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현행 기준이 문제가 많다며 이를 차값을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심 의원은 요즘엔 과거와 달리 배기량과 차량 가격 간 비례 관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차값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자동차세 부과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가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값이 몇 배가 되는데도 배기량만 같으면 동일한 세금을 내는데 이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수입차 소유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취득세는 물론 보험료도 차값에 비례해 많이 냈는데 자동차세까지 많이 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관련 통상마찰 우려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세를 차값 기준으로 부과하자는 주장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배기량 기준 현행 자동차세는 역진성이 있다”
심 의원은 현행 지방세법이 배기량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어 배기량이 적으면서 성능이 좋고 값비싼 외제차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의 국산차 소유자에 비해 오히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BMW 520d의 배기량(1995㏄)은 현대 쏘나타(1999㏄)와 거의 비슷해 차값은 쏘나타의 3배 정도지만 자동차세는 40만원 정도로 같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중저가 차량은 지금보다 세금을 줄이고 고가 차량은 더 내는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현행 과세체제는 조세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미국처럼 보유 차량의 가액을 기준으로 부과체계를 바꾸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파트 면적이 똑같이 85㎡라 하더라도 위치에 따라 가격이 2억원짜리 집과 6억원짜리 집의 세금이 달라지듯이 자동차세도 가격 기준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편다. 정 교수는 “미국 다수의 주에서 차값에 따라 과세하고 있으며 유럽에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경우는 없다”며 우리도 차값을 반영하는 과세제도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티즌 중에도 비슷한 이유로 찬성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재산세도 아파트 평수에 따라 내는 게 아니라 집값에 따라 내니까 당연히 자동차세 과세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부자증세 방침에도 맞는다는 점을 들어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반대 “자동차세는 일반 재산세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능식 한국지방세연구원 세제연구실장은 “배기량이 같아도 값이 싼 차는 연비가 낮고 환경오염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차량에 더 낮은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완벽한 기준은 불가능하며 배기량을 기준으로 삼고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보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하 실장은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자는 주장은 자동차를 주택 토지 건물 등 일반적인 재산세 과세대상과 동일하게 보는 데서 출발하고 있는데 자동차는 이런 일반적 재산세 과세대상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다시 말해 자동차는 운행과정에서 유류를 소비하고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환경을 오염시키며 도로를 이용해 도로 마모, 손상과 교통혼잡을 야기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특성을 감안해 취득 보유 단계마다 여러 가지 목적과 기능을 부여해 다양한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대 입장을 보이는 네티즌은 “비싼 값이면 살 때만 세금 더 내면 되는 것 아니냐” “한 번 많이 냈으면 됐지 또?” 등의 의견을 주장했다.
또 다른 이들은 “자동차세는 이중과세다. 취득세 등록세를 내는데 매년 또 자동차세를 내는 것은 문제다. 둘 중 하나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외국으로부터 비관세 무역장벽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자동차세제 개편을 추진하다 미국 등의 압력으로 이를 시행하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여러 기준 참고해 점진적 개편 필요”
심 의원이 발의하려는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40만원 정도의 같은 세금을 내는 쏘나타와 BMW 520d의 세부담은 개정 후에는 쏘나타는 약 23만원, BMW는 109만원 정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세금 체계는 새로 구입하는 차뿐 아니라 재산세적 성격을 감안해 법 개정 전 차량을 구입해 소유한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국산차를 타는 사람들은 당연히 환영하겠지만 고가 수입차를 타는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차량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자동차세가 두 배 이상으로 오르는 데 대해 적잖은 불만을 표시할 것이다. 세제개편만큼 어렵고 힘든 것도 드물다. 분명 현행 배기량 단일 기준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를 차값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적잖은 혼란과 저항이 예상된다.
차값의 감가상각도 국산차와 수입차, 차량 크기 등에 따라 매우 다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단일 기준보다는 좀 더 다양한 기준을 적용한 자동차세 개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갑작스런 개편보다는 일정한 시간을 두고 예고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수입차 소유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취득세는 물론 보험료도 차값에 비례해 많이 냈는데 자동차세까지 많이 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관련 통상마찰 우려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세를 차값 기준으로 부과하자는 주장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배기량 기준 현행 자동차세는 역진성이 있다”
심 의원은 현행 지방세법이 배기량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어 배기량이 적으면서 성능이 좋고 값비싼 외제차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의 국산차 소유자에 비해 오히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BMW 520d의 배기량(1995㏄)은 현대 쏘나타(1999㏄)와 거의 비슷해 차값은 쏘나타의 3배 정도지만 자동차세는 40만원 정도로 같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중저가 차량은 지금보다 세금을 줄이고 고가 차량은 더 내는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현행 과세체제는 조세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미국처럼 보유 차량의 가액을 기준으로 부과체계를 바꾸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파트 면적이 똑같이 85㎡라 하더라도 위치에 따라 가격이 2억원짜리 집과 6억원짜리 집의 세금이 달라지듯이 자동차세도 가격 기준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편다. 정 교수는 “미국 다수의 주에서 차값에 따라 과세하고 있으며 유럽에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경우는 없다”며 우리도 차값을 반영하는 과세제도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티즌 중에도 비슷한 이유로 찬성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재산세도 아파트 평수에 따라 내는 게 아니라 집값에 따라 내니까 당연히 자동차세 과세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부자증세 방침에도 맞는다는 점을 들어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반대 “자동차세는 일반 재산세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능식 한국지방세연구원 세제연구실장은 “배기량이 같아도 값이 싼 차는 연비가 낮고 환경오염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차량에 더 낮은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완벽한 기준은 불가능하며 배기량을 기준으로 삼고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보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하 실장은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자는 주장은 자동차를 주택 토지 건물 등 일반적인 재산세 과세대상과 동일하게 보는 데서 출발하고 있는데 자동차는 이런 일반적 재산세 과세대상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다시 말해 자동차는 운행과정에서 유류를 소비하고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환경을 오염시키며 도로를 이용해 도로 마모, 손상과 교통혼잡을 야기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특성을 감안해 취득 보유 단계마다 여러 가지 목적과 기능을 부여해 다양한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대 입장을 보이는 네티즌은 “비싼 값이면 살 때만 세금 더 내면 되는 것 아니냐” “한 번 많이 냈으면 됐지 또?” 등의 의견을 주장했다.
또 다른 이들은 “자동차세는 이중과세다. 취득세 등록세를 내는데 매년 또 자동차세를 내는 것은 문제다. 둘 중 하나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외국으로부터 비관세 무역장벽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자동차세제 개편을 추진하다 미국 등의 압력으로 이를 시행하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여러 기준 참고해 점진적 개편 필요”
심 의원이 발의하려는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40만원 정도의 같은 세금을 내는 쏘나타와 BMW 520d의 세부담은 개정 후에는 쏘나타는 약 23만원, BMW는 109만원 정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세금 체계는 새로 구입하는 차뿐 아니라 재산세적 성격을 감안해 법 개정 전 차량을 구입해 소유한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국산차를 타는 사람들은 당연히 환영하겠지만 고가 수입차를 타는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차량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자동차세가 두 배 이상으로 오르는 데 대해 적잖은 불만을 표시할 것이다. 세제개편만큼 어렵고 힘든 것도 드물다. 분명 현행 배기량 단일 기준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를 차값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적잖은 혼란과 저항이 예상된다.
차값의 감가상각도 국산차와 수입차, 차량 크기 등에 따라 매우 다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단일 기준보다는 좀 더 다양한 기준을 적용한 자동차세 개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갑작스런 개편보다는 일정한 시간을 두고 예고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