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성적 장학금 폐지 방침을 밝혔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내년부터 성적 장학금을 없애고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려가겠다고 최근 밝혔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각종 형편 때문에 학업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염총장은 “장학금이 수단적 가치에 머무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학금 제도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성적장학금 폐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고려대가 처음이지만 이미 상당수 대학들이 성적장학금을 축소해왔던 것도 같은 맥락의 흐름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에 대해서는 장학금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며 학업 동기 부여가 없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성적장학금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학교마저 부익부 빈익빈이라면 희망이 없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장학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기존 28억원 규모로 운영되던 성적장학금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생활비 등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등 다수의 해외 명문대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로 성적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공부를 잘하면 돈으로 보상받는 체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뛰어난 인재로 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장학제도를 전면 개편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한 누리꾼은 “시대변화에 따른 좋은 결정이다. 학교까지 부익부빈익빈이라면 사회에 희망이 없다”며 찬성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고려대 학생 L모군은 “성적장학금이 사라진다고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이 공부를 그만두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또 다른 교내 학생들도 “가난한 학생에게 돈은 생존의 문제”라며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공부에 시간을 쓸 정도라면 이미 저소득층은 아닐 것”이라며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누리꾼 중에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엔 좋은 대학에 가려면 집안에 돈이 많아야 한다”며 “등록금도 만만치 않은 수준인 만큼 부유하고 성적도 좋은 학생들보다는 아무래도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는 견해가 다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보너스 같은 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학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할 수도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 반대 “무조건 소득재분배에 치중하는 것은 문제”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가나 기업 등에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과에 따라 주는 곳은 대학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학금으로 우수한 성적의 신입생을 학교로 끌어들이고 뛰어난 성과를 낸 학생에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대부분 대학이 성적장학금 폐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성적 장학금 폐지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성적 장학금이 기존 국가장학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고려대 한 학생은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더 많이 돌려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앞으로 남은 학기가 걱정된다”며 “외부 장학금을 신청하려 해도 가정의 소득 수준을 보기 때문에 교내 성적장학금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학비를 덜 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성적장학금 폐지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 소득재분배에 치중해 장학금을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교도 성적장학금 폐지가 정말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J 씨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적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형평성 시비나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주변에서는 적지 않다”고 밝혔다. 누리꾼중에도 “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대학이 아니라 나라에서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대학은 어쨌든 공부하는 곳인데 성적 우수자에게 아무런 장학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었다.
○ 생각하기 “교육은 대학에, 복지는 정부에 각각 맡겨야”
대학을 다니며 힘들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 하는 학생은 그만큼 학업에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집안이 비교적 여유가 있어 오직 학업에만 매달릴 수 있는 학생은 성적을 올리는 데도 그만큼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고려대의 성적장학금 폐지도 이런 논리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다만 성적장학금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게 과연 옳은지는 좀 생각할 문제다.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성적장학금을 줄이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완전 폐지하는 대학이 아직까지는 없다. 왜 그런지도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본연의 임무는 교육이며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교육이 제1 목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적우수자에게 아무런 금전적 혜택을 주지 않고 가정 형편을 기준으로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다. 복지는 어디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지 대학이 책임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젊은이들과의 형평성 문제 역시 제기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성적장학금 폐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고려대가 처음이지만 이미 상당수 대학들이 성적장학금을 축소해왔던 것도 같은 맥락의 흐름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에 대해서는 장학금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며 학업 동기 부여가 없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성적장학금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학교마저 부익부 빈익빈이라면 희망이 없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장학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기존 28억원 규모로 운영되던 성적장학금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생활비 등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등 다수의 해외 명문대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로 성적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공부를 잘하면 돈으로 보상받는 체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뛰어난 인재로 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장학제도를 전면 개편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한 누리꾼은 “시대변화에 따른 좋은 결정이다. 학교까지 부익부빈익빈이라면 사회에 희망이 없다”며 찬성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고려대 학생 L모군은 “성적장학금이 사라진다고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이 공부를 그만두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또 다른 교내 학생들도 “가난한 학생에게 돈은 생존의 문제”라며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공부에 시간을 쓸 정도라면 이미 저소득층은 아닐 것”이라며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누리꾼 중에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엔 좋은 대학에 가려면 집안에 돈이 많아야 한다”며 “등록금도 만만치 않은 수준인 만큼 부유하고 성적도 좋은 학생들보다는 아무래도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는 견해가 다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보너스 같은 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학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할 수도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 반대 “무조건 소득재분배에 치중하는 것은 문제”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가나 기업 등에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과에 따라 주는 곳은 대학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학금으로 우수한 성적의 신입생을 학교로 끌어들이고 뛰어난 성과를 낸 학생에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대부분 대학이 성적장학금 폐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성적 장학금 폐지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성적 장학금이 기존 국가장학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고려대 한 학생은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더 많이 돌려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앞으로 남은 학기가 걱정된다”며 “외부 장학금을 신청하려 해도 가정의 소득 수준을 보기 때문에 교내 성적장학금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학비를 덜 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성적장학금 폐지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 소득재분배에 치중해 장학금을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교도 성적장학금 폐지가 정말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J 씨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적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형평성 시비나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주변에서는 적지 않다”고 밝혔다. 누리꾼중에도 “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대학이 아니라 나라에서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대학은 어쨌든 공부하는 곳인데 성적 우수자에게 아무런 장학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었다.
○ 생각하기 “교육은 대학에, 복지는 정부에 각각 맡겨야”
대학을 다니며 힘들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 하는 학생은 그만큼 학업에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집안이 비교적 여유가 있어 오직 학업에만 매달릴 수 있는 학생은 성적을 올리는 데도 그만큼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고려대의 성적장학금 폐지도 이런 논리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다만 성적장학금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게 과연 옳은지는 좀 생각할 문제다.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성적장학금을 줄이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완전 폐지하는 대학이 아직까지는 없다. 왜 그런지도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본연의 임무는 교육이며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교육이 제1 목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적우수자에게 아무런 금전적 혜택을 주지 않고 가정 형편을 기준으로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다. 복지는 어디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지 대학이 책임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젊은이들과의 형평성 문제 역시 제기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