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처럼 높이 날고 멀리 보면 미래가 손짓 합니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16)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16)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이 문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거잖아”라고 아는 체하지 않으면 ‘무식한 아이’로 찍힐 정도로 유명한 문구다. 1970년 발표한 《갈매기의 꿈》은 40여개 외국어로 번역돼 4000만부 이상이 팔렸고, 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시절에 읽어야 할 책에 반드시 포함되는 《갈매기의 꿈》은 ‘불후의 명작’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닌다.

《갈매기의 꿈》을 안 읽었다가는 책을 좋아하는 멋진 파트너와 대화가 통하지 않아 헤어질 수도 있으니 속히 집어 드는 게 좋을 듯싶다. 그리 두껍지 않은 데다 중간에 갈매기 사진이 잔뜩 들어 있어 페이지가 휙휙 넘어간다. 하지만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의미심장한 말과 행보는 결코 휙휙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소설에는 작가의 삶이 녹아들기 마련이다.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 때는 상상력을 동원하지만 살을 붙여나갈 때는 세부적인 작가의 경험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꿈과 이상이 높은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이 창공을 높이 날고 의미 있는 행보로 나아가는 모습에 바크가 투영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롭고

공군에 입대해 비행기 조종사가 된 바크는 상업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면서 3000시간 이상 비행했으며, 비행 잡지에 글 몇 편을 기고했다. 어느 날 해변을 거닐다가 공중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쓰기 시작한 작품이 《갈매기의 꿈》이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나는 것에 관심 없고 선창가와 고깃배 주위를 맴돌며 먹는 것에만 관심 있는 동료 갈매기들에게 실망한다. 그들과 달라지기 위해, 진정한 갈매기의 삶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혼자서 수백 번 연습하여 창공을 날아오른다. 어둠 속을 나는 올빼미의 눈과 높이 날 수 있는 짧고 강한 매의 날개 없이도 조나단 리빙스턴은 연습을 거듭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른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삶의 의미와 더 차원 높은 목적을 추구하고 따르는 자보다 더 책임 있는 갈매기가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물고기 대가리나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삶의 이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로워지는 것! 저에게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발견한 것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울러 조나단 리빙스턴은 ‘권태와 두려움과 분노가 갈매기의 삶을 짧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높이 날아 물속 3m 밑에 모여 사는 희귀하고 맛 좋은 고기를 발견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고깃배 주변을 맴도는 다른 갈매기들과 차원이 달라졌다는 자존감을 갖는다.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참으로 길고도 훌륭한 삶을 보내게 된’ 조나단 리빙스턴은 빛나는 두 마리의 갈매기와 함께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차원의 ‘날기’를 배운 조나단 리빙스턴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짧은 우화소설에 조나단 리빙스턴이 새로 만나는 여러 갈매기와 하는 대화가 의미심장하게 담겨 있다. 갈매기들이 끊임없이 연습해 새로운 비행에 나서는 위용을 확인하면 변화를 두려워하면서 도전하지 않는 삶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꿈을 높이 품고 끊임없이 자신을 벼리며 상승해야 하는 청소년기에 자신을 나태와 안일 속에 가두고 눈앞의 달콤함에만 빠져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조나단 리빙스턴과 함께 창공을 날면서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확고한 꿈이 있어야 오늘에 충실할 수 있으니까.

내 안의 가능성에 확신을

《갈매기의 꿈》은 원래 3장으로 구성됐는데 뒤늦게 발견된 4장을 추가한 증보판이 나왔다. 애초에 미완성이었던 4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1~3장과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갈매기의 꿈》에서 바크는 삶의 숭고한 목적을 찾으려는 부단한 노력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아울러 자신이 가진 무한한 힘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조나단 리빙스턴이 저공비행 연습을 수없이 하다가 점점 고도를 높여가며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하고, 나중에 다른 갈매기를 가르치면서 꿈을 심어 주는 모습은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다. 조나단 리빙스턴이 “우리는 우리 스스로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탁월하고 지성적이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존재임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가 있다! 나는 법을 배울 수가 있다!”고 외치는 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지도 모른다. 독자들이 자기 안에 존재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높이 뻗어 나가길 바라는 것이 작가 리처드 바크의 희망일 것이다.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