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되거나, 새해를 앞두면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방학을 기해, 새해를 맞아 마음을 다잡고 목표를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좀 두꺼운 소설 읽기를 결심하면 어떨까. 특히 몇 권으로 구성된 긴 소설을 읽고 나면 성취감과 함께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14년간의 억울한 옥살이·탈출·복수…이 소설을 잡는 순간 겨울밤을 샌다
등장인물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10대 때 학기 중에는 얇고 가벼운 책을 읽다가 방학이 되면 두꺼운 책을 읽곤 했다. 그 시절 내가 읽은 가장 두꺼운 책은 3권으로 구성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었다. 요즘 책보다 활자가 작은 데다 두껍기까지 한 책을 며칠에 걸쳐 다 읽고 나자 내 머리 속은 온통 프랑스로 가득 찼고, 행복하게도 등장인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왔다. 상상할 필요 없이 영상을 보기만 하면 되는시대이다.

눈으로 확인하는 건 정확하고 간단한 방법이지만 다른 사람이 의도한 걸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위험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면 나만의 독특한 세계가 형성된다. 작가가 만든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14년간의 억울한 옥살이·탈출·복수…이 소설을 잡는 순간 겨울밤을 샌다
곧 겨울 방학이다. 그간 짧은 소설을 소개했는데 이번 겨울방학에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만나 이야기의 늪에 풍덩 빠질 것을 권한다. 책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쉽기 그지없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알렉상드르 뒤마가 1845년에 쓴 작품이다. 두 세기 전, 왕정복고 시대에 쓴 작품이니 신비하고 낯선 풍경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후일 통쾌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는 스무 살에 모렐 상회의 주력선 파라옹 호의 선장으로 취임하게 되고 곧 사랑하는 메르세데스와 결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악당들의 음모로 죄를 뒤집어쓴 채 프랑스 마르세유 앞바다에 있는 감옥에 투옥되고 만다.

14년 동안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창백한 남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암울하기만 한 감옥에서 늙은 죄수 파리아로부터 여러 가지 지식을 얻어 듣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당테스는 파리아로부터 철학, 정치, 역사, 화학, 외국어 등 다양한 학문을 배우며 지성을 갖추게 된다. 죽음을 앞둔 파리아가 이탈리아 앞바다의 몬테크리스토섬에 엄청난 재물이 숨겨져 있다는 놀라운 비밀을 알려준다.

몬테 크리스토로 이름 바꾼 주인공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밤, 파리아의 시신 대신 자루 속에 들어간 당테스는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당테스는 거액을 손에 넣게 되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이름을 바꾼 뒤 화려하게 변신한다.

에드몽 당테스를 감옥으로 보낸 원수들은 그가 돌아온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다. 라이벌이었던 당그라르, 메르세데스를 빼앗아 간 페르낭, 비열한 검사 비르포르를 상대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치밀한 복수가 시작된다. 이 소설에는 비밀과 폭로, 수화, 독초, 그 밖의 온갖 독창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또한 왕정복고 시대 프랑스의 부패한 금융계, 정계, 법조계의 실상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1802년 프랑스 빌레르코트레에서 태어난 알렉상드르 뒤마는 네 살 때 아버지를 잃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로빈슨 크루소》나 《아라비안 나이트》와 같은 작품을 읽으며 읽고 쓰는 능력을 길렀다니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뒤마는 파리로 진출하여 극작가로 활동하다가 소설에 매력을 느끼면서 《삼총사》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연이어 발표했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출간 즉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 연극으로 각색되는 등 계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 뒤마2세도 《춘희》를 쓴 세계적인 작가이다.

독서로 글쓰기를 익힌 뒤마

이근미 소설가
이근미 소설가
줄거리 위주로 번역하여 한 권으로 나온 책도 있지만 가능하면 좀 더 자세하게 번역하여 여러 권으로 묶은 것을 읽어보기 바란다. 민음사에서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전 5권으로 엮었다. “다섯 권짜리를 어떻게 읽어?”라며 지레 겁먹지 말고 책장을 넘겨보라. 170년 전의 오묘한 세계로 금방 빠져들 것이다.

똑같은 느낌을 강요하는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 가볍고 단순한 이야기가 판을 치는 요즘, 묵직한 감동을 안겨줄 매력적인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를 만나보라.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이야기가 세상을 지배한다. 현대와 고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다양한 스토리를 만나면 차별화된 나만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독서로 글쓰기를 익힌 알렉상드르 뒤마처럼 세계를 뒤흔들 스토리를 상상해보라. 겨울은 긴 소설을 읽기에 딱 알맞은 계절이다.

이근미 <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