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대폭 강화키로했다. 면허정지 기준인 혈중알콜 농도를 종전 0.05%에서 0.03%로 낮추고 면허취소 기준인 0.1%를 넘으면 살인죄와 형량이 비슷한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용해 가중처벌하기로했다. 이와함께 음주 전력자가 사망 교통사고를 내거나 5년간 다섯 차례 음주운전에 적발되면 차량을 몰수하기로 했다. 또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을 제공한 사람 △ 음주운전을 권유 공모한 동승자 △회사에서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직원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사람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 술을 제공한 사람 등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새로운 음주운전 단속및 처벌 기준을 둘러싸고는 찬성하는 견해도 있지만 지나치다며 반대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음주운전 단속 강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음주운전 단속및 처벌 강화, 타당한가요
○찬성 "단 한잔도 범죄라는 인식 확산돼야"

찬성하는 쪽은 그 어떤 경우도 음주운전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단속기준및 처벌 강화는 옳다고 주장한다. 단 한잔이라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며 찬성하는 견해도 같은 맥락이다. 가까운 일본이 이미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지난 2002년 혈중 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낮췄다는 점을 들어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 일본의 경우 음주 운전 차량에 함께 타고 있는 사람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일본에서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결과 10년 전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점도 찬성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중 하나다.

일본 이외에도 브라질 스웨덴과 같은 국가의 면허 정지 기준이 한국보다 더 엄격하다는 사실도 음주단속 기준 강화를 옹호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0.001%만 나와도 무조건 단속 대상이 된다. 스웨덴은 소득에 따라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부과하기 때문에 고소득자의 경우 벌금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되기도 한다.

찬성하는 쪽은 차량 몰수에 대해서도 법원이 실제 상습운전자의 차량 몰수를 판결한 적도 있다는 점을 든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1년 음주운전으로 6차례 처벌받고도 또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면서 1t 화물차를 몰수하라고 판결했다.

3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 수가 2013년 3만9490명에서 지난해 4만 4986명으로 늘어난 점도 단속및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반대 "차량몰수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다"

반대하는 쪽은 음주운전 단속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하는 쪽과 단속 기준 강화는 수긍할 수 있지만 차량 몰수나 타인에 대한 동시 처벌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쪽으로 나뉜다. 단속기준 자체에 불만인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이 정도 기준이라면 전날 술 먹고 다음날 운전대를 잡아도 걸리겠다” 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단속 기준 강화 자체보다는 차량 몰수 등이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고가인 차량을 몰수하는 것은 일반 범죄에서 사용된 도구를 몰수하는 것과는 달리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차 등 차량을 생계유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차량 몰수로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렌터카나 리스차량처럼 다른 사람 명의 차량으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자신의 차량으로 운전한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술을 판 식당이나 회사에서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처벌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음식점 주인이 그 많은 손님을 대상으로 일일히 음주운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은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규제라는 것이다. 또 회사 상사가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하면 처벌 받는다고 했는데 이 역시 기준이 너무 애매해 실제로 적용하는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생각하기 "단속기준 강화는 당연하나 처벌대상 확대는 신중해야"

음주운전으로 인한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술에 관대하고 술을 권하는 사회다. 성인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저녁 자리에는 거의 예외 없이 술이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보급은 급속히 늘어 가구당 한대를 넘어서는 현실이다. 음주운전의 가능성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을 정도로 높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한방울의 술이라도 마셨다면 핸들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음주 운전자 이외 사람에 대한 처벌은 매우 신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동승자는 포함시킬 필요가크지만 술을 판 사람이나 회사 상사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차량 몰수는 형평성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별도 방안을 마련한다면 검토해볼만 하다고 생각된다. 차량 몰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차량 가액에 상당한 재산형을 과할 수도 있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가 겪을지 모를 고통을 감안하면 차량 몰수로 음주운전자의 생계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음주운전에는 가혹한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일이다.

김선태 한경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