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마초밸리’라는 오명에 처할 위기에 빠졌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가 성차별 소송에 술렁이고 있다. 2012년까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사모펀드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KPCB)의 중역으로 7년 동안 일했던 엘렌 파오(45)가 성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파오는 성차별로 인한 진급 누락을 주장하며 옛 직장을 상대로 1600만달러(약 178억원)의 성차별 손해배상을 냈다. 그녀는 KPCB에서 일하는 동안 임원회의 때 여자란 이유로 중앙테이블에 앉지 못하고 구석으로 밀려난 적이 많았으며 심지어 성적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치아홍이란 대만 여성이 3년간 근무하면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이유로 회사와 전 직장 상사 등 51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여성은 피고들이 “집에 머무르면서 애들을 돌보지 왜 직장을 다니느냐”는 질문을 자신에게 했다며 차별에 대해 불평하자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소송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마리사 마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 멕 휘트먼 이베이 CEO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실리콘밸리 여성 경영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전체 벤처투자사 임원의 96%가 남성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4%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