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방종'이란 시작이 규제 불러
자유권 개념의 오독도 혁신을 차단
경제활동의 자유만이 미래 열 것
이번 주 테샛면 머리기사는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가 최근 한국경제신문 ‘다산칼럼’(4월22일자 A34면)에자유권 개념의 오독도 혁신을 차단
경제활동의 자유만이 미래 열 것
기고한 글로 대신합니다. 민 교수는 ‘자유=방종’이란 시각이 규제를 부른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활동의 자유만이 미래를 열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글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한국은 ‘규제공화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 규제가 많다. 금융, 노동, 경영 등 각 분야에 규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저(低)성장 늪에 빠진 것도 다 그런 규제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규제가 많은 것에는 뿌리 깊은 이유가 있다. 시장경제의 기초인 경제적 자유에 대한 여러 가지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우선 자유는 제멋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탐욕적 행동을 뜻하는 방종이라는 시각이다. 방종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기에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틀렸다. 자유는 고삐 풀린 방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례한 행동을 비롯해 인격·재산 침해를 막는 규칙들을 위반하지 않고 행동하는 게 자유의 참뜻이다. 그런 규칙의 틀을 벗어난 경제활동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에 쓸데없이 권리라는 말을 붙인 ‘자유권(right to freedom)’ 개념도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경제적 자유를 박해했다. 그 개념에서 만들어진 게 어떤 일을 행할 ‘권리’가 허용되지 않으면 어떤 경제활동도 금지된 것이고 권리가 허용돼야 비로소 그 활동이 자유라는 원칙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원칙이 불러들인 것은 ‘명시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모든 것은 금지된 것’이라는 악명 높은 규제의 ‘포지티브 방식’이다. 포지티브 방식은 할 수 있는 일만 나열한다. 이 결과는 치명적이다. 드론, 무인자동차, 차량 공유, 공유 민박, 원격 진단 등 신산업 제품 및 서비스는 해당 규정이 없으니까 허가할 수 없는 게 된다. 혁신 행위가 불법이란 뜻이다.
친(親)시장적이고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원칙은 ‘금지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허용한다’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네거티브 방식에서 금지될 행동은 무례한 행동과 인격·재산을 침해하는 행동이다. 나머지 행동들은 자유롭다.
사상·표현·언론 자유 등 ‘시민적 자유’에 비해 경제적 자유는 중요하지 않다는 믿음도 생각만이 중요하고 행동(경제적 자유의 영역)은 중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발상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자유주의 거성 미제스의 ‘행동하는 사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행동 없는 생각은 얼마나 공허한가! 생각의 지적 과정은 이미 형성된 아이디어들을 정교하게 만들고, 좋은 것들은 채택하고, 나쁜 것들은 제거하는 과정이다. 행동은 신기술·상품·견해 등 혁신의 원천일 뿐만이 아니다. 복잡한 문명을 실제로 정하고 이끄는 것도 생각의 자유가 아니라 경제활동의 자유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자유를 생각의 영역에만 적용하면 혁신은 없어진다. 경제적 자유를 무시하고 시민적 자유만을 칭송하는 것은 건축물의 꼭대기만 중요하고 아랫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자유주의 거성 하이에크의 말이 빛난다. 누구나 똑같이 경제적 자유가 있다고 해도 그런 자유는 가진 자만을 위한 것일 뿐 약자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믿음에서 약자 보호·강자 규제가 대량 산출됐다. 그런 믿음도 틀렸다는 건 보호·규제의 실패가 또렷하게 입증한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영업시간 규제는 보호 목적의 달성은 고사하고 대형마트의 신규 채용 억제, 농수산물 납품 감소 등으로 관계된 노동자·농어민을 어렵게 했을 뿐이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라는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역시 중소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생산성·고용 감소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최저임금제도도 실업 증대와 신규 고용 감소를 초래할 뿐인 무용지물이다. 규제와 간섭이 없는 자유경제만이 경제적 약자에게도 번영을 안겨준다. 경제적 자유가 약자를 위한 체제라는 게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제적 자유를 홀대하는 치명적인 미신들이 우리의 사고 구조를 오도하고 있다.
그들로부터 해방될 때 우리 경제는 어두침침한 저성장 터널에서 탈출해 자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밝은 미래로 전진할 수 있다. 그게 언제쯤인지 초조하게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