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과 함께 하는 생활서 배우는 경제상식 (30)
액면가액면가는 지폐나 주식, 채권 등의 겉면에 표시된 금액을 말합니다. 돈은 표면에 적힌 숫자가 곧 그 돈의 가치를 표시하지만 주식은 매일 거래되면서 주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액면가와 실제 주가가 달라지게 됩니다. 주식 한 주의 액면가는 대개 500원 또는 5000원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은 겉면에 표시된 액면가가 5000원인데 주가는 무려 150만원 안팎에 달합니다. 액면가에 비해 실제 가치가 300배나 되는 셈이죠.
영어로 액면가를 face value라고 합니다. 좀 어려운 영어로 화폐의 액면가 또는 기본단위를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1달러, 영국은 1파운드, 독일과 프랑스는 1유로, 한국은 1원, 일본은 1엔, 중국은 1위안이 기본단위, 즉 디노미네이션입니다. 그런데 1달러는 한국 돈으로 1000원이 넘고, 1파운드는 1700원, 1유로는 1400원에 달합니다. 원화 가치가 유로 가치의 1400분의 1에 불과한 게 너무하다는 이유 등으로 원화의 화폐 단위를 선진국 수준에 맞춰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예컨대 현재 1000원에서 동그라미 세 개를 떼고 1원 또는 1환으로 부르자는 것입니다. 화폐 가치에는 변동 없이 일률적으로 뒤의 동그라미를 떼어 내는 것입니다. 사실 후진국일수록 화폐 가치가 낮아 돈에 0이 많이 붙습니다.
이처럼 화폐의 액면단위를 낮추는 것을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라고 합니다. 디노미네이션을 ‘다시(re)’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 때도 리디노미네이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당시 후보자는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앞으로 10년 안에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커피숍, 패스트푸드점에 가보면 메뉴판에 동그라미 세 개를 뗀 경우가 많습니다. 4300원짜리 커피를 ‘4.3’으로 표시하는 식이죠. 표현 숫자가 많아지면 돈을 계산할 때나 거래할 때도 불편하게 됩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단위를 바꾸는 거니까 화폐 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새로운 형식의 화폐가 등장해 화폐 개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화폐는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란 신원 불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가상 화폐입니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죠. 가상 화폐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암호코드를 가리킵니다. 인터넷 업체들은 자기만의 가상 화폐를 만들어 이용자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네이버의 캐시, 카카오의 초코 같은 것들이 다 가상 화폐에 해당합니다. 비트코인도 그런 가상 화폐인데 유독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작동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특정 기업이 운영하는 가상 화폐가 아니면서 누구나 발행하고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발행처는 없고 발행 프로그램만 있으니 비트코인을 얻는 것을 비트코인 발행으로 봅니다. 비트코인을 얻은 사람은 비트코인 발행자라고 할 수 있겠죠. 비트코인 발행량은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현재 1200만개가 나왔는데 지금 같은 추세면 2030년 무렵 총 2100만개를 끝으로 발행이 멈춘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은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 지갑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전자 계좌를 만들어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전자 지갑은 스마트월렛처럼 사용자 ID와 비밀번호로 관리되는 지갑으로, 가상 화폐와 포인트를 담을 수 있습니다. 계좌가 만들어지면 약 30자의 숫자와 알파벳을 조합한 암호 번호 한 쌍이 생깁니다. 암호 키 하나는 본인만 알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비트코인 거래자들에게 공개됩니다. 비트코인을 사용할 때 전자 서명을 하면 상대방이 공개된 암호 번호를 통해 비트코인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게임 엄체와 인터넷 쇼핑몰 등 2만여개의 온라인 업체와 1000개가 넘는 상점에서 비트코인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30여곳의 게임과 쇼핑몰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고, 비트코인을 받는 빵집, 비트코인 현금 자동 입출금기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사용자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익명성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때 사용자 정보가 필요 없고 수수료도 거의 없어 편리한 반면 컴퓨터 해킹을 통한 도난 염려가 있기 때문이죠. 또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로 2013년 미국 비트코인 거래소의 설립자가 불법 마약 거래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팔아 돈세탁을 하다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이 지하경제에서 불법 거래에 악용될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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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다른 조건이 일정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예상되는 경제 현상으로 볼 수 없는 것은?
(1) 저축이 줄어든다.
(2) 수출이 줄어든다.
(3) 투자가 늘어난다.
(4) 소비가 늘어난다.
(5) 물가가 상승한다.
[해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금융회사들과 거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로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금리다. 기준금리가 변하면 민간 시중은행이 국민에게 대출할 때 적용하는 시중금리가 변하고 대출시장, 자산시장, 외환시장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금리도 내려가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반면 저축은 감소할 수 있다. 또한 금리가 내려간만큼 화페의 보유비용이 낮아져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가 상승한다. 한편 금리 인하로 국내 자금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경우 외화의 수요가 증가하여 환율이 오른다. 환율이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화폐가치는 평가 절하되어 수출에는 이득이 된다.
[정답]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