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과 함께하는 생활서 배우는 경제상식
남북통일의 효과 가운데 하나로 규모의 경제를 꼽습니다. 인구가 8천만 명에 육박해 내부적으로 생산·소비·투자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단일 경제권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대량생산의 이익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을 늘릴수록 제품 한 개당 생산 비용이 낮아져 수익이 높아지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경제는 곧 이익을 가리키므로 규모의 경제는 ‘대량생산의 이익’이라고 이해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을 하루에 10그릇 파는 것 보다 100그릇 팔 때 한 그릇당 판매 이익이 커지는 것이죠. 재료를 많이 사면 그만큼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규모의 경제는 주로 자동차, 정유, 조선, 철강 등 중공업 분야에서 나타납니다. 이런 산업은 넓은 땅에 막대한 돈을 들여 공장을 짓습니다. 그러려면 초기 투자비로 큰 돈이 들기 때문에 대기업이 담당하게 마련입니다. 대기업은 대량생산을 할 수 있으니까 제품 하나당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것입니다. 범위의 경제 ‘넓을수록 이익’
규모의 경제와 함께 알아둘 것이 범위의 경제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클수록 이익’이라면 범위의 경제는 ‘넓을수록 이익’입니다. 규모의 경제는 대량생산과 판매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 반면, 범위의 경제는 종류를 다양화해 이익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냉면집이 너무 장사가 잘 돼 1호, 2호, 3호 점포를 늘렸다면 규모의 경제를 겨냥한 것입니다. 떡볶이집이 김밥, 튀김, 라면, 오뎅 등 다양하게 판다면 메뉴 선택 폭을 넓혀 범위의 경제를 노린 것이 되는 것입니다.
요즘 인기 아이돌 그룹에서 이런 경제원리가 숨어있습니다. 예전 SES나 핑클은 멤버가 기껏해야 3~4명이었지만 소녀시대는 9명, EXO는 12명, 슈퍼주니어는 13명에 달합니다. 10명 안팎의 멤버가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방송사가 출연료를 솔로 가수의 10배로 주지는 않습니다. 아이돌 그룹은 솔로 가수가 혼자 버는 출연료를 멤버 수만큼 나눠 가져야 합니다. 더구나 멤버들이 함께 생활하며 식사하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동할 때는 매니저며 코디까지 거의 한 반 인원이 움직여야 합니다.
규모의 경제 노린 아이돌그룹
그런데도 기획사들이 대그룹을 유지하는 것은 그런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솔로 가수는 몸이 하나이므로 한꺼번에 프로그램 여러 곳에 나갈 수 없습니다. 반면 멤버 숫자가 많으면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출연료 수입이 커지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히트곡이 나오면 방송사마다 아이돌 그룹을 출연시키려고 난리가 납니다. 동시에 범위의 경제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멤버들을 보면 다들 꽃미남 꽃미녀이면서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연기를 잘하거나 말재주가 좋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납니다. 각자 적어도 한두가지 개인기를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멤버들이 모여 있으니 솔로 가수보다 팬 층도 넓어집니다. 따라서 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 숫자가 많을수록 유지비용은 더 들겠지만 그만큼 다양하게 수입을 올려 범위의 경제를 누리는 것입니다.
아웃도어 재킷을 보면 ‘고어텍스’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고어텍스는 기능성 섬유를 만드는 회사인데 직접 등산복과 등산화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가끔 소비자를 상대로 광고를 합니다. 고어텍스가 기능성 섬유임을 알려서 나이키 등 스포츠 용품과 아웃도어 업체들이 고어텍스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활용 폭이 넓을수록 범위의 경제를 더 많이 누리게 됩니다.
얄미운 소비자 ‘체리피커’
체리피커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를 가리킵니다. 과일 중에서 비싸고 맛있는 체리만 골라먹는 사람이란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체리피커라고 하면 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을 누리면서 카드는 잘 쓰지 않는 사람을 뜻하죠.
신용카드 체리피커가 많아진 것은 카드사들의 자업자득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 들어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회원을 늘리면서 회원들에게 유리한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 부가 서비스 등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만 한껏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카드사들이 체리피커에 방어막을 치고 있습니다.
전원의 카드 사용액이 30만원을 넘어야 할인해 준다든지, 특정 기업 체휴 카드를 발행해 해당 카드를 써야만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죠. 체리피커는 통신사 백화점 홈쇼핑 등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반품과 교환제도를 이용해 잠시 사용하고 반품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행위는 기업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도 피해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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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규모의 경제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1) 자연독점이 생기는 원인이다.
(2)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단가가 낮아진다.
(3) 분업에 따른 전문화로 생길 수 현상이다.
(4) 생산물의 종류가 많을수록 비용이 낮아진다.
(5) 산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장기평균비용이 감소한다.
[해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는 산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장기평균총비용이 하락하는 현상이다.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근로자들의 분업을 통해 전문화되면서 나타날 수 있다. 자연독점은 시장 전체 수요를 여러 생산자가 나누어 생산하기 보다 한 생산자가 맡아 생산할 때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다. 생산량이 얼마가 되든지 한 기업이 최소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장이므로 규모의 경제는 자연독점이 생기는 원인이다. 생산물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생산비용이 적게드는 현상은 ‘범위의 경제’다.
[정답]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