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과 함께하는 생활서 배우는 경제상식 (19)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소득에 비해 높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스털린의 역설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주니어 테샛- 중학생을 위한 페이지] 이스털린 역설
행복은 소득순이 아니에요

의식주 등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늘어도 개개인의 행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현상을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행복은 소득 순이 아니다, 이것입니다.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1974년 ‘소득과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유명해진 말이죠.

이스털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20년간 부국과 빈국,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 등 3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각기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도를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행복감이 소득에 비례해 커지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역설(paradox)은 겉보기에는 말이 안 되거나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실인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잠깐! 바누아투, 코스타리카, 파나마, 부탄, 방글라데시의 공통점은? 전부 가난한 나라라는 것과 행복지수 세계 1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가난하면 불행할 것 같은데 의외지요? 행복지수 상위권에는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열대 지역, 아열대 지역에 위치해 추위와 먹거리 걱정이 없고, 소득이 낮으면서 개발이 덜 된 나라입니다.

조사기관마다 둘쑥날쑥 행복지수

그런데 조사기관마다 행복지수 순위가 천차만별이어서 좀 의문이 듭니다. 행복지수는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영국 신경제재단, 갤럽 등에서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는데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신경제재단 조사에서 행복지수 11위인 방글라데시가 유엔 조사에선 114위에 불과합니다. 거꾸로 미국은 유엔 조사에선 11위인데 신경제재단에서는 114위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갤럽의 행복지수 순위가 97위, 신경제재단에선 63위입니다.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국민 행복감이 높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UNDP(유엔개발계획) 조사에서는 12위로 엄청 높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순위가 20계단이나 올랐습니다. UNDP는 한 나라의 교육 수준, 평균수명, 국민소득 등 객관적인 통계를 토대로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사느냐를 조사합니다. 한국인은 갤럽의 설문조사에서 “행복하십니까?”라는 주관적인 느낌을 물었을 때는 순위가 낮았지만, UNDP가 우리나라의 객관적인 통계를 토대로 비교했을 때는 그 반대였던 것입니다.

경제 규모가 커졌어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에서 뒤처져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겠죠. 남과 비교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유일 테고요. 붉은 여왕 효과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도 뛰고 나도 뛰는 ‘붉은 여왕 효과’

[주니어 테샛- 중학생을 위한 페이지] 이스털린 역설
아프리카 초원에서 치타가 영양을 사냥하기 위해 달리면, 영양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재빨리 달아나겠지요. 이때 영양의 속도가 빨라져도 치타도 함께 빨라지면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 되고 맙니다.

붉은 여왕 효과는 이처럼 열심히 해도 주위 환경이 함께 변해 여전히 제자리에 있거나, 경쟁 상대가 더 잘해 오히려 뒤처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의 작품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다면 죽어라 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같은 붉은 여왕 효과는 경제 현상에서도 자주 발견됩니다. 지폐 위조범이 컬러복사기로 지폐를 위조했습니다. 그러자 지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이 지폐에 은색 점선을 넣어 위조가 힘들게 만들었지요. 위조범들이 아무리 위조 기술을 개발해도 한국은행의 위조 방지 기술을 뛰어넘을 수 없으면 아무 소용 없는 것입니다.

무한경쟁하며 발전해야 앞설 수 있어…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등수 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07년 애플은 혁신적인 아이폰을 내놓으며 세계시장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자 삼성은 2011년 아이폰보다 크고 선명한 화면과 더 빠른 갤럭시S2를 선보이면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계속해서 경쟁사보다 더 좋은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뒤처지는 게 현실입니다.

취업전쟁을 벌이는 대학생들은 너도나도 다양한 스펙을 갖추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잡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애쓰니까 내 실력이 예전보다 나아졌어도 경쟁자들 가운데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입니다. 모두가 같이 뛰고 있으니 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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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다음 <보기> 가운데 간접세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보기>

가. 조세 저항이 작다.
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다.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다.
라. 소비 행위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1) 가, 나 (2) 가, 다 (3) 가, 라 (4) 나, 다 (5) 다, 라

[해설] 세금은 크게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뉜다. 직접세는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과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이 일치하는 세금으로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이 대표적이다. 과세 대상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돼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는 반면 조세 저항이 생길 수 있다. 간접세는 세금을 납부하는 주체와 실제로 부담하는 주체가 다른 세금이다.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이 간접세다.

[정답]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