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로 복역하고 나면 20년간 택시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한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4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20년간 택시 운전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 1월4일 이 조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혹한 법 조항인 만큼 당연하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대중의 안전을 위해 택시 운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법의 취업제한이 지나치다는 헌재 결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마약 전과자 20년 택시금지 과도한가
○ 찬성 “20년 금지는 직업 선택의 자유 심하게 침해”

“헌재는 범죄 유형이나 죄질 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지 기간을 설정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특히 20년이라는 긴 기간은 다른 직업의 결격및 취소 사유 관련 법률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해당 직업의 진입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버스 기사의 경우 마약사범의 취업 제한 기간이 2년인 것과 비교하면 너무 형평성이 없다는 점을 든다. 마약사범의 택시 운전 자격 금지 규정은 2005년 여승무원 택시 살해사건을 계기로 대폭 강화됐다. 2012년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살인 마약 등 중범죄자의 택시 운전자격 제한 기간을 종전 2년에서 20년으로 늘린 것이다. 이같은 법 개정은 택시 승객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측면은 있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몇년간 택시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20년이라는 것은 통상적인 신체능력과 평균 수명 등을 감안할 때 먀악전과자에게 지나치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마약 범죄자의 재범률이 높다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다만 그들도 인권이 있는 만큼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과 자격 정지 등을 규정해야지 그저 반사회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직업을 사실상 평생 못하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 반대 “마약과 택시라는 특수한 상황 감안해야”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택시의 경우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운전기사와 승객이 함께 있어 관련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범죄 경력자의 자격 제한을 좀 더 강화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헌재 재판관 중에서 김창종 서기석 재판관은 “택시는 공간이 협소하고 승객 수가 적고 접촉 밀도가 높아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해당 법 규정에 대해 한헌 의견을 냈다.

반대론자들은 마약 범죄의 재범률이 높다는 점도 지적한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사범 재범률은 38.7%로 성범죄(7.0%) 등에 비해 매우 높다. 수도권 지역의 한 강력부 검사는 “마약사범 근절을 위해서는 관련 제도를 통해 ‘한번 마약을 해도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하지만 이런 점이 헌재 판결에 잘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송조합연합회 관계자도 “마약사범 택시운전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결국 택시업계만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택시와 같이 불특정 다수 대중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직업의 경우 다른 범죄와 달리 마약 사범의 경우 더욱 강한 취업 제한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위험한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를 확률이 높은 만큼 다른 직업군에 대한 취업제한과는 달리 좀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등에서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 감호가 확정된 피고인은 10년간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통일성 일관성 없는 관련 법규 정비 시급”

[시사이슈 찬반토론] 마약 전과자 20년 택시금지 과도한가
범죄자의 취업제한 논란에서 가장 대립하는 지점은 ‘공공성’과 ‘직업 선택의 자유’ 부분이다. 공익과 사익의 대표적인 충돌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취업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타당성은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범죄행위와 업무 수행과의 관련성, 범죄의 유형이나 죄질, 재범률이나 중독의 위험성 여부 등을 좀 더 면밀히 따져 취업제한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생각컨대, 현행 관련법 조항이 통일성이나 일관성이 부족한 데서 오는 혼란이라고 본다. 과거 버스 택시 할 것 없이 마약사범의 취업금지 기간을 일률적으로 2년으로 해 놓았다가 택시에서 관련 범죄가 발생하니 택시만 갑자기 20년으로 높인 것부터 문제라고 본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마약 사범의 버스 운전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마약에 취해 수 많은 승객이 탄 버스를 운전한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따라서 관련 법의 취업금지 기간 전반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업종간, 그리고 버스와 택시처럼 업종내 차종간처럼 세밀한 분야까지 그 위험성과 범죄의 종류가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새로운 기준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