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아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됐다. 김 대표는 야당에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소수 독재가 정당화되고 법안 연계투쟁이 일상화되면서 ‘망국법’ ‘소수독재법’이라는 비난을 듣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대표의 이런 지적에 대해 “의회 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으로 결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록 수석 대변인은 “여야가 또 다시 몸싸움을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국회선진화법은 별도 법률이 아니라 국회법 제 85조, 85조의2,106조의2 등을 일컫는다.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과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를 금지하자는 취지로 2012년 개정됐다. 문제는 쟁점이 되는 법안에 대해 재적 5분의 3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이를 통과시킬 수 없게한 부분이다. 야당이 맘만 먹으면 어떤 법안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효율과 대화와 타협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소수 존중을 넘어 소수가 지배하는 국회가 돼버렸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의회주의의 기본은 다수결이며 헌법 제49조가 이를 명시하고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이 허락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인데 이는 반 의회주의이며 반 헌법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소수를 존중하는 선을 넘어서 소수에 지배당하는 국회가 되어 버렸다. 반쪽만 선진화되고 반쪽은 후진화됐다”고 지적한다. 야당의 반대로 서비스발전기본법 개정안이나 관광진흥법안은 1000여일 안팎 국회에 계류중인데 이에따라 경기회복에 절실한 고용창출과 투자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2013년에는 법안 하나 때문에 새해 예산안 연래처리가 무산됐고 야당에 각서까지 써주고 해결해야 했다는 점도 부각한다. 이번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놓고도 야당은 이를 국민연금,기초연금,법인세,장관 해임,세월 특별법 시행령,국회법 등과 줄줄이 연계시켰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선의는 사라지고 악의만 남아 야당 소수 독재를 가능케 하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제왕적 야당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 기고를 통해 “다수결 원칙 등 헌법의 민주주의 원리·원칙은 선진 민주국가의 오랜 체험 성과로 농축된 것들이다. 개헌이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의의 경우와 같이 헌법이 특히 고양된 숫자의 다수결을 명문으로 요구한 경우가 아닌 한 통상의 국회 의결은 다수결에 의한다. 다수결 원칙을 규정한 헌법 조항은 법률에 의한 예외도 가능한 듯이 보이나, 이것이 결코 선진화법을 정당화하는 조항으로 작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반대 “새누리당 유·불리 따라 법을 멋대로 개정할 수 없어”
박수현 재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도해 놓고선 이제와서 자당에 불리해지니 이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2012년 ‘날치기 방지법’ 또는 ‘몸싸움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극한대립과 물리적 충돌을 막고 새로운 국회상을 정립하자는 취지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을 새누리당이 헌신짝처럼 버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선진화법을 꼭 처리해야 한다. 총선 전 여야가 합의한 것이고 국민에게 약속을 드렸다”고 말한데다 직접 찬성표까지 던졌다는 지적도 한다. 말그대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것은 지금의 새누리당을 일컫는 말이며 새누리당이 국회를 마음대로 하기 어려우니 법을 다시 바꾸자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법안처리가 안된다는 주장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 법안 처리 현황을 보면 2010년 384개, 2011년 945개, 그리고 2012년에는 258개 법안이 처리되던 것이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인 2013년 들어서면서 처리 법안이 급증해 무려 764개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697개의 법안이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력과 협상력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자꾸 선진화법 때문에 국회가 마비된다고 하지만 여야가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해 진지한 협상을 벌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아닌데 법안 탓만 하는 것은 정치력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 생각하기 “당리당략 아닌 법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흔히들 국회선진화법을 두고 새누리당이 제 발등을 찍은 법이라고 말한다.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자 소수당도 법안을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놨는데 예상 밖 선거 승리로 다수당이 되자 국회선진화법이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의 개정 여부를 떠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할 말이 없게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박빙이다. 한국갤럽이 지난5월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회선진화법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2%, 찬성한다는 41%로 나왔다. 의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헌법이 정한 대원칙 안에서 그렇다. 