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72)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물건을 모두 직접 생산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을 아무 불편 없이 풍족하게 누릴 수 있는 주된 이유는 ‘거래’ 덕분이다. 즉, 경제 주체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만족을 높이는 가장 주된 경제활동은 거래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히 수행하는 경제 활동 역시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거래활동이다. 경제학은 일찍부터 거래에 참여한 거래 주체들이 거래를 통해서 얼마만큼 커다란 만족을 얻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왔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잉여’의 개념이다.
거래를 통해 증가한 만족 ‘잉여’먼저 잉여라는 개념을 통해서 거래에 참여한 소비자를 살펴보자. 소비자의 만족이 거래를 통해서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경제학은 소비자 잉여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소비자 잉여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고자 했던 금액과 실제 지불한 금액의 차이를 말한다. 이는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을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얼마를 지불해서 얼마만큼의 만족감을 얻었는지 그 차이가 바로 거래를 통해서 증가된 만족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800원 정도의 만족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물건을 500원에 샀다면 그 거래를 통해서 소비자의 증가된 만족감은 300원 정도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구매를 통해서 그가 지불한 금액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때만 물건을 구매하려 들 것이다.
잉여의 개념은 거래에 참여한 공급자의 상황을 설명하기에도 용이하다. 거래를 통해서 물건을 공급하는 생산자들이 얼마나 자신의 만족을 증가시키는지 파악하기 위해 경제학에서는 생산자잉여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생산자잉여란 공급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에서 공급자가 그 물건을 제공해 최소한 얻고자 했던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즉, 자신이 500원을 들여 만든 물건이거나 자신이 500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물건을 800원에 판매했다면 생산자가 거래를 통해서 얻게 되는 증가된 만족의 크기는 300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소비자·생산자 잉여 총합 ‘사회적 잉여’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개념은 거래를 통해서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어떠한 수준의 이익을 얻게 되는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거래가 활성화되면, 사회 전체적인 잉여 역시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결국 수요·공급의 원리에 입각한 거래를 통해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이득을 얻게 되는데 이는 시장의 가격 기능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가 생산, 교환, 소비됨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을 총잉여 내지 사회적 잉여라 부른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여기서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발생했다는 것은 시장 기능을 통한 거래가 사회적인 이득을 발생시켰다는 사실명제를 말할 뿐이지, 발생한 이득이 사회 전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분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늘날에는 거래를 수행하는 방식이 과거와는 달리 크게 변화했다. 많은 사람이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 등을 통해서 전자 상거래 형태로 물건을 사고 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전자상거래 규모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지난해 11% 성장해 거래액이 55조200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13%가 넘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망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전자상거래는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 상황의 변화에 부합하여 새로이 등장한 직업이 있으니 다름 아닌 전자상거래관리사다. 전자상거래관리사란 전자상거래에 수반되는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경영, 기술, 마케팅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말한다. 전자상거래관리사가 되면 공공기업이나 정보통신업체는 물론 유통업체, 서비스업체, 금융회사, 경매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으로 진출해 해당 기업의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인터넷 시스템 개발과 구축, 마케팅, 홈페이지 기획 및 제작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한국은 세계 전자상거래 각축장
현재 전자상거래관리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전자상거래관리사 시험은 연 2회 시행되며 1급과 2급으로 구분된다. 1·2급 모두 필기 및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필기 시험 과목으로는 전자상거래 기획, 관리 및 운영, 시스템 운영 및 관리, 전자상거래 관련 법규 등 총 4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객관식으로 구성되는 필기 시험과는 달리 실기의 경우 1급은 전자상거래 실무, 2급은 전자상거래 구축 기술에 대한 작업형 시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상거래관리사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100점 만점에 과목당 40점 이상과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얻으면 된다. 전자상거래관리사 1급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해당 직무 분야에서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있으면 1급에 응시할 수 있다.
최근 국내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전문 업체의 각축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회사인 알리바바와 아마존이 모두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세계적인 사모 펀드 회사들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하여 국내 시장에 적극 뛰어든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회사들 역시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소비자를 상대로 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른바 ‘역직구’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역직구란 해외직구의 반대말로 해외직구가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면, 역직구는 해외 소비자가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것을 말한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회사들의 국내 진출, 그리고 국내 온라인 쇼핑몰 회사들의 해외 시장 공략 등은 전자상거래 전문가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중요한 환경 변화라 할 것이다. 우리가 전자상거래전문가라는 직업에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소비자잉여
소비자가 시장에 참여해 얻는 이득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재화에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에서 실제 지불한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예를 들어 A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1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 실제 값은 6000원만 지불하였다면 소비자 잉여는 4000원(1만원-6000원)이 된다.
■ 생산자잉여
공급자가 시장에 참여해 얻는 이득으로 소비자로부터 실제 지불받은 금액에서 공급자가 그 물건을 제공하는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A재화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4000원이고 A재화 가격이 6000원이었을 때, 생산자 잉여는 2000원(6000원-4000원)이 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