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땜질 수정' 공무원연금…'역주행' 국민연금
연금 제도는 늘 잡음을 일으킨다. 많은 연금 중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가장 시끄러운 연금에 속한다. 연금은 왜 늘 논란에 휩싸일까. 연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팔자를 갖고 있다. 태생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연금은 아무리 퍼 써도 기름이 쏟아져 나오는 구약성서의 ‘과부의 항아리’가 아니다. 반대로 끊임없이 물을 부어도 새는 그리스 신화의 ‘다나오스 딸들의 깨진 독’에 가깝다. 나의 미래 행복을 국가가 책임져 준다며 설계한 연금. 왜 설계한 대로 안 움직일까?

연금은 저축이 아니다

연금 종류가 많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좁혀보자. 연금이 잘 작동치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연금을 받아가는 사람과 연금으로 줄 돈을 내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은 데서 파열음이 생긴다. 국민연금은 ‘내가 낸 돈을 내가 미래에 나눠 가져가는 저축’ 개념(적립식)이 아니다. 내가 낸 돈은 앞선 세대들이 타 가는 부조의 개념(부과식)이다.

문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서 발생한다. 즉, 부조받을 노인 인구가 늘고 부조해야 할 젊은 세대가 줄어들면 연금은 말라간다. 연금 항아리에서 돈을 퍼갈 사람은 많고 돈을 부을 사람은 감소하니 당연하다. 우리나라가 여기에 해당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은퇴하면, 쌓인 연금은 쭉 빠진다. 결국 젊은 세대들이 연금보험료를 더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낸 세대들이 늙었을 때 밀어줄 다음 세대가 적어지게 돼 있다. 낸 만큼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21세기 중반이 되면 돈이 아예 고갈된다. 최악의 ‘다나오스의 독’이며 설계주의의 한계다.

공무원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공무원연금은 ‘본인 부담+세금 지원’ 구조다. 현재 공무원들은 자신이 낸 것보다 연금으로 3배 더 받는다. 납세자들이 공무원들의 노후를 위해 돈을 내주고 있다. 왜 납세자들이 그래야 할까? 연금을 주기 위해 내년부터 매일 100억원이 소요되는 등 향후 70년 동안 국민 세금 1238조원이 들어가야 한다. 한마디로 공무원연금은 지속 불가능이다. 물론, 공무원연금은 월급의 일부라는 측면이 있다. 공무원이 되고자 할 때 연금을 고려해 낮은 공무원 월급에 만족한다는 해석이다. 국민연금과 조금 다른 측면이다. 그래도 이대로 가면 공무원연금은 파산이다. 이것도 애초부터 연금을 잘못 설계한 데서 비롯됐다.

강제가입…사유재산권 침해

둘째는 국가가 개인의 미래 행복을 보장해주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데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은 ‘왜 국가가 개인의 미래에 개입해 연금 가입을 강제하느냐’고 질타했다.

프리드먼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 연금을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이 있다. 그는 “연금에 강제로 가입하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은 독재를 신봉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국가는 오만을 부리는 것이며 연금은 가부장적 온정주의자들이 빚은 악덕이라고까지 맹비난했다. 프리드먼은 연금 강제 가입은 사유재산권 침해라고도 지적했다. 개인들은 알아서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떼내 저축하고 연금에 가입하기도 한다. 미래 설계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기존 연금을 해체하지 못한다면 민간기업의 상품과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제시했다. 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행복추구권에 대한 오해다. 행복추구권은 국가에 대해 자신을 행복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권리가 아니다. 이것은 스스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개입하지 말라는 뜻을 가졌다. 그럼에도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는 행복하게 해줄 테니 표를 달라고 한다. 연금은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적이다. 당장의 정치세력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경제적 자유가 없으면 정치적 자유도 없다고 했다. 권력이 ‘지상에 천국을 만들어 주겠다’며 경제적 자유에 개입하고, 유권자들이 이 말에 솔깃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하이에크가 말한 ‘노예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초원의 집’ 각자 짓는 것

정치권력들은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초원 위의 집’을 약속하는 버릇이 있다. 지상천국을 약속하는 정치체제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이런 국가치고 제대로 굴러가는 나라가 없다. 소련이 망했고, 동유럽과 중국이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섰고, 그리스와 베네수엘라, 북한이 망해가는 중이다. 이런 탓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늘 살얼음 위를 걷는 불안한 복지제도로 악명을 더해 가고 있다. 잘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 하니 바람 잘 날 없는 것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