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맛있는 과학논술 (41)

자연계 논술 사용 설명서 (1)
[논술 길잡이] 수능 성적이 나쁘더라도 논술로 합격한다
이맘때면 예비 고3 자연계 학생들은 주변 선배들의 대학 합격·불합격 소식을 듣게 된다. 생각이 복잡해질 것이다. 선배들의 성적과 합격전형 유형 등을 접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는 수능이 가장 중요하니 수능만 집중하라고 한다. 논술전형의 합격은 거의 ‘로또’와 다름없으니 가능성 없는 것에 투자하지 말라고도 한다. 또 학원에서는 지금은 수학의 개념을 다시 정리할 때라고 말한다. 논술은 여름방학 이후에나 하라고도 한다. 수능, 내신, 학생부 전형, 수리논술, 과학논술 등 1년 동안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학생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는 물음에 빠진다. 이번 시리즈는 이런 고민에 빠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논란이 많은 자연계 논술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 수리논술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정의하면 ‘풀이 과정을 서술하는 수학시험’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이 ‘논술’이라는 단어 때문에 국어의 논술 또는 작문을 떠올리지만, 사실상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다. 다만 수학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답안이 된다는 것이 생소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2. 수리논술 시험의 출제 경향
[논술 길잡이] 수능 성적이 나쁘더라도 논술로 합격한다
수리논술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수학의 내용이 제시문에 나와 무척 어렵다고 알려졌다. 일례로 2012학년도 연세대 수리논술의 문제는 당시 과학고에 10년 재직한 수학선생님도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3년 전부터는 교육부 지침과 시민단체 등의 노력으로 고교과정 내에서 출제하고 있으며 그 출처(교과서나 EBS 교재)를 밝히고 있다. 현재는 고교과정에 합당한 참신하고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다. 또한 지금도 증명은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과거에 비해 그 비중이 줄어들고 정답을 도출하는 문제가 꽤 많아졌다. 예를 들어 수능시험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29~30번 문제를 답뿐만 아니라 풀이과정도 서술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그리고 과거에는 미적분이 출제범위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미적분뿐만 아니라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의 통합문제도 빈번히 출제되고 있다.
[논술 길잡이] 수능 성적이 나쁘더라도 논술로 합격한다
3. 최근 논술의 가장 큰 변화

상위권 대학인 한양대가 2015학년도부터 논술 최저등급을 없앤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이슈였다. 수능 최저등급이 없어서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다음과 같이 수능성적이 모호한 학생이 수리논술로 합격하기에 좋은 기회를 주기도 했다.
[논술 길잡이] 수능 성적이 나쁘더라도 논술로 합격한다

◆합격사례1=이, (동고 2015년 졸업)
수능 등급: 국어2, 수학4, 영어4, 물리1: 3, 생물1: 3
합격 대학: 한양대 생명과학과


이 학생은 본인의 수능점수에 비하여 성공적으로 대학 진학을 한 사례 중 하나이다. 만약 정시로 지원했다면 광운대, 세종대, 성신여대 등의 진학을 예상할 수 있었겠으나,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레벨 업해서 대학에 입학했다. 현재 예비고 3인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17학년도에도 여전히 비슷한 형태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과학 논술 없이 수리논술만 준비해도 지원 가능한 학교가 상당히 많음을 기억하자!

4. 왜 수리논술을 준비해야 하는가?

수능도 모호하고 내신도 모호한 학생이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수능등급이 항상 1등급이 나온다면 당연히 수능만으로도 최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리고 내신등급이 1점대를 기록한다면, 논술보다는 당연히 학생부 전형에 더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하지만 수능도, 내신도 모호한 학생이 상당히 많다. 수능등급 2~3등급, 내신 2점대 중반을 넘어서면, 수능이나 내신만으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자연계 논술은 사실상 그러한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합격사례2= 백,(화고 2014년 졸업)
수능 등급: 국어3, 수학2, 영어3, 물1: 2, 화1: 2, 내신 2점대
합격 대학: 고려대 정보통신공학부 일반선발 최초 합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우선선발에 합격했다. 이 학생은 논술전형으로 위 두 대학에 모두 합격해 고려대에 진학했다.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는 잘 보았으나 수능을 기대보다 못 봐서 매우 낙담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논술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실제 이 성적으로 정시로 대학을 갔다면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등에 합격했을 것이다.

5. 어떤 학생이 수리논술에 유리한가?

[논술 길잡이] 수능 성적이 나쁘더라도 논술로 합격한다
수능수학 3등급 이상의 수학실력이 있는 학생도 도전할 수 있다. 최소한 수능수학 3등급 이상이 되는 학생들이 수리논술로 대학에 합격하는 비중이 높다. 물론 최근 수능수학의 난이도 하락으로 인해 4등급 정도의 학생까지도 지원해볼 수 있겠으나 어느 정도의 수학 실력이 있어야 수리논술 학습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수리논술로 지원할 경우 최대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많다. 또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두어 시간 동안 몇 개의 문제를 깊게 고민하며 풀어야 하므로, 수학이나 과학의 기본이 탄탄한 학생 혹은 잘 긴장하여 수능처럼 일회성 시험에 약한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 호에서 수리논술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홍상수 < S·논술자연계논술강사 immanuel7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