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한은경 번역 / 민음사 펴냄
방학이 가까워오면 여기저기서 ‘반드시 읽어야 할 세계명작 100선’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세계명작’ 같은 목록이 발표된다. 방학 때 전략 과목을 공부하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세계명작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세계명작에서 삶과 사랑을 만나면 일평생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한은경 번역 / 민음사 펴냄
![[소설가와 떠나는 문학여행] 70세로 태어난 아기…점점 어려지는 삶…시간을 거꾸로 사는 인생](https://img.hankyung.com/photo/201511/01.10921296.1.jpg)
“어휴, 두꺼운 세계명작을 언제 다 읽어. 골치 아파.”
그렇게 생각할까봐 아주 얇으면서도 재미있는 책을 소개한다. 민음사에서 나온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은 한 면에 영어, 한 면에 한글을 담았는데도 전체가 89페이지에 불과하다. 단편소설이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는 장편은 물론 단편 소설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인 작가이다. ‘흥미로운 플롯, 매력적인 작중 인물들, 서정적이고 산뜻한 문체, 영화와 연극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실험적인 기법, 설득력 있는 주제’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와 연극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실험적인 기법’이라는 말은 확실히 증명되었다. 피츠제럴드의 작품 가운데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한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려보라.『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은 2008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고,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영상시대에 더욱 빛을 발한다.
![[소설가와 떠나는 문학여행] 70세로 태어난 아기…점점 어려지는 삶…시간을 거꾸로 사는 인생](https://img.hankyung.com/photo/201511/AA.10908141.1.jpg)
더 큰 문제는 벤저민이 자신의 손자보다 점점 더 어려진다는 데 있다. 손자와 함께 유치원에 다니다가 손자는 초등학교에 가고 벤저민은 유치원에 3년이나 다닌다. 많은 상상과 생각을 하게 만든 짧은 소설은 외모지상주의에 동안(童顔)이 각광받는 시대여서 더 공감하게 된다.

그가 쓴 단편 가운데 15편 정도는 세계 문학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츠제럴드는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자신의 소설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민음사는 『위대한 개츠비』를 출판할 때『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증정품으로 발매했다. 대신 인터넷서점에서 990원이면 eBook으로 구매할 수 있다. 종이책을 사고 싶다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을 고르면 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적어도 100권의 세계명작을 읽으라고 권한다. 적은 돈을 지불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읽고 세계명작 독서리스트에 한 권을 올리자.
이근미 <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