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첫 만점
“중학생 때 수요와 공급 곡선 그래프를 처음 봤는데 신기했어요. Y축에 가격 P, X축에 수량 Q가 있고,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설명에 흠뻑 빠졌습니다. 복잡한 인간활동을 그래프로 그려내는 것이 신기했죠. 사회과목 선생님께 자주 질문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국가공인 1호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인 테샛(TESAT)에서 고교생으론 처음으로 300점 만점을 받은 송기우 군(하나고 2년·사진)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송군은 자신과 경제과목의 관계를 서로 잡아당기는 성질을 가진 S극과 N극으로 비유했다. “제 기질과 딱 맞는다는 느낌이 왔어요. ‘케미’라고 해야 하나요.”
2010년 테샛이 국가공인시험으로 승격된 뒤 대학생이 만점을 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고교생이 그것도 1학년 학생이 만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학에 대한 송군의 관심은 고교 1학년 때 피어났다. 서울 하나고에 입학한 송군은 경제학을 1학년 전체 공통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 커리큘럼을 보고 ‘경제학은 팔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중학생 때 어렴풋이 생기기 시작한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지난해 섭씨 100도로 끓어올랐어요.” 하나고 학생들은 경제학을 익혀야 합리적 사고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학교 방침에 따라 1학년 모두 1주일에 2시간씩 경제 수업을 듣는다.
송군은 방과후 수업을 많이 활용했다. 1주일에 3시간을 방과후 보충수업에 할애했다. “진짜 재미있어서 피곤한 줄 몰랐어요. 사회 현상을 그래프와 여러 이론으로 설명하는 하준호 선생님의 강의에 푹 빠졌습니다.” 송군은 “경제학에는 수학, 사회, 정치, 논리 등이 들어 있어 통합학문에 관심이 많은 내게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중학생 시절 주니어테샛을 두 차례 시험 삼아 봤다는 송군은 만점을 받은 비결에 대해 “경제학에 나오는 기본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사경제 부문은 아빠가 구독하는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꾸준히 정리했고 기출문제집도 꼼꼼하게 살펴봤다”고 전했다. 송군은 32회 테샛시험에 앞서 지난 1월 치러진 제1회 한경 고교 경제 올림피아드에서도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아 1등에 올랐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