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과 달리 구글 안드로이드폰 소비자들은 구매한 뒤 처음 화면을 켰을 때 ‘의외로’ 많이 깔려 있는 기본 앱(응용프로그램)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화면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기본 앱을 삭제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다만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원하지 않는 기본 앱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내려받아 쓸 수 있으니 권리 침해라고 하기엔 무리일까. 유럽연합(EU)은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8일 네덜란드에서 한 강연을 통해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업체 등에 구글 관련 앱을 기본으로 설치한 상태로 상품을 출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EU “MS의 끼워팔기와 마찬가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베스타게르 위원은 구글의 상황을 MS에 빗댔다. “(PC 운영시스템 윈도를 판매하는) MS가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인 미디어플레이어를 기본 탑재해 판다면 소비자에게 다른 프로그램을 시험 삼아 써보라고 설득하는 일조차 어려워진다”며 “혁신적인 다른 사업자가 크게 불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벌여 여러 차례 크게 이겼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미디어플레이어와 각종 서버 프로그램의 독점을 이유로 2004년부터 MS와 공방전을 벌여 대규모 과징금을 물렸다. MS가 EU에 낸 돈은 모두 22억유로(약 2조8000억원)를 넘었다. EU의 이런 조치 MS 제국은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구글 “선택권 부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U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MS와 구글의 전략은 똑같지 않고, 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분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연구담당자 어넷 짐머만은 “MS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기술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구글에선 그런 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비즈니스모델도 MS와 다르다고 본다. MS는 윈도 등의 사용권(라이선스)을 파는 것 자체가 수익원이었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오픈 소스’라며 공짜로 뿌린다. 구글은 직접 안드로이드를 팔아 돈을 벌지 않고, 함께 제공된 앱을 통해 구글 검색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 붙는 광고 등으로 부수적인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 제조사가 구글 앱 묶음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구글의 반박 논리가 성립한다. 노키아나 아마존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구글 앱 없는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선 구글 사용이 금지돼 있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본의 아니게 구글의 기본 앱이 없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선택권은 있지만 행사 어렵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 앱이 너무 좋아 깔기보다는 그렇지 않을 때 불리한 점이 많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구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란 시각도 많다. 존 개퍼 FT 칼럼니스트는 “공격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원하는 시장점유율을 얻어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은 경영학 강의에서 사례로 다룰 법한 교활한 걸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이 형식적으로는 선택권을 주지만 실질적으론 ‘모 아니면 도’ 식의 계약을 강요해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안드로이드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다. 플레이스토어가 없다면 안드로이드폰은 구형 2G(2세대)폰이나 다름이 없다. FT는 이런 구글의 전략을 은근히 쿡쿡 찔러 원하는 결과를 얻는 행위(넛지)라고 지적했다. 선택권을 주는 척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의 손바닥 위에서만 놀게 했다는 얘기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
EU “MS의 끼워팔기와 마찬가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베스타게르 위원은 구글의 상황을 MS에 빗댔다. “(PC 운영시스템 윈도를 판매하는) MS가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인 미디어플레이어를 기본 탑재해 판다면 소비자에게 다른 프로그램을 시험 삼아 써보라고 설득하는 일조차 어려워진다”며 “혁신적인 다른 사업자가 크게 불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벌여 여러 차례 크게 이겼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미디어플레이어와 각종 서버 프로그램의 독점을 이유로 2004년부터 MS와 공방전을 벌여 대규모 과징금을 물렸다. MS가 EU에 낸 돈은 모두 22억유로(약 2조8000억원)를 넘었다. EU의 이런 조치 MS 제국은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구글 “선택권 부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U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MS와 구글의 전략은 똑같지 않고, 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분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연구담당자 어넷 짐머만은 “MS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기술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구글에선 그런 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비즈니스모델도 MS와 다르다고 본다. MS는 윈도 등의 사용권(라이선스)을 파는 것 자체가 수익원이었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오픈 소스’라며 공짜로 뿌린다. 구글은 직접 안드로이드를 팔아 돈을 벌지 않고, 함께 제공된 앱을 통해 구글 검색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 붙는 광고 등으로 부수적인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 제조사가 구글 앱 묶음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구글의 반박 논리가 성립한다. 노키아나 아마존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구글 앱 없는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선 구글 사용이 금지돼 있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본의 아니게 구글의 기본 앱이 없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선택권은 있지만 행사 어렵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 앱이 너무 좋아 깔기보다는 그렇지 않을 때 불리한 점이 많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구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란 시각도 많다. 존 개퍼 FT 칼럼니스트는 “공격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원하는 시장점유율을 얻어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은 경영학 강의에서 사례로 다룰 법한 교활한 걸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이 형식적으로는 선택권을 주지만 실질적으론 ‘모 아니면 도’ 식의 계약을 강요해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안드로이드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다. 플레이스토어가 없다면 안드로이드폰은 구형 2G(2세대)폰이나 다름이 없다. FT는 이런 구글의 전략을 은근히 쿡쿡 찔러 원하는 결과를 얻는 행위(넛지)라고 지적했다. 선택권을 주는 척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의 손바닥 위에서만 놀게 했다는 얘기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