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硏-LS, 직류차단기 공동 개발
장거리 송전 어렵고 설치비 비싸 '교류'에 밀려 외면 받던 '직류'
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단점 해결…전자파 발생 안해 인체에 '무해'
신재생에너지 전송 등에 각광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1초에 60번씩 전기의 플러스(+), 마이너스(-) 극성이 바뀌는 교류 방식이다. 전압을 손쉽게 바꿔 먼 거리까지 보낼 수 있어 전기 발명 이후 지난 130여년간 전력망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극성이 일정한 직류 전기의 전압을 바꿔주는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직류 송전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장거리 송전 때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송전 과정의 전자파 영향 논란을 해소할 수 있어서다.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전기연구원과 전력업체 LS산전은 최근 제휴를 맺고 차세대 고압직류송전(HVDC)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섰다.장거리 송전 어렵고 설치비 비싸 '교류'에 밀려 외면 받던 '직류'
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단점 해결…전자파 발생 안해 인체에 '무해'
신재생에너지 전송 등에 각광
직류 vs 교류 130여년 전쟁
전기가 발명된 188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전기 표준 전쟁이 벌어졌다. 전기 발명의 두 주역인 니콜라 테슬라와 토머스 에디슨은 서로 다른 방식을 제안했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1896년 나이아가라 발전소 전력 송전 경쟁에서 테슬라는 교류, 에디슨은 직류를 지지했다.
표준 경쟁에서 승패를 가른 핵심 요소는 전압 변경의 용이성이었다. 교류는 변압기를 이용해 손쉽게 전압을 바꿔 먼 거리까지 보낼 수 있어 전기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밀려났던 직류 송전 기술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건 반도체 기술 발전 덕분이다. 직류 전압을 높일 수 있는 특수 반도체가 개발되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교류에 비해 장거리 송전 때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1초에 60번씩 전극이 바뀌는 교류와 달리 극성이 일정한 직류는 이론적으로 전기를 송수신하는 과정에서 전자기파가 발생하지 않는다. 송전로 건설 때 생기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풀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확대되는 직류 송전
그렇다고 당장 교류 송전망을 모두 직류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류는 교류보다 설치비가 10배 이상 들어간다. 교류 전력망에서 필요하지 않던 전력변환기를 변전소마다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류와 비교할 때 해저, 지중 케이블의 경우 40㎞ 이상, 지상 송전탑 전송 때는 400㎞ 이상 구간일 때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압직류송전 전력망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내륙 지방의 수력 자원을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최대 2000㎞ 떨어진 동부 해안까지 끌어오기 위해 직류 송전망을 깔고 있다. 히말라야 산지에서 전력을 생산해 내륙으로 가져오는 인도,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많이 쓰는 유럽도 직류 송전망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전력반도체, 설계 등 국산화 과제
기존 전력망이 잘 구축된 국내에서는 새롭게 설치하는 장거리 송전망을 중심으로 직류 송전 도입을 시작했다. 이종문 한국전력 신송전사업처 차장은 “진도 변전소에서 제주도를 연결하는 해저 전력망에 고압직류송전을 처음 도입했고 당진~고덕 간 지중화 송전망, 서남해 풍력발전 송전망 등에도 직류 기술을 적용하거나 도입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직류 전송망을 구축하려면 직류의 전압을 높여주는 특수 반도체부터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전력변환기, 이 같은 설비를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설계 능력 등이 필요하다. 핵심 기술은 스위스 ABB,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아레바 등 글로벌 전력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구축 경험 측면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기연구원과 LS산전은 우선 고압 직류 차단기 국산화에 나설 예정이다. 고장 전류가 발생했을 때 눈 깜빡임보다 수십 배 빠른 1000분의 2초 이내에 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우영 전기연구원 전력기기연구센터장은 “차세대 전력망은 교류와 직류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직류 차단기가 상용화되면 여러 개의 변전소를 망(그리드) 형태로 연결해 위험을 분산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전력망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