헌법은 49조에서 과반 다수결 원칙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선진화법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리당략이 아닌,법의 기본 원칙부터 충실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법을 만드는 국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국회선진화법은 별도 법률이 아니라 국회법 제 85조, 85조의2,106조의2 등을 일컫는다.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과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를 금지하자는 취지로 2012년 개정됐다. 문제는 쟁점이 되는 법안에 대해 재적 5분의 3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이를 통과시킬 수 없게한 부분이다. 야당이 맘만 먹으면 어떤 법안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효율과 대화와 타협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소수 존중을 넘어 소수가 지배하는 국회가 돼버렸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의회주의의 기본은 다수결이며 헌법 제49조가 이를 명시하고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이 허락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인데 이는 반 의회주의이며 반 헌법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소수를 존중하는 선을 넘어서 소수에 지배당하는 국회가 되어 버렸다. 반쪽만 선진화되고 반쪽은 후진화됐다”고 지적한다. 야당의 반대로 서비스발전기본법 개정안이나 관광진흥법안은 1000여일 안팎 국회에 계류중인데 이에따라 경기회복에 절실한 고용창출과 투자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2013년에는 법안 하나 때문에 새해 예산안 연래처리가 무산됐고 야당에 각서까지 써주고 해결해야 했다는 점도 부각한다. 이번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놓고도 야당은 이를 국민연금,기초연금,법인세,장관 해임,세월 특별법 시행령,국회법 등과 줄줄이 연계시켰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선의는 사라지고 악의만 남아 야당 소수 독재를 가능케 하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제왕적 야당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 기고를 통해 “다수결 원칙 등 헌법의 민주주의 원리·원칙은 선진 민주국가의 오랜 체험 성과로 농축된 것들이다. 개헌이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의의 경우와 같이 헌법이 특히 고양된 숫자의 다수결을 명문으로 요구한 경우가 아닌 한 통상의 국회 의결은 다수결에 의한다. 다수결 원칙을 규정한 헌법 조항은 법률에 의한 예외도 가능한 듯이 보이나, 이것이 결코 선진화법을 정당화하는 조항으로 작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반대 “새누리당 유·불리 따라 법을 멋대로 개정할 수 없어”
박수현 재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도해 놓고선 이제와서 자당에 불리해지니 이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2012년 ‘날치기 방지법’ 또는 ‘몸싸움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극한대립과 물리적 충돌을 막고 새로운 국회상을 정립하자는 취지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을 새누리당이 헌신짝처럼 버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선진화법을 꼭 처리해야 한다. 총선 전 여야가 합의한 것이고 국민에게 약속을 드렸다”고 말한데다 직접 찬성표까지 던졌다는 지적도 한다. 말그대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것은 지금의 새누리당을 일컫는 말이며 새누리당이 국회를 마음대로 하기 어려우니 법을 다시 바꾸자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법안처리가 안된다는 주장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 법안 처리 현황을 보면 2010년 384개, 2011년 945개, 그리고 2012년에는 258개 법안이 처리되던 것이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인 2013년 들어서면서 처리 법안이 급증해 무려 764개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697개의 법안이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력과 협상력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자꾸 선진화법 때문에 국회가 마비된다고 하지만 여야가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해 진지한 협상을 벌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아닌데 법안 탓만 하는 것은 정치력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 생각하기 “당리당략 아닌 법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흔히들 국회선진화법을 두고 새누리당이 제 발등을 찍은 법이라고 말한다.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자 소수당도 법안을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놨는데 예상 밖 선거 승리로 다수당이 되자 국회선진화법이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의 개정 여부를 떠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할 말이 없게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박빙이다. 한국갤럽이 지난5월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회선진화법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2%, 찬성한다는 41%로 나왔다. 의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헌법이 정한 대원칙 안에서 그렇다. 헌법은 49조에서 과반 다수결 원칙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선진화법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리당략이 아닌,법의 기본 원칙부터 충실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법을 만드는 국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