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6년 11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진 BSI…경기는 국민경제의 총체적 활동수준
흔히들 ‘요즘 경기가 좋다’, ‘경기가 나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경기라는 건 뭘까? 보통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면 경기가 좋다고,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할 것이다. 신문 기사에서 얘기하는 경기는 전체 나라경제의 사정을 나타낸 것이다. 경제 각 부문의 평균적인 상태, 즉 ‘국민경제의 총체적인 활동수준’을 의미한다. 경기는 변함이 없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동한다. 인생에 희노애락이 있는 것처럼 확장(expansion)→후퇴(recession)→수축(contraction)→회복(recovery)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라고 한다.

경기판단법

경기를 판단하는 방법에는 △개별경제지표를 활용하는 방법 △종합경기지수를 활용하는 방법 △경제주체들의 심리 상태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가운데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은 경기가 현재 어느 국면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개별경제지표다.

개별경제지표 중 나라경제의 동향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지표는 GDP(국내총생산)다. GDP는 한국은행이 추계하며 분기별로 발표한다. 한 나라안에서 일정 기간동안 새로 생산된 부가가치의 합계(최종 생산물의 합계)는 소득의 합계(총소득)와 일치하고 이는 다시 지출의 합계(총지출)와 일치한다. 이를 국민소득 3면 등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GDP는 따라서 생산이나 소득, 지출 측면에서 각각 측정할 수 있는데 지출 측면에서 파악한 것이 바로 국민소득 항등식 Y = C + I + G + (X -M)이다. 국민소득(GDP, Y) = 소비지출(C) + 투자지출(I) + 정부지출(G) + 순수출(X - M)인 것이다. GDP가 평균보다 늘어나면 경기가 좋다는 의미로, GDP가 뒷걸음치면 경기가 나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GDP의 구성 요소, 즉 소비와 투자, 수출과 수입의 수준이 경기를 좌우한다. 소비와 투자, 순수출이 늘면 경기가 좋아지고, 반대로 줄어들면 경기가 나빠지는 것이다. 통계청은 소비, 투자, 순수출외에 생산 지표를 포함해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다. 한달동안 생산이나 소비, 투자, 수출입이 전달 대비 또는 1년전 같은 달(전년 동월)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보고 경기를 판단할 수 있다.

뒷걸음질 친 1월 산업생산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작년 10월(-0.8%)과 11월(-0.5%) 연속 감소했던 전체 산업생산은 12월 들어 1.3% 반짝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바뀌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1%포인트 하락한 72.6%를 나타냈다. 소비도 안좋았다.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7%)와 의복 등 준내구재(0.7%)가 늘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13.9%) 판매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줄며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투자도 움츠러들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2.5%)와 운송장비(-11.0%)에서 모두 줄어든 영향으로 6.0% 감소했다. 건설기성(이미 건설중인 공사)은 토목(-7.3%)이 감소하였으나, 건축(5.8%)이 늘면서 전월대비 1.3% 증가했다. 건설수주는 토목이 증가했지만 건축은 줄어 전년 동월보다 6.4%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한 달 전보다 2.2% 늘었다. 투자는 일정 기간동안 자본재의 증가 또는 유지를 위해 행하는 지출이다. 투자는 총고정자본형성을 이루는 고정투자와 재고 증가에 의한 재고투자로 구성된다. 수출도 크게 줄었다. 1월 수출은 379억달러로 1년 전보다 15.8% 감소했다. 2월 수출도 36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4개월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연속 두 자릿수의 큰 폭 감소세를 기록했다.

경기종합지수도 하락

산업활동동향은 여러 개별경제지표로 돼있어 경기를 한 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만들어진 지표가 경기종합지수다. 경기종합지수(CI, Composite Index)는 생산이나 소비, 투자 등 개별 경기지표 중 대표적인 것을 골라 이를 가공·종합해 간단한 숫자만으로 경기를 파악하게 해주는 지표다. 전월대비 증감률이 플러스면 경기상승을, 마이너스이면 경기하강을 의미한다. 증감률의 크기에 따라 경기변동의 방향, 국면 및 전환점, 변동속도를 알 수 있다. CI에는 △현재의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가까운 장래의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 △경기변동을 사후에 확인하는 경기후행지수가 있다. 경기동행지수는 △광공업 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내수출하지수 △건설기성액 등을 가공해 산출한다. 경기선행지수는 △구인구직비율 △건설수주액 △코스피지수 등의 지표를 가공해 만든다. 예를 들어 건설회사들이 공사를 수주하면 실제로 착공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건설수주액은 현재의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경기를 보여주게 된다. 마찬가지로 주가지수(코스피지수)는 현재의 경기가 아니라 미래의 경기(미래 기업의 수익력)를 반영하는 까닭에 경기선행지수에 포함된다.

통계청은 1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5,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0으로 각각 0.2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종합경기지수로 판단해봐도 1월 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순환변동치는 계절적이거나 불규칙한 요인들을 제외하고 작성한 통계로 경기판단에는 순환변동치 지표를 활용한다.

BSI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

경기를 판단하는 또다른 방법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 상태를 활용하는 것이다. BSI와 CSI, PMI, ISM 지수 등이 경제주체들의 심리 상태를 활용해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다.

BSI(Business Survey Index, 기업실사지수)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기업가의 경기동향 판단·예측 등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초과할 경우 경기 낙관, 100 미만은 경기 비관, 100은 현재와 동일을 뜻한다. CSI(Consumer Survey Index, 소비자기대지수 또는 소비자동향지수)는 가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지수로 만든다. 역시 100을 넘어서면 경기 낙관을 의미한다. BSI나 CSI는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에서 부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을 빼고 이를 전체 응답수로 나눈 다음 100을 곱하고 100을 더해서 구한다. PMI(Purchasing Managers’ Index, 구매관리자지수)도 기업의 구매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다. ISM지수는 미 공급관리협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가 기업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산출한 지수로 역시제조업지수와 비제조업(서비스업)지수로 구분한다. PMI와 ISM지수는 BSI와는 달리 50이 기준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제조업의 업황 BSI는 63으로 4개월 연속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던 2009년 3월(56)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치 위기가 경제 위기 부른다’

여러 경기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급속히 가라앉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성장세 둔화로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수출 급감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내수도 좀체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무섭게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기업들이 차지하던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회는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에 꼭 필요하다며 입법을 호소하고 있는 법률을 몇년째 통과시키지 않고, 마음은 온통 콩밭(4월 총선)에 가있다. 경제 위기를 겪은 여러 나라들의 공통점은 ‘정치 위기’가 경제 위기를 촉발시켰다는 점이다. 4월 총선에서 이념으로 무장한 래디컬(과격분자)들을 국회에서 몰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

◆ 산업활동 동향과 경기판단법

지난 1월 전체 산업생산이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들어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소비 동향을 볼 수 있는 소매판매와 투자까지 함께 부진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 중단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 우려했던 ‘소비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3월3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