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심가 센트로를 찾은 지난달 19일. 경기 침체로 인한 반정부 시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내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동행한 현지인은 “휴대폰을 손에 들고 다니지 말라”며 “경기가 안 좋아진 최근 몇 년 사이 소매치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8%를 기록했다. 25년 만의 최저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이 지난 1일 발표한 1분기 GDP는 지난해 1분기보다 5.4% 줄었다. 한때는 글로벌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5대 신흥국 브릭스(BRICS) 중 하나로 촉망받던 브라질 경제가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도한 복지정책 경제 발목 잡아
2003년 집권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빈곤 퇴치’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도입했다. 남미 좌파의 거두 룰라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정책이 저소득층 생계 보조제도인 볼사 파밀리아다. 취임 당시 4400만명이던 빈곤층은 그 덕분에 2014년 1450만명까지 감소했다. 룰라 대통령의 퇴임 직전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브라질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4년 이후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퍼주기식 복지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현지에선 경기 침체기에도 지급되는 보조금이 근로 의욕을 꺾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인 사업가는 “지역 주민에게 취업을 제안한 적이 있는데, 보조금을 받는 것이 편하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현지인 사업가도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볼사 파밀리아 시행 이전에 일자리를 찾아 산업이 발달한 남부 대도시로 이주한 사람들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하나둘 빈곤한 북부지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남쪽에서 돈을 벌어 북쪽에 퍼준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의 10%를 웃도는 1110억헤알(약 36조7200억원)에 달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복지 예산은 브라질 정부 예산의 75%까지 치고 올라왔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도 2014년 57%에서 지난해 66%로 급등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0.67%까지 치솟았다. 작년 실업률은 8.5%에 이르렀다. 호세프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수도, 전기,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을 줄줄이 올렸다.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 공공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 까닭이다.
정권 교체에 경제 회복 기대
브라질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정치 지형도 격변기를 맞고 있다. 브라질 상원은 지난달 12일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뇌물 스캔들과 정부 회계 부정에 휘말린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채택했다. 최종 탄핵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승계했다. 최정석 KOTRA 리우데자네이루무역관장은 “경제 상황이 더 떨어질 데도 없을 정도로 안 좋았다”며 “정권 변화로 뭐라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 우파 성향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출신 테메르 대통령권한대행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증세와 과감한 정부지출 삭감, 노동·연금 개혁을 핵심으로 한 재정적자 해결책을 내놨다. 또 2년간 도로와 항만, 공항, 철도, 전력 등 100개 인프라 사업을 입찰에 부칠 계획이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탄핵 이슈가 등장하면서 올 들어 20% 가까이 뛰었다. 헤알화 가치도 지난 2월 이후 달러 대비 10% 이상 올랐다.
올해 브라질 물가상승률이 작년보다는 떨어진 7%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부패’ 문제는 개혁 장애물
테메르 체제도 부패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호메루 주카 기획장관과 파비아누 시우베이라 반(反)부패부 장관이 페트로브라스 스캔들과 연루돼 사임했다. 이 때문에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의 최종 가결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세프가 복귀하면 테메르 권한대행이 내놓은 개혁정책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부패 그 자체가 브라질 경제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마우로 로클린 제툴리우바르가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있다”며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해외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홍윤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hong@hankyung.com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8%를 기록했다. 25년 만의 최저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이 지난 1일 발표한 1분기 GDP는 지난해 1분기보다 5.4% 줄었다. 한때는 글로벌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5대 신흥국 브릭스(BRICS) 중 하나로 촉망받던 브라질 경제가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도한 복지정책 경제 발목 잡아
2003년 집권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빈곤 퇴치’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도입했다. 남미 좌파의 거두 룰라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정책이 저소득층 생계 보조제도인 볼사 파밀리아다. 취임 당시 4400만명이던 빈곤층은 그 덕분에 2014년 1450만명까지 감소했다. 룰라 대통령의 퇴임 직전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브라질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4년 이후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퍼주기식 복지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현지에선 경기 침체기에도 지급되는 보조금이 근로 의욕을 꺾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인 사업가는 “지역 주민에게 취업을 제안한 적이 있는데, 보조금을 받는 것이 편하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현지인 사업가도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볼사 파밀리아 시행 이전에 일자리를 찾아 산업이 발달한 남부 대도시로 이주한 사람들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하나둘 빈곤한 북부지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남쪽에서 돈을 벌어 북쪽에 퍼준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의 10%를 웃도는 1110억헤알(약 36조7200억원)에 달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복지 예산은 브라질 정부 예산의 75%까지 치고 올라왔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도 2014년 57%에서 지난해 66%로 급등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0.67%까지 치솟았다. 작년 실업률은 8.5%에 이르렀다. 호세프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수도, 전기,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을 줄줄이 올렸다.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 공공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 까닭이다.
정권 교체에 경제 회복 기대
브라질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정치 지형도 격변기를 맞고 있다. 브라질 상원은 지난달 12일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뇌물 스캔들과 정부 회계 부정에 휘말린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채택했다. 최종 탄핵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승계했다. 최정석 KOTRA 리우데자네이루무역관장은 “경제 상황이 더 떨어질 데도 없을 정도로 안 좋았다”며 “정권 변화로 뭐라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 우파 성향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출신 테메르 대통령권한대행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증세와 과감한 정부지출 삭감, 노동·연금 개혁을 핵심으로 한 재정적자 해결책을 내놨다. 또 2년간 도로와 항만, 공항, 철도, 전력 등 100개 인프라 사업을 입찰에 부칠 계획이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탄핵 이슈가 등장하면서 올 들어 20% 가까이 뛰었다. 헤알화 가치도 지난 2월 이후 달러 대비 10% 이상 올랐다.
올해 브라질 물가상승률이 작년보다는 떨어진 7%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부패’ 문제는 개혁 장애물
테메르 체제도 부패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호메루 주카 기획장관과 파비아누 시우베이라 반(反)부패부 장관이 페트로브라스 스캔들과 연루돼 사임했다. 이 때문에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의 최종 가결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세프가 복귀하면 테메르 권한대행이 내놓은 개혁정책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부패 그 자체가 브라질 경제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마우로 로클린 제툴리우바르가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있다”며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해외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홍윤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