래가 예술가와 관객 사이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문제는 공연이 거리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극장 공연의 경우 관객 모두가 티켓을 구매하기 때문에 비용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 하지만 거리 공연은 그렇지 않다. 공공장소에서 열리다 보니 돈을 내지 않은 행인들의 관람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예술가에게 돈을 낸 사람이 행인들에게서 돈을 받기도 애매하다. 즉, 행인들은 타인이 지불한 비용을 통해 무료로 공연을 관람하는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 경제주체의 거래 행위가 뜻하지 않게 타인에게 이득을 줄 때, 그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경우를 가리켜 ‘긍정적 외부효과’라고 한다. 하나의 거래로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이 이득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경제학의 ‘일거양득’인 셈이다.
하지만 개인의 행동이 타인에게 항상 이득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다주기도 하는데, 이를 가리켜 ‘부정적 외부효과’라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흡연이다. 흡연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는 간접흡연으로 주변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심한 경우 그들의 건강을 해친다. 실제로 간접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의료비를 포함하여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흡연자가 이에 대한 대가를 직접 지불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들어 많은 지자체에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는 흡연으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부정적 외부효과는 긍정적 외부효과와는 반대로, 한 경제주체의 행위가 의도치 않게 제3자에게 피해를 주지만 행위주체가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진나라의 고사로 돌아가면, 혜왕은 진진의 계략 덕분에 한나라와 위나라 모두를 취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국토를 확장하고 국가의 부를 증가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나라는 이로 인해 더욱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혜왕은 백성의 칭송을 받아 정치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즉, 하나의 행위가 끊임없이 긍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일거양득의 반복 현상이 당시 진나라에서 나타난 것이다.
과학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로 인간의 삶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 새로 생겨나면서 과거보다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 외부효과가 지금보다 많이 발생한다면 인간의 삶은 훨씬 풍요롭고 편리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고, 또 타인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가 긍정적 외부효과가 풍부한 ‘도움이 되고’ ‘이득이 되는’ 일거양득의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원식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