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30년간 사회 변화와 흐름을 수용하는 개헌 필요"
○ 반대 "개헌 논의보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에서 또다시 개헌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논의에 본격 불을 붙인 것은 정세균 국회의장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20대 국회에서 개헌이 매듭지어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 등도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통령 선거를 일정 기간 남겨두기만 하면 되풀이되는 개헌 논의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개헌에 부정적이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개헌 논의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개헌 필요할까요
○ 찬성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은 이제 더 이상 논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좁은 시야를 벗어나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 다양한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담아내는 개헌이 돼야 한다. 지금 많은 분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대통령은 직선으로 뽑아 국가원수 지위를 부여하고 총리는 내각제 형태로 국회에서 뽑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본권, 선거제도, 지방자치 역시 마지막 개헌이 이뤄진 1987년 이후 3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헌법학자 출신이자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하며 올 연말까지 개헌 논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 돼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이원집정부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다음 대선이 1년 반 남았기 때문에 연말까지 국회에서 개헌안을 마련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고 내년 12월 대선은 새로운 헌법으로 치르는 게 나라의 미래를 위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개헌 블랙홀’론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개헌 논의를 안 해서 경제가 활성화됐느냐”고 반문했다.

○ 반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개헌 블랙홀’이라고 언급하는 등 개헌 논의 자체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경제 살리기에 방해가 된다는 논리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다소 부정적인 견해다. 그는 지난 6월1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개인적으로 ‘87년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곧바로 개헌 논의에 들어갈 만큼 국민적 관심과 합의가 이뤄져 있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장우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20대 국회가 시작한 시점에 개헌 논의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개혁정책이 가속력을 받아야 하는데 개헌 이슈가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조기 개헌 논의에 반대 뜻을 나타냈다. 그는 “규제 혁파,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해야 하고 기업 구조조정 문제도 있다”며 “국회가 이런 현안부터 해결한 다음에 개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개헌 논의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 경제 상황에서 여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지 않으냐”며 “국회의장이 얘기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차기 대권 주자들이 공약으로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생각하기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 곰곰이 생각해야"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여론조사 전문 업체 리얼미터가 최근 19세 이상 유권자 515명을 대상으로 헌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개헌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69.8%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12.5%)의 5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구조를 개편한다면 어느 방안이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4년 중임 대통령제’가 41.0%로 대다수로 나타났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19.8%, ‘다수당이 행정부를 책임지는 의원내각제’는 12.8%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14.5%였다. 여론조사상으로는 국민의 70%가량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이다.

문제는 개헌의 내용이다. 지금 거론되는 개헌론은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를 개선하기 위한 권력 분점에 맞춰져 있다. 정부 형태가 무엇이든 국회 권력이 더 강해지는 방향이 대세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 권력이 과연 약할까. 의회독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는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권한을 더 강화하는 개헌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정치인과 국회에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권한을 더 강화할 필요성이 있을까. 권력구조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이 더 시급할 수도 있다. 개헌 논의에서는 이런 측면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