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이 사용하던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두고 미국 법원과 제조사인 애플 간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12월 총기 난사범의 아이폰 사용 내역 파악을 시도했지만 아이폰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의 명령으로 애플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수십년간 구축해 온 애플의 보안체계를 무너뜨린다”며 법원 명령을 거부했다. 이후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또 다른 사건에서 마약상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요청한 FBI의 요청은 과도하며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판결해 애플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미 법무부는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 판결에 항소했고 애플도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 판결에 항소를 제기했다. 애플의 잠금해제 거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사생활 침해와 해커에 악용될 가능성 크다"
팀 쿡 CEO는 “잠금장치를 푸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많은 사람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건 물론이고 해커나 전체주의 정부들이 악용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애플 편을 들었다. 그는 “뒷문을 만드는 건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역시 “골치 아픈 전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애플의 잠금해제 거부가 정당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동안 아이폰의 보안을 뚫는 데 주력해 왔던 해커 중에도 아이폰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보안 연구가이자 애플 전문 해커로 유명한 찰리 밀러는 “우리는 아이폰을 연구하고 암호 보안을 개선하기 위해 경력을 바쳤다. 법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명령은 개인과 아이폰 사용자의 안전, 그들과 디지털로 연결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더 나쁜 것은 다른 명령들에 대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위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사법당국은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고 테러 사건일 경우엔 그 필요성이 더 크지만 헌법과 법률은 증거 수집 방식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애플에 보안 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백도어’ 소프트웨어를 만들라는 법원의 명령은 애플에 불합리한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단지 아이폰 1대의 잠금을 해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법원은 앞으로 다른 수사에서도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해커가 회사 서버에서 소프트웨어를 훔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 반대 "애플이라고 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미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애플이 법원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대선 주요 주자들도 “국가 안보가 우선”이라며 “애플은 법원 명령에 따라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지난해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도 암호화된 통신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 법무부 측 손을 들어줬다.
미국 플로리다 포크 카운티의 그래디 저드 보안관은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아이폰 잠금 해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애플이 거절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애플 CEO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우리는 연방법원이나 주 법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법 위에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밝히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애플 CEO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미국 국민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 중에서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팀 쿡 CEO의 노골적인 저항은 심각한 오판”이라며 뉴욕타임스와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FT는 “쿡은 법원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모든 아이폰에 백도어를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FBI가 하려는 것은 특정 아이폰의 잠금만을 해제하는 것”이라며 “해당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법원 명령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또 “이번 사건은 이보다 더한 강력사건은 없다고 할 정도로 큰 사건이다. 미국 땅에서 미국 시민에 의해 미국 시민에게 가해진 테러 사건”이라며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생각하기 "개인 통신기기 보안 예외를 규정하는 새로운 규율 필요해"
이번 일은 매우 기술적이고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화시켜 보면 범죄 수사를 위해 개인의 정보 노출을 허용해야 하느냐는 점과 한 스마트폰의 잠금해제가 동종의 다른 스마트폰 보안에도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는가로 요약된다. 우선 전자의 경우는 범죄의 심각성과 개인 정보 보호의 필요성 간 비교 형량을 해야 한다. 이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하기보다는 결국 법원 판단의 몫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도 법원 간에 다른 판단을 내린 만큼 상급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제는 특정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는 것이 불특정 다수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커다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범죄 수사를 위해서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폰에 대해서만 해제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그 악용 가능성인데 이는 일반적인 다른 범죄나 개인정보 누출과 관련된 법 위반에 준해 처벌하면 된다고 본다.
이번 사건은 사실 애플 측이 다소 과잉반응하면서 나름대로 홍보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없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워낙 해킹기술이 발전되고 그에 따른 개인정보나 사생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잠금해제’ 범위를 어떤 경우에 허용할 것인가를 정하는 새로운 규율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찬성 "사생활 침해와 해커에 악용될 가능성 크다"
팀 쿡 CEO는 “잠금장치를 푸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많은 사람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건 물론이고 해커나 전체주의 정부들이 악용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애플 편을 들었다. 그는 “뒷문을 만드는 건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역시 “골치 아픈 전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애플의 잠금해제 거부가 정당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동안 아이폰의 보안을 뚫는 데 주력해 왔던 해커 중에도 아이폰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보안 연구가이자 애플 전문 해커로 유명한 찰리 밀러는 “우리는 아이폰을 연구하고 암호 보안을 개선하기 위해 경력을 바쳤다. 법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명령은 개인과 아이폰 사용자의 안전, 그들과 디지털로 연결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더 나쁜 것은 다른 명령들에 대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위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사법당국은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고 테러 사건일 경우엔 그 필요성이 더 크지만 헌법과 법률은 증거 수집 방식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애플에 보안 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백도어’ 소프트웨어를 만들라는 법원의 명령은 애플에 불합리한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단지 아이폰 1대의 잠금을 해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법원은 앞으로 다른 수사에서도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해커가 회사 서버에서 소프트웨어를 훔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 반대 "애플이라고 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미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애플이 법원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대선 주요 주자들도 “국가 안보가 우선”이라며 “애플은 법원 명령에 따라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지난해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도 암호화된 통신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 법무부 측 손을 들어줬다.
미국 플로리다 포크 카운티의 그래디 저드 보안관은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아이폰 잠금 해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애플이 거절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애플 CEO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우리는 연방법원이나 주 법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법 위에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밝히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애플 CEO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미국 국민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 중에서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팀 쿡 CEO의 노골적인 저항은 심각한 오판”이라며 뉴욕타임스와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FT는 “쿡은 법원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모든 아이폰에 백도어를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FBI가 하려는 것은 특정 아이폰의 잠금만을 해제하는 것”이라며 “해당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법원 명령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또 “이번 사건은 이보다 더한 강력사건은 없다고 할 정도로 큰 사건이다. 미국 땅에서 미국 시민에 의해 미국 시민에게 가해진 테러 사건”이라며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생각하기 "개인 통신기기 보안 예외를 규정하는 새로운 규율 필요해"
이번 일은 매우 기술적이고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화시켜 보면 범죄 수사를 위해 개인의 정보 노출을 허용해야 하느냐는 점과 한 스마트폰의 잠금해제가 동종의 다른 스마트폰 보안에도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는가로 요약된다. 우선 전자의 경우는 범죄의 심각성과 개인 정보 보호의 필요성 간 비교 형량을 해야 한다. 이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하기보다는 결국 법원 판단의 몫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도 법원 간에 다른 판단을 내린 만큼 상급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제는 특정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는 것이 불특정 다수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커다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범죄 수사를 위해서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폰에 대해서만 해제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그 악용 가능성인데 이는 일반적인 다른 범죄나 개인정보 누출과 관련된 법 위반에 준해 처벌하면 된다고 본다.
이번 사건은 사실 애플 측이 다소 과잉반응하면서 나름대로 홍보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없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워낙 해킹기술이 발전되고 그에 따른 개인정보나 사생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잠금해제’ 범위를 어떤 경우에 허용할 것인가를 정하는 새로운 규율